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文대통령 하나뿐인 '전세기'와 '전용기' 2대 쓰는 아베

강태화 2017.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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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다자 회의 때 '전용기' 아닌 '전세기' 이용
日 아베 총리는 순방 때마다 2대 '전용기' 동시 운용
"전용기는 국격과 연관"..도입 논의는 매번 무산
12일 마닐라 공항에 나란히 도착해 있는 한국과 일본의 대통령기. 한국 대통령은 전용기가 아닌 민간 항공사에서 빌린 전세기 1대를 사용한다. 반면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해외 순방에 전용기 2대가 한번에 움직인다. 일본 총리 전용기 옆에는 '항공자위대'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일본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예비기체를 포함한 2대의 전용기를 함께 띄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 공항.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이번 동남아 3개국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필리핀을 방문했다.

마닐라 공항에는 각국 정상들이 타고 온 비행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취재 기자 등이 이용한 대한민국 공군 1호기, KAF-001호 옆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타고온 전용기가 나란히 서 있었다.

둘 다 기종은 보잉 747-400으로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 오후 ASEAN+3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 손을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타고온 비행기는 대한항공에서 빌린 '전세기'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정상이 이용하는 비행기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아베 총리의 비행기는 ‘전용기’다. 일본의 정상과 그의 참모진들만 이용하는 정부 소유의 비행기다.

반면 문 대통령의 비행기는 ‘전세기’다. 2010년 정부가 대한항공과 5년 임차계약을 맺고 그해 4월 첫 비행을 했다. 400석이 넘는 좌석을 200여 석으로 줄이고 군과 경호 통신망, 위성통신망 등을 새로 갖췄다.

2014년 계약이 만료되자,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재계약을 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 5년 임차료는 1400억원 수준이다. 임차 기간은 2020년 3월까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세기는 순방때마다 태극기와 함께 방문국의 국기를 함께 내건다. 반면,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포착된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전용기 2대에는 모두 국기 게양 등은 없었다. 강태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전세기는 순방때마다 태극기와 함께 방문국의 국기를 함께 내건다. 반면,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포착된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전용기 2대에는 모두 국기 게양 등은 없었다. 강태화 기자
차이는 또 있다.

마닐라 공항에는 아베 총리의 전용기 뒤로 쌍둥이 전용기가 한 대 더 서 있다. 일본은 총리의 해외 순방 때 2대의 전용기를 동시에 운용하기 때문이다.

12일 베트남 다낭 공항에 마닐라 공항에 나란히 도착해 있는 한국과 일본 정상의 비행기. 한국 대통령은 전용기가 아닌 민간 항공사에서 빌린 전세기 1대를 사용한다. 반면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해외 순방에 전용기 2대가 한번에 움직인다. 일본 총리 전용기 옆에는 '항공자위대'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일본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예비기체를 포함한 2대의 전용기를 함께 띄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반면 한국의 전세기는 1대 뿐이다. 한국의 국격과 국력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을 수행해야 할 참모진은 함께 늘어났다. 이 때문에 1호기의 좌석이 부족해 일부 청와대 참모진과 취재기자들은 별도의 민항기를 타고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전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다자회담 국가의 공항은 말 그대로 ‘국력의 경연장’이란 말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7일 경기 오산공군기지에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도착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7대의 전용기를 동원했다고 한다.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에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헬기 ‘마린원’을 비롯해, 전용차 ‘비스트(The Beast)’로 불리는 전용차를 공수해왔다. 심지어 전용차 등을 수송기에 싣는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한국도 전용기 도입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시작은 노 전 대통령이 꺼냈다. 그는 2005년 10월30일 출입기자들과의 북악산 산행에서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 비행기)는 일본과 중국을 간단하게 실무적으로 나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는 쓸 수 없다. 국내용이다. 미국을 가고 유럽을 가고 멀리 정상외교를 하러 가게 될 경우에는 1호기로 안된다. 이 문제에 대해 새로 장만하는 결정을 하게 되면 그게 적용되는 시기는 제 임기 중이 아니고, 아마 다음 대통령도 해당 없고 그 다음 대통령 때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전용기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5년에 도입된 보잉 737을 뜻한다. 하지만 기체가 노후됐고, 탑승 인원이 40명 남짓에 불과해 해외 순방에 쓰기에는 부적절하다. 대통령들이 민항기를 빌린 전세기를 이용하는 이유다.

18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신문로를 지나자 시민들의 환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지금 정부가 다음 정부 대통령 전용기 챙겨줄 만큼 한가하고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지 묻고 싶다”며 반대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 때의 전용기 구입 계획은 무산됐다.

그러나 전용기 구입 시도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다시 추진됐다. 당시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현재 사용 중인 전용기가 상당히 노후하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국가의 위상에 비춰어 볼때 바꿔야 한다”며 “현재 무슨 기종으로 어떤 규모로 할 것인가와 근거리와 원거리에 따라 전용기와 전세기를 사용할 경우의 장단점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사인’이 나오자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전용기 구매를 반대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며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그렇지만 보잉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가격차를 드러내며 전용기 구입은 또 다시 백지화됐다.
2011년 아랍에미리트 국빈방문을 위해 출발한 대통령 전용기가 출입문 하단부 에어커버 장치 이상으로 인천공항으로 긴급 회항하는 가운데 서해상에서 항공유를 방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후 2011년에는 대통령 전세기가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던 중 이륙 30분만에 나사 불량으로 회항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전용기 구매 논의가 다시 시작될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 10일 청와대에 대한 국회 운영위의 예산안 상정 전체회의에서 “2020년이면 대통령 전용기 임차 계약이 만료된다”며 “입찰과 업체 선정 1년, 실제 제작이 2~3년 걸릴 것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구매할 지 다시 임차할 지 결론을 내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 6개월 해 본 결과 워낙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 안전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그대로의 사무실”이라면서도 “중이 제 머리 깎기 참 어렵다. 국회에서 한 번 논의해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멕시코 엔리케 페나 니에토 대통령의 전용기인 보잉 787-8 드림라이너와 내부 모습. 가격은 6억달러(6678억원)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여야 할 것 없이 국력이 신장된 한국의 국격에 맞는 전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전혀 없다”며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야당의 반대로 전용기 구입이 무산된 전례가 있고, 현 여당 역시 과거 정부에서 전용기 구입에 반대했던 ‘원죄’가 있어 먼저 전용기 구입을 주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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