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춤에 개혁 골든타임 놓칠라"

조해수 기자 입력 2017. 11. 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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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권력기관 대해부 (1) 검찰] '권한 축소, 견제 장치 마련' 매번 공염불..'촛불민심' 요구한 '검찰 개혁' 이번엔 이뤄져야

“부패한 대통령과 탄핵 사태의 배경에는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라보는 정치검찰이 있음을 확인했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부패의 극단까지 이르고 법과 원칙을 짓밟을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찰, 경찰, 국정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이들을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권, 기소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 등 사법절차와 관련해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을 개혁하고, 검찰권을 재조정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박근혜 게이트가 나올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박근혜정부 4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 빼앗긴 정의, 침몰한 검찰’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인사권’을 앞세운 박근혜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검찰을 장악했다”며 “검찰이 권력에 굴종함으로써 권력부패의 공범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9월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이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법안 우선적 심의·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청와대-법무부 연결고리 없애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검찰 권한을 축소하고 정치검찰을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공염불에 그쳤다. 그나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것이 유일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한의 축소와 견제에 있다. 또한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위해 인사권을 독립시키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인사권을 휘두르는 최종 결정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한다. 박근혜 정부를 돌이켜보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첫해가 가기 전에 검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청와대를 채웠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그 시작이었다. 민정수석은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우병우, 최재경, 조대환까지 모두 검찰 고위직 출신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초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 아닌 개혁 성향의 소장파 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고, 비서실장 역시 비(非)법조인인 임종석 전 의원을 앉혔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후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히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사권 독립을 위해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청법 제35조는 ‘검사의 임용·전보, 그 밖의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법무부에 검찰인사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총장 임명과 관련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일각에서는 검찰인사위원회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해 추천 및 검증 권한을 갖게 하고,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역시 2〜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한 명을 낙점하는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부인이 참여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정치권력의 입김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도 요구된다. 법무부는 검찰에 대한 인사·예산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법무부가 검찰에 의해 장악되면서, 검찰을 관리·감독해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검찰 개혁의 걸림돌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법감시센터는 “법무부를 검찰이 장악함으로써 검찰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형사사법 개혁 법안은 검찰의 관점에서 추진되거나 폐기됐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와 같은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특별수사기구 설립에 법무부가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라면서 “또한 검찰의 비리나 권한 남용이 발생했을 경우 법무부가 검찰을 감찰하고 개혁을 이끌어야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에 빠져 독립적인 감독과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왼쪽),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검찰 고위 간부 출신들을 통해 검찰을 장악했다. © 사진=연합뉴스

 

文, 법무부 脫검찰화 시동…청와대 파견도 금지

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 법무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 근무하도록 하고 검사는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법무부 또는 파견기관을 통한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7년 3월 기준 법무부의 과장급 이상 직책 64개 중 32개를 검찰 출신들이 장악했다. 특히 국·실장급 이상 직책(장관, 차관, 7개 국·실장) 10개 중 9개를 검사가 독식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장관과 차관, 검찰국장, 법무실장, 기획조정실장, 감찰관 등 법무부의 6개 핵심 직책을 거친 44명 중 비검사 출신은 단 1명뿐이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역시 다르지 않다. 검찰청법 제44조 2항에 따르면, 검사는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 비서실의 직위를 겸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도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다 재임용된 검사만 15명에 이른다. 이 중 13명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근무한 검사들이다. 이들은 청와대의 ‘회전문 인사’를 거쳐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법무부 인권국, 법무부 검찰과 등 요직을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선언했다. 현재 법무부의 실·국·본부장급으로 검찰 출신이 아닌 인물은 이용구 법무실장,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황희석 인권국장 등이다. 또한 법무부는 그동안 검사들이 맡아온 보직을 검사가 아니어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검사로만 보임하던 감찰관·법무심의관 등 국장급 자리를 비롯해 과장 직위 10개 등 총 39개 직위(총 58개 검사 단수 직위 중 67%)에 검사가 아닌 일반직도 보임할 수 있게 됐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도 법으로 금지했다. 국회는 지난 2월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을 근절하기 위해 검사 사직 후 1년간 청와대 임용 금지 및 청와대 사직 후 2년간 검사 재임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하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수사지휘권·형집행권 등 5대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행태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만, 검찰은 자체 수사 인력이 없고 실질적인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1차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검찰은 기소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강 수사를 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경우다. 영국은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첨단 사회로 접어들면서 기소 업무를 세분화·전문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1985년 기소를 전담하는 기소청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민정수석에 비(非)검찰 출신인 조국 교수(오른쪽)를, 비서실장에는 비법조인인 임종석 전 의원을 임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 영장청구권이 핵심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경찰의 60년 된 숙원이다. 수사권 조정 논의는 “기소는 검찰, 수사는 경찰”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단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때부터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은 인수위의 ‘공약 이행 로드맵 및 입법 추진 계획’을 단독 입수했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2013년 상·하반기 중 ‘2011년 형사소송법 및 대통령령 개정 이후의 수사 실태 분석’이라고 나와 있다. 또 2014년에는 ‘해외 입법 추세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이라고만 돼 있다. 2015년 이후 계획은 별도로 나와 있지 않다. 다른 공약들이 법령 개정 시한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찰의 숙원 과제와 관련한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없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 핵심공약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걸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을 갖고,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허용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게 될 경우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영장청구권이다. 수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등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는 영장청구권의 주체로 ‘검사’만 명시돼 있다. 즉, 의미 있는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한 것이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결국 영장청구권을 경찰이 가질 수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지게 되면 검찰의 기소 독점권이나 수사지휘권 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내각 조각이 끝나면 개헌 정국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개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좋다”며 “조 수석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국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사용했더라면 게이트 초반에 미연에 예방됐을 것”이라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정치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은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에게 공수처 신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온 숙원(宿願) 사업이다. 공수처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처음 논의됐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지만 검찰의 반발로 무산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말 정부 입법으로 공수처법을 발의했지만,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면서 결국 백지화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았던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며 “그중 하나가 공수처 설치 불발이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전국의 일선 경찰들이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수갑을 반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사권·기소권 갖는 ‘슈퍼 공수처’ 신설될까

박근혜 정부도 상설특별검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 특정 사건이 생기면 여야 합의를 거쳐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절차만을 정해 둔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제정했을 뿐이다. 사법감시센터는 “이 법은 상설특검 조직을 만드는 법이 아니다. 과거처럼 사건이 생기면 그때서야 수사팀을 부랴부랴 꾸리고 그마저도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임명조차 불가능한 그런 법이었다. 박근혜 정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9월 ‘(공수처) 설립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갖고 검찰과 경찰에 우선해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게 된다. 또한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 검사 50명과 수사관 70명을 합해 최대 122명의 상시 수사 인력을 둘 수 있다. 이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조직과 맞먹을 정도의 규모다. 이 때문에 ‘슈퍼 공수처’로 불리기도 한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는 정무직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단 소속 고위직,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정보원의 3급 이상, 군 장성, 경무관급 이상 경찰, 퇴임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전직 고위 공직자가 포함된다. 공수처는 이들의 뇌물수수와 강요, 직권남용, 선거 관여 등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는 확고하다. 촛불민심 역시 검찰 개혁을 요구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7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경찰 수사권 독립의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검찰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수사권이라는 ‘칼’을 휘두르면 국민은 통쾌하다. 일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검찰이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로 얻은 게 뭔가”라면서 “정부가 검찰의 권력을 분산·축소·폐지해야 하는데 검찰의 칼춤(전면적 수사)에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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