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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가짜 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

곽재식 과학자·SF 작가 입력 2017. 11. 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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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안드로메다 통신] 인공 고기와 기술의 미래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요 관심거리는 실제 동물을 도축하지 않으면서도 고기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를 찾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식물에서 채취한 재료를 이리저리 배합하고 다양한 조미료를 넣어 '고기 맛'을 내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시도됐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동물을 사육하지 않고 고기 세포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이라든가, 미생물 유전자를 조작해 동물성 식재료에 해당하는 성분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관심을 끌었다. 화학적인 방식으로 고기의 맛과 질감을 내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연구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진짜 고기 대신 콩 단백질로 만든 패티로 만든 햄버거. 구우면 즙이 흘러나와 진짜 고기 같은 식감을 준다고 한다. 기술의 발전은 끝이 없다./임파서블푸즈 제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인공 고기'의 맛은 나날이 향상되고 값도 저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 보호뿐 아니라 환경 보호나 위생의 관점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작년에는 미국의 한 업체가 인공 고기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뉴욕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채소와 고기 같은 천연 식품이 사라진 2022년의 지구를 그린 영화 '소일렌트 그린(Soylent Green)'부터 미래 사이버 세계를 상상한 기념비적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까지 많은 SF 창작물에서 실제 동물 고기 대신 합성된 재료를 먹는 미래 기술이 소개됐는데, 그것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인공 고기 기술의 발전에 대해 들을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건 2007년 무렵 화제였던 중국의 가짜 계란 제조 업자들이다. 당시 해초에서 뽑아낸 성분을 원료로 몇 가지 화학물질을 섞어 달걀과 비슷한 모양과 맛을 내는 재료를 만들고, 이것을 계란이라고 속여 판매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계란까지 가짜로 제조하는 지독한 위조 업자를 개탄한다는 식으로 주로 소개됐다.

의외로 이와 상당히 비슷한 방식으로 계란을 만드는 기술이 같은 시기 미국과 유럽 기업에서도 발전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사람들을 속이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진짜 닭 없이 계란 맛이 나는 재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가혹한 조건에서 닭을 기르지 않아도 되니 더 도덕적이며, 동시에 더 위생적이고 더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랬기에 당당히 인공으로 만든 계란임을 일부러 밝히고 광고하면서 제품을 개발해나간 것이다.

음지에서 암암리에 활용될 경우 범죄에 불과하던 어떤 기술이, 당당하게 그 내용을 밝히면서 양지에서 활용할 경우 오히려 전혀 다른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PC통신이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유행하는 농담을 그대로 베껴 사람들에게 소개하던 TV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떠올려 보라. 이것이 더 발전해 아예 최근 한 지상파 TV 예능 프로그램은 녹화 내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면서, 실시간으로 나오는 인터넷 시청자의 반응 중 웃기는 것만 모아 편집해서 재미의 중심으로 활용했다. '작가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가 알려준 것'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더 참신한 웃음의 재료로 쓰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늘 새로운 걱정거리를 낳는다. 그럴수록 기술의 특징을 당당히 드러내면서 좋은 일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곤 한다. 위험하다고 기술 자체를 무턱대고 규제하기보다는, 다양한 발전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는 폭넓은 상상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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