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보컬계의 전설 로니 제임스 디오

홍장원 2017. 11. 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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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 제임스 디오 (Ronnie James Dio) /사진=wikimedia
[스쿨 오브 락-31] 어느 업계나 '전설'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는 쉬운 게 아니다. 무수한 별들이 떴다가 지는 록보컬리스트 중에서도 '전설'로 불리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노래 잘하는 보컬 이름을 잠시 떠올려봐도 엄청나게 많은 이름이 머릿속에서 퍼져간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와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롭 핼포드(Rob Halford)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역시 전설이란 단어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존재다. 이제부터 소개할 또 하나의 보컬은 이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최고 중의 최고다. 레인보와 블랙사바스(Black Sabbath), 그리고 본인의 이름을 딴 디오(Dio)를 거친 보컬리스트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다.

록음악에 꽤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록음악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반드시 이 이름을 들었을 것이다. 그냥 들은 정도가 아닌 팬의 반열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호기심에서라도 디오의 음악을 들었을 것이고, 한 번 들었다면 두 번, 세 번 이상 들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오는 흔한 록보컬과는 사뭇 다른 보이스 컬러를 가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올라가는 날카로운 고음은 없다. 그는 미성의 고음 성대를 타고난 보컬은 아니었다.

하지만 웬만한 고음은 씹어먹어버리는 엄청난 중음을 가지고 있다. 엄청난 연습의 흔적이 보이는 그의 발성은 흔히 중고음으로 분류되는, 즉 2옥타브 라~시 정도의 음역에서 빛을 발한다. 사실 노래를 잘하는 남자들은, 노래를 업으로 할 정도의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남성 보컬이 이 음역대의 소리를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이 구간은 남성 입장에서 '파사지오'가 시작되거나, 시작되는 음보다 한 음 정도 높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성구전환'으로 번역될 수 있는 파사지오는 쉽게 설명하면 자동차 기어 변속과 같은 개념이다. 1단 기어를 넣고 시속 100㎞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 속도가 올라갈 수록 2단, 3단으로 기어를 바꿔야 하는 것처럼 노래도 음이 올라갈수록 성대를 그에 맞는 형태로 준비시켜야 한다.

노래방에서 아무리 악을 써도 일정 음역 이상 소리가 올라가지 않는 것은 무리하게 1단 기어로 시속 100㎞를 내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통상 남자들의 성대에서 본인이 가진 진성 혹은 흉성을 밀어붙여 낼 수 있는 최고음은 2옥타브 파 혹은 솔 정도인 경우가 많다. 드물게 2옥타브 라 정도까지 가능한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이 이상의 음을 내려면 성대에 압력만 가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 음을 내기 전의 음에서 적당하게 기어를 바꿔놔야 한다. 그러므로 저음과 고음이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노래를 부르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기어를 내렸다 올렸다 해야 하는 식인데 이는 숙련된 가창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성구전환이 잘 안 되면 소리가 뒤집어지는 소위 '플립'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듣기에 불편한 여러 잡음이 많이 섞이게 된다. 일종의 변속 충격이라 비유하면 될 것 같다. 특히 파사지오 구간에서는 쉽게 말해 저음성대로 불러야 할지, 고음성대로 불러야 할지 모호하기 때문에 변속 충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디오는 쉽게 설명하면 '파사지오 파괴자'였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파사지오 구간을 엄청난 파워로 공략해버렸다. 디오 보컬의 최대 강점은 '음의 균질함'이었다. 바늘로 찔러도 들어갈 구멍이 없는 듯한 꽉 찬 소리를 저음부터 중고음까지 일정한 소리로 똑같이 표현했다.

인간의 성대는 소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음이 얇아지도록 설계됐다. 성대를 지속적으로 얇게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오는 저음에서도 소리가 묵직하게 꽉 차 있고, 고음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가 명곡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이 노래 최고음은 곡 후반부 빈체로~ 빈체로 할 때 '체'에서 걸리는 2옥타브 시다. 파바로티는 곡의 전반부를 부르는 것과 똑같은 음색과 파워로 이 부분을 표현한다. 당연히 생목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다. 두성과 흉성을 조화롭게 섞어서 청자 입장에서 성구전환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테크닉으로 화려하게 고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디오의 보컬 역시 이런 식이었다. 어떤 곡에서 어떤 음역대를 들어도 목소리의 파워와 질감, 느낌이 놀랄 만할 정도로 비슷했다. 그는 이 같은 보컬 스타일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헤비메탈 보컬'이 됐다.

