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판 FBI 국장' 차관급 국수본부장, 기대와 우려

진달래 기자 입력 2017.11.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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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수사권 조정 '선결 과제' 완성한 경찰..일반·수사·자치 쪼개져 혼란 우려도
국가수사본부장 신설로 경찰 조직이 개편된 구조. /그래픽 제공=경찰청


경찰 안에 수사부서 최고 책임자인 차관급 국가수사본부장 신설이 추진된다. 본부장은 지방청과 일선서 수사 업무를 지휘하고 관련 인사권도 갖는다. 개방직으로 외부 인사를 임명해 수사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경찰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내부 개혁안이다.

경찰청은 21일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일반경찰의 수사 관여 차단방안'을 수용해 내년 2월까지 구체적인 종합추진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기소만 담당하고 경찰이 수사권을 오롯이 갖게 될 때 우려되는 '경찰권 비대화', '경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혼란과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 3년 단임제 개방직, 사건수사 지휘는 물론 인사권도

이번 권고안에 따르면 개방직 국가수사본부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신설될 국가경찰위원회(총리 소속 장관급 조직으로 추진 예정)가 임명 제청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3년 단임제로 경찰청장과 독립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임기 직후 청장 임명을 제한한다. 수사 등에서 일정한 경력을 갖춘 사람 중에서 선발하되 세부요건은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방청과 일선 경찰서까지 모든 사건수사에 대한 지도·조정을 담당한다. 수사 관련 정책 수립도 맡는다. 이 때문에 국가수사본부장이 신설되면 각 관서장은 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없게 된다.

기존 경찰청장은 국가경찰의 행정, 정책수립 업무 등만 총괄하고 경찰청(본청) 안에 있던 직접수사부서도 폐지한다. 국가수사본부장과 지방청·경찰서의 수사부서장에게 수사경찰에 대한 승진·전보에 관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관서장의 인사·감찰 영역도 제한한다.

김선택 개혁위 수사분과위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수사권 조정(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진행하면서 경찰에 요구된 과제 중 하나가 행정과 사법경찰의 분리"라며 "이번 국가수사본부장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 도입과 외부통제기구 신설에 이어 마지막 과제까지 밑그림 그리기를 완성한 셈이다.

◇ 조직 쪼개기에 그칠 우려도…일반·수사·자치까지 업무 분담은?

수사 독립성을 지키고 광역 수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다는 국가수사본부는 미국 FBI(연방수사국)와 비슷하지만 구체적 상황은 다르다. 일각에서는 자칫 조직 쪼개기에 그쳐 유기적인 업무 수행만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무 경계선을 긋는 일부터 쉽지 않다. 이날 개혁위는 '일반적', '구체적'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지휘권을 나눴다. 예컨대 경찰서장이 '살인사건 범인 검거에 총력을 다하라'고 말하고 적정한 인적 자원을 투입하는 건 되지만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라'고 지휘는 못한다는 식이다.

도입을 추진하는 자치경찰과 맞물리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독립성이 강조되는 세 주체(국가일반경찰, 자치경찰, 국가수사본부)가 현재 경찰업무를 나눠 맡되 수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수사과정에서 매번 자치와 국가경찰 관할을 따지고 국가경찰 안에서도 국가수사본부와 일반경찰 사이에서 지휘·보고 체계를 생각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찰권을 분산해 견제할 수 있다는 게 개혁위 논리지만 여전히 국가경찰에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경찰이 개혁위 권고안을 토대로 추진하는 계획에 따르면 현재 경찰 조직의 20~30%만 자치경찰로 전환된다. 업무도 생활안전, 민생치안 업무에 국한된다. 결국 경찰권 분산을 위해 신설한 국가수사본부장이 거대한 수사조직의 관리 권한을 갖는 셈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업무를 자치경찰이 도맡아 한다. 각주마다 경찰 제도가 운영되는 미국은 4만명이 채 안되는 FBI가 국가안보, 뇌물수수사건 등 연방법 위반 범죄 수사와 정보 수집만 담당한다. 일반경찰과는 완전히 분리된 조직이다. 일본 역시 자치경찰이 모든 수사 업무를 관할하고 국가경찰은 감찰, 교육, 간부급 인사 정도만 맡는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경찰권 비대화를 막기 위해 자치경찰을 하려면 국가경찰 규모가 축소돼야 하는데 (국가수사본부장 신설안은) 오히려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자리 하나만 더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