경제

[긴급점검, 포스트차이나]中 시행착오로 더 단단해진 이마트.."베트남은 증명하는 자리"

오종탁 입력 2017.11.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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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베트남 파고든 한국유통 탐방기
⑥베트남 '이마트'

호찌민 고밥점 신선코너 직영화
외식 잦은 베트남 문화와 잘 맞아

현지인 취향에 맞춤 매장 구조
상품·인프라 등은 한국식 조화

하루 평균 고객 1만1000명가량
지난해 매출 419억원…목표 웃돌아

호찌민 마트 중 고객·실적 최고 수준
올 매출도 전년比 30% 성장 자신

이마트 베트남 호찌민 고밥점 외부 모습.(사진=오종탁 기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중국 사업과 같은 실패, 베트남에선 없다."
이마트에 있어 베트남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다. 국내 대형마트업계 1위로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 사업은 부진을 거듭하다 결국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절치부심하며 선택한 신(新)시장이 베트남이다. 이제 해외 사업 역량을 보여줘야만 한다. '만회'를 얘기하긴 아직 이르더라도 진출 2년여 만에 중국 사업과는 차원이 다른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이마트 베트남 호찌민 고밥점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현지인이다. 평일 오전 10시께였는데도 계산대 12곳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비슷한 시간대 인근 빈마트, 꿉마트, 빅C 등 경쟁사 매장은 한산했다. 이형순 이마트 고밥점 팀장은 "결제단말기(POS)를 통과하는 객수가 하루 평균 1만1000명가량 된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훨씬 더 붐빈다"며 "한국 시장으로 쳐도 최상위권"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성장세는 한국 대형마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이마트는 2015년 12월 고밥점을 열었다. 개점 1년 만인 지난해 말 기준 고밥점 매출은 419억원으로 목표 대비 120% 수준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도 지난해보다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천병기 이마트 베트남 사업총괄은 "중국에서 10여년 근무하고 몽골 진출 기획도 담당했는데 베트남과 같은 연착륙은 유일무이하다"며 "호찌민 지역 대형마트 중에서 객수와 매출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앞서 이마트가 중국에서 한창 고전하던 지난해 5월 기자와 만난 한 중국인 유통업자는 "이마트 등 한국 유통기업들이 중국에서 콘셉트를 잘못 잡고 있다"며 "상품도 매장 구성도 계속 이런 식이라면 분위기 반전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해 뒤 이마트는 백기를 들었다. 중국에서의 실패 경험은 베트남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천 총괄은 "중국 매장엔 현지 상품, 문화 등을 그대로 들여오려고만 했다"며 "결국 차별화하지 못하고 현지화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중국 사업을 타산지석 삼은 이마트 고밥점은 현지화와 차별화의 균형을 이루는 데 집중했다. 베트남 고객들이 좋아할 만하게 매장 구조를 짜고 상품, 인프라 등 측면에선 '한국식'을 적극적으로 추구했다.

한국 음식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 델리(조리식품) 코너.(사진=오종탁 기자)

 

델리 코너에서 음식을 구매해 바로 옆 식탁에 놓고 먹는 고객들.(사진=오종탁 기자)


특히 베트남 내 여타 대형마트와 달리 농ㆍ축ㆍ수산, 델리(조리식품), 베이커리 등 신선 코너를 직영화한 것이 큰 호응을 얻었다. 델리 코너에서 파는 음식은 한국 이마트와 똑같은 기준으로 만든다. 조리법을 명확히 설정하고 조리 담당자는 개점 전 18개월 간 교육시켰다. 이날도 김밥, 스시, 떡볶이, 피자, 빵, 호두과자 등을 사는 고객이 많았다. 대부분은 음식을 바로 옆에 마련된 식탁으로 들고 가서 먹었다. 외식이 일상인 베트남 고객들을 완전히 사로잡은 모습이다. 친구와 피자, 김밥을 나눠먹던 응우옌 티 화(22ㆍ여)씨는 "이마트 음식은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걸로 유명하다"며 "한국 맛이 당길 때마다 온다"고 말했다.
 
이마트 고밥점에서 판매하는 일반 상품 중 한국산은 10%에 이른다. 베트남 현지가 아닌 한국에서 직접 소싱한 상품들이다. 한국 이마트에 납품되는 자체라벨(PL) 노브랜드, 제조업자브랜드(NB) 상품과 동일하다. 베트남 고객들에게 좋은 한국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해 차별화를 이뤘다.

젊은 베트남 여성 2명이 이마트 고밥점 외부 벽면에 그려진 날개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고 있다.(사진=오종탁 기자)

 
성공의 마지막 단추는 친근함이다. 이마트 고밥점 외부 벽면에는 커다란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젊은 여성 두 명이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옆에는 또 다른 포토존이 고객들 시선을 끌었다. 매장 내부에서도 삼삼오오 방문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이들의 모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진다. 베트남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전체 인구(9616만명)의 절반에 이른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버즈메트릭스가 올해 4~6월 베트남 유통매장들의 SNS 노출도를 조사한 결과 이마트는 빅C, 꿉마트, 롯데마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3위 롯데마트와는 별반 차이가 없고 5위 빈마트는 큰 격차로 따돌렸다. 베트남 진출 겨우 2년, 매장 수는 단 한 개에 불과해도 수많은 현지인이 이마트를 안다.

호찌민(베트남)=오종탁 기자 t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