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보다 귀를 의심했다" EBS '다문화고부열전'에 비판 쏟아져

이순지 입력 2017. 11. 20. 17:16 수정 2017. 11. 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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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이야기를 그린 EBS 프로그램 '다문화고부열전'이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마에 오른 방송분은 지난 16일 '며느리의 결혼 조건 때문에 괴로운 시어머니' 편이다.

문제가 된 방송분은 결혼 조건을 들어준다는 이유로 18살에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A(21)씨와 시어머니 곽모(61)씨 사연이다.

올해 추석 전 약 400만 원에 이르는 가구를 구입한 시어머니 얘기가 방송 초반 나왔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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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프로그램 ‘다문화고부열전’이 국제결혼을 너무 가볍게 다루며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BS 홈페이지

다문화 가정 이야기를 그린 EBS 프로그램 ‘다문화고부열전’이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마에 오른 방송분은 지난 16일 ‘며느리의 결혼 조건 때문에 괴로운 시어머니’ 편이다.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는 “국제결혼을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가 된 방송분은 결혼 조건을 들어준다는 이유로 18살에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A(21)씨와 시어머니 곽모(61)씨 사연이다. 남편 이모(38)씨는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A씨에게 결혼 조건으로 대학 입학, 친정집 수리, 매달 용돈 20만원 등을 내걸었다.

A씨는 결혼 조건 때문에 한국행을 결심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6개월 동안 시댁이 친정으로 용돈을 붙여준 게 전부였다. A씨는 방송에서 “저 많이 후회해요. 저 그냥 아빠, 엄마한테 효녀가 되지 말걸. 그냥 친구들처럼 대학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다시 (시간을)돌리고 싶어요”라고 털어놨다.

A씨는 직접 공장에 나가 돈을 벌고 싶다고 밝혔지만, 시어머니는 육아를 이유로 반대했다. 벌이가 없는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처가에 용돈을 대신 보내달라고 했지만,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네티즌들은 특히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올해 추석 전 약 400만 원에 이르는 가구를 구입한 시어머니 얘기가 방송 초반 나왔기 때문. 네티즌들은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서 없는 척하고 결혼 조건을 이유로 시집을 왔는데 지키지 않는 것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방송은 이후 시어머니와 A씨가 갈등 해소를 위해 베트남으로 향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A씨가 한국에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으로 끝났다.

네티즌들은 “어린 외국 여성들을 이용해 결혼한 사례를 잘 포장했다”며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다. 시댁을 대변하는 듯한 내레이션(“결혼했으면 시댁이 자기 집인데 마음이 친정에만 가 있으니까 곽 여사님이 걱정이죠”)도 지적 대상이 됐다. 한 네티즌은 “방송을 보다 귀를 의심했다”는 의견을 남겼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해당 방송 캡처 화면과 함께 비난 글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어린 외국 여성들을 이용해 결혼한 사례를 잘 포장했다”며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다. 시댁을 대변하는 듯한 내레이션도 지적 대상이 됐다. EBS 홈페이지

한 다문화센터 관계자는 2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사실상 논의나 통제가 어렵다”며 “파장이 큰 만큼 방송을 제작할 때 다문화 가정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문화고부열전은 지난 2013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다문화 가정 속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3개월 전부터 전화 통화로 섭외를 거친 후 제작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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