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가축 매몰지' 관리 부실..2차 피해 우려

손광균 입력 2017. 11. 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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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AI가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AI나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돌면 수만 마리의 가축들을 땅에 묻게 되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가축매몰지'가 6000여 곳이고 지금은 1200곳 정도 남았습니다. 매우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지하수가 오염되거나 하는 2차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안성시의 한 축사입니다. 한때 돼지 수백 마리를 키우던 곳인데요. 지금은 돼지는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고, 바닥에 누군가 버린 것으로 보이는 마스크만 떨어져 있습니다.

앞에는 돼지한테 사료를 주던 기계가 있는데요. 많이 녹슬었고,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습니다.

이 축사가 가동을 중지한 이유가 있는데요. 몇 년 전 구제역이 돌았을 때, 바로 이 인근에 돼지 수백 마리를 묻었기 때문입니다.

구제역이 이 일대를 덮친 건 2015년 1월입니다.

석 달 동안 농장 16곳에서 1만 7000마리가 넘는 돼지들이 살처분됐습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역이 발생한 축사를 중심으로 매몰지가 만들어졌는데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3년간 발굴 금지를 알리는 경고판은 사람 키만큼 자란 잡초 줄기에 완전히 뒤덮였습니다.

침출수를 빼내는 관의 뚜껑을 열자 악취가 코로 들어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이 몇 년 전 돼지 수백 마리를 묻어 놓은 곳입니다. 이렇게 잡초 줄기와 흙과 모래로 뒤덮여있는데요. 그 아래쪽에 있는 파란색 방수포는 빗물이 땅으로 새어들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런데 방수포를 여러 겹으로 하다 보니까 틈새가 있는데요. 비가 많이 내릴 경우에는 이 틈새로 물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곳은 몇 달 전 시에서 정비를 마쳐 상황이 나아진 편입니다.

실태가 외부로 알려지기 전에는 방수포 곳곳이 찢어져 있었고, 매몰지 바로 위에 잡초가 자라난 상태였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매몰지입니다.

땅을 파서 비닐을 깔고 가축을 묻은 뒤 흙과 비닐로 덮는 일반 매몰지와는 달리 플라스틱 소재의 통에 넣어 땅에 묻는 이른바 FRP 방식입니다.

비를 막기 위해 천막 형태로 설치한 방수포는 앞부분만 간신히 서 있습니다.

침출수 배관은 쓰러졌고, 흙 속에선 동물의 뼈가 드러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하수 오염이나 토양 오염 같은 추가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주민들은 노심초사입니다.

[주민 : 동네 사람들은 가렵네 뭐네 그러는데…]

시가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의 주민들도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주민 : 말도 못 하지. (농가는) 다 텅 비었는데 다, 다 파묻었다고. 돼지 다 파묻었다고. 몇 번씩 파묻었다고.]

2010년 이후 전국에 조성된 매몰지는 6000여 곳에 달합니다.

최대 5년까지만 관리하는 현행법에 따라 4700곳이 넘는 매몰지는 이제 관리 대상이 아닙니다.

환경부가 아직 관리 대상인 매몰지 가운데 235곳을 조사한 결과, 10곳에서 침출수 유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내년에 가장 오염이 된 지역을 대상으로 정화를 하려고 예산을 확보 중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리 기간 동안 문제가 없더라도 뒤늦게 오염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김계훈/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 : 문제의 핵심은 병원균이 없다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잘 처리해서 땅을 원상태로 돌려야 하고…]

가축 전염병이 돌 때마다 전국 곳곳에 이런 매몰지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2차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 철저한 관리와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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