디오의 본명은 로널드 제임스 파다보나(Ronald James Padavona)다. 1942년 태어났다. 레인보의 초대 보컬리스트와 블랙 사바스를 거쳤다. 이후 본인의 이름을 딴 밴드'디오'로 활동했고 2007년에는 블랙 사바스 멤버와 다시 힘을 합쳐 '헤븐 앤드 헬'이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참고로 레인보와 블랙 사바스는 록 음악계 한 획을 그었던 엄청난 밴드들이다. 이들 밴드에 대해서는 훗날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가 가장 주목받았던 시기는 '디오' 활동 시기였다. '헤비메탈 신'으로 자리매김하며 후배들의 존경과 찬사를 이끌어냈다. 실제 '디오'라는 이름 자체가 이탈리아어로 '신'을 의미하기도 한다(그는 이탈리아계 출신이다).

디오는 외모적으로도 여러 화제를 낳았다. 로버트 플랜트, 프레디 머큐리가 건장한 몸으로 화려한 무대매너를 선보였던 것과 달리는 디오는 상대적으로 볼품없는 외모였다(외모 비하 발언은 아니다). 절대로 170㎝가 안 될 것 같은 작은 키에 깡마른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성량은 외모와 정반대였다. 강력한 드럼과 기타, 베이스 등 헤비메탈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그의 무게감 있는 보컬은 정말 대단했다. 기계에서 증폭되어 나온 듯한 초강력 성량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그리고 그는 2007년 그룹 '헤븐 앤드 헬'을 만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죽기 직전까지 목소리의 힘을 유지했다. 그는 2009년 위암 판정을 받고 짧게 투병하다 2010년 사망했는데, 60대 후반까지 묵직하고 두꺼운 소리를 유지하며 현역 생활을 해왔다는 얘기가 된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2008~2009년 그의 공연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암 판정 직전까지 현역으로 활동한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력하고 밀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70이 가까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의 노래 중에 추천곡으로는 가장 먼저 홀리 다이버(Holy Diver)를 꼽을 수 있겠다. 1983년 그의 밴드 디오에서 발표한 노래다. 강력한 기타리프로 시작되는 이 곡은 정통 록 스타일의 딱딱 떨어지는 박자에 실린 디오의 보컬 역량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수작이다. 곡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나오는 디오의 보컬은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도 중고음에서 어떻게 음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후배들에게 제대로 전달한다. 실제 이 곡은 디오의 곡 중에 아마추어 밴드들이 가장 널리 카피하는 노래 중 하나다(그러나 제대로 카피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확신한다. 일설에 따르면 스키드 로 출신 인기 보컬 서배스천 바흐는 디오를 카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블랙 사바스 시절의 헤븐 앤드 헬(Heaven and Hell), 돈 토크 투 더 스트레인저(Don't talk to the strangers), 레인보 시절 킬더 킹(Kill the king) 등의 곡도 꼭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느낌이 와닿는 곡은 디오 시절 발표한 로큰롤 칠드런(Rock'n Roll Children)이다. 디오의 이름을 알 정도의 록팬이라면 학창 시절 아마도 로큰롤 칠드런 이었을 것이다. 디오는 자신의 노래를 듣고 또 카피하는 후배 로클론 칠드런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그의 묵직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쓸쓸한 초겨울이다.

p.s

한 가지 더, 디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그의 손가락 제스처다. 중지와 약지를 엄지로 쥐고, 소지와 검지를 치켜올리는 손 모양을 디오가 처음 무대 위로 올렸다. 항간에서는 이게 악마를 숭배하는 제스처가 아니냐며 비판 목소리가 높은데, 디오는 정작 이걸 할머니에게 배웠다고 한다. 게다가 악마를 물리치기 위한 신호였다고 한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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