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탈북자 20여명 인터뷰.."김정은을 쓰레기라 불렀다"

오원석 입력 2017. 11. 18. 18:07 수정 2017. 11. 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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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료사진. [중앙포토]
미국 유력 언론 워싱턴포스트(WP)가 탈북자 20여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17일(현지시간) 발행했다. '김정은 정권 아래에서의 삶'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북한의 현실에 대한 탈북자들의 생각을 담았다.
WP는 한국과 태국 등지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이번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탈북 당시 북한의 대학생이었던 한 탈북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우리는 그를 쓰레기라고 불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WP의 이번 탈북자 인터뷰는 WP 홈페이지에서 우리말로도 읽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11월 17일 탈북자 인터뷰.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WP는 기사 머릿말에서 김정은과 관련해 "북한정권에 의해 '위대한 후계자'로 추앙되는 그는 어느 모로 보나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꼭 닮은 잔혹함을 드러냈다"며 "경제적 자유의 확대를 허용하면서도 그는 어느 때보다 더 엄격하게 나라를 봉쇄했고 중국 국경의 방위를 증강시켰으며 국경을 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어서 "또한 (북한) 국내에서 언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는 여전히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김정은 자료사진. [AP=연합뉴스]
━ "김정은을 쓰레기라고 불렀다" 매체의 인터뷰에 응한 한 30대 탈북자는 "그 사람이 우리의 새 지도자로 소개되었을 때 나는 대학교 2학년이었다. 나는 농담인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서 "가장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를 쓰레기라고 불렀다"며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만 제일 가까운 친구들이나 부모에게만, 그것도 그들이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 때만 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2013년 탈북했고, 탈북 당시 대학생이었다.
중국 기업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 자료사진. [연합뉴스]
━ 김정은 이후 더 어려워진 삶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에서의 삶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2014년에 탈북한 40대 마약상 탈북자는 "나는 마음 속에서 김정은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품었다. 나는 그가 아주 젊기 때문에 북한을 개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정권을 잡고 그의 지배 아래에서 3년이 흐르고 나니 삶이 더 어려워졌다"고 WP에 전했다.

북한에서 의사로 살았던 한 탈북자가 자신의 주 수입원이 의료 서비스가 아닌 '밀수'였다고 고백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2014년 탈북한 40대 의사 탈북자는 "의사의 월급은 3500원쯤 되는데 이 돈은 쌀 1kg을 사기에도 모자란 액수"라며 "당연히 의사는 나의 주 수입원이 되는 직업이 아니었다. 주 직업은 밤에 하는 밀수였다. 나는 북한의 약초를 중국으로 팔았고 그 돈으로 가전제품을 북한에 수입했다. 전기밥솥, 노텔, LCD 모니터 같은 제품들이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발사실험 이후 광장에서 환호하는 이들. [연합뉴스]
━ 장마당에서 구한 USB로 영화 접해 북한의 '장마당'과 관련한 다수의 증언도 흥미롭다. 장마당은 북한에서 물건이 거래되는 곳이며 정보가 도는 장소다. 동시에 밀수가 이루어지고 외국 문물이 오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부유층 자녀로 2014년에 탈북한 20대 탈북자는 "부유층 자녀들은 각자 소유의 롤러 블레이드가 있었다"며 "나는 내 롤러 블레이드를 장마당에서 샀다. 핑크색이었고 중국 돈으로 200위안이었다. 쌀 30 kg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고 말했다.

2013년 탈북한 전화연결원 출신 40대 탈북자는 "나는 장마당에서 구한 USB를 통해 많은 (밀반입된) 영화와 드라마들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서 "집에 있는 TV에 (USB를) 꽂아서 시청했다. 배터리나 쌀 등의 일반 물품들을 파는 상인들은 USB를 카운터 아래에 숨겨놓고 있었다"며 "장마당에 가면 상인들에게 '오늘 뭐 맛있는 거 있어요?' 하고 묻는다. 그게 암호다. USB는 또 숨기기 쉽고 잡히면 부숴버리면 되니까 편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세습 권력자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중앙포토]
━ 북한의 생존비결은 '공포정치' WP의 인터뷰에 응한 탈북자들은 북한 정권의 생존비결과 관련해 공포정치를 꼽는다.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를 숙청한 일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마약상 탈북자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고모부를 죽이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무자비한지 알고 있다"며 "그래서 북한에서는 반란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매체에 증언했다.

또 대학생 탈북자는 "북한의 생존비결은 바로 공포정치"라며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빼앗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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