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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8급 보좌진 늘린 의원들의 오만 "국민 눈치 볼 필요 있나"

채윤경 입력 2017. 11. 22. 01:47 수정 2017. 11. 2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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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의 증원 결정 속기록 보니
"세금 들이는 문제" 지적 있었지만
"여론이라는 건 며칠 지나면 없어져"
증원 주장 의원에 여야 모두 동조
"속전속결 밥그릇 챙기기" 비판 나와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17일 8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 1명을 늘리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가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며 소방관·경찰관 등 공무원 증원을 반대한 야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보좌진 증원 문제를 놓곤 속전속결로 나섰고 여당 의원들도 여기에 동조했다.

15일과 17일 열린 운영위 소위는 비공개였다. 그러나 당시 보좌진 증원 문제를 논의하는 의원들의 발언은 지난 20일 국회 속기록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세금을 들여 공무원을 증원하는 문제”라고 우려한 일부 의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어차피 여론이라는 것은 며칠 지나면 없어지고, 바꿀 때는 제대로 바꿔 버려야 한다. 이참에 4급이 둘이니 3급으로 하나 바꾸고, (인턴을) 8급·9급 정규직으로 딱 전환하자”고 말했다. 같은 당 이동섭 의원은 “국회가 너무나 언론의 눈치를 보고 당당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 다 새벽 6시에 나와서 힘들게 일하지 않느냐. 3D 업종 중 하나인데 너무나 국민 눈치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당당하자”고 주장했다.

의원 보좌관 증원 논의 들여다봤더니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도 보좌진을 늘리려는 의원들의 주장에 편승해 이를 동의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 박홍근·조응천·송옥주, 한국당 김선동·정태옥·김정재, 바른정당 지상욱, 정의당 노회찬 의원도 참석했다.

국회의원 보좌진 정원을 1명 늘리면 전체적으론 300명 증원이다.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기 때문이다. 일시에 공무원 300명을 늘리는데도 의원들 사이에선 큰 논쟁은 없었다. 의원들이 내세운 명분은 내년 1월 국회의원실의 인턴 88명이 해직되고, 내년 연말이면 전체 인턴의 45%인 256명이 국회를 떠나야 하니 이를 8급 공무원으로 흡수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인턴 해고 대책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아끼면서 인턴들의 고용 대책을 마련하려면 의원들의 ‘제살 깎기’가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8급 보좌진 신설 과정에서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추가예산 67억원가량이 소요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운영위 소위 논의 중 “인턴 2명을 다 (채용)하자는 최도자 의원님 의견에 적극 찬성한다. (채용하는) 예산 증액이 어려우면 세비를 깎자”(노회찬 의원)는 제안도 있었으나 호응이 없었다. 노 의원은 이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의 보좌진 수가 적지 않고, 세비가 과도하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1인당 100만원씩 깎아서라도 능력 있는 사람이 커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자”고 했지만 그게 다였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생각해 보라. 정부부처에서 한꺼번에 공무원 300명을 증원하자고 하면 국회가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하겠는가”라며 “소요 예산, 인력 배치안, 증원 필요성 등을 샅샅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 증원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회가 보좌진 증원을 속전속결로 하는 게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2000년 이후 꾸준히 늘어왔다. 2000년 이전까지 5명이었던 보좌진은 2000년에 6명(4급 1명 증원)으로 늘었고, 2010년에 7명(5급 1명 증원)이 됐다.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보좌진 숫자는 8명으로 또 늘어난다. 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6급·7급·9급 비서에 8급 비서가 추가된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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