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뜻과 다르면 적폐?.. 度넘은 김관진 석방 판사 '집단린치'

민병기 기자 입력 2017.11.24. 11:55 수정 2017.11.24. 12:20

김관진(사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한 판사에 대한 신상털기와 인격 모독 수준의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김 전 장관이 구속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풀려난 것을 두고 사법부, 특히 석방 결정을 내린 신 판사를 비판하는 글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적폐 사건 관련 구속영장 발부를 두고 내린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영장전담 판사의 신상을 공개해 '조리돌림'하는 행태가 계속됐는데 김 전 장관의 석방을 계기로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신광렬판사 과도한 비판 글

다음 아고라 메인이슈 올라

무죄선고 내린 것도 아니고

불구속상태 재판하라는건데

“돈에 취한 짐승” 인격모독

신상공개해 조롱·욕설 난무

송영길의원 “우병우와 동향”

일부 정치·법조인도 부추겨

김관진(사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한 판사에 대한 신상털기와 인격 모독 수준의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또 다른 ‘적폐’로 규정하고 집단적인 공격을 가하는 형국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법조인들까지 이 같은 공격에 동참하거나 부추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4일 다음 아고라 ‘오늘의 이슈’ 톱에는 ‘김관진 석방? 사법개혁 없이 적폐청산 없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김 전 장관이 구속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풀려난 것을 두고 사법부, 특히 석방 결정을 내린 신 판사를 비판하는 글이다. 필명 ‘마루치류’는 “그들은 우리 산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 같은 존재”라며 “적폐들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는 사법부의 개혁 없이는 진정한 적폐 청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글 아래 ‘자이언트’ 필명의 글에서는 “연수원 32기가 영장 발부한 것을 19기가 석방한 것은 새까만 후배가 밥·술 안 사고 건방지게 영장을 발부해서 석방해 버린 것이거나 옷 벗고 ‘김앤장’으로 가기로 예약했거나 한 것 아니면 이해가 안 된다”는 비방성 내용도 담겨 있다. 댓글에는 ‘인간이 아닌 돈에 취해버린 짐승들’이라거나 ‘신광렬 판사의 대XX를 부숴버리고 싶다’는 욕설도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적폐 사건 관련 구속영장 발부를 두고 내린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영장전담 판사의 신상을 공개해 ‘조리돌림’하는 행태가 계속됐는데 김 전 장관의 석방을 계기로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무죄 선고도 아니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 등 인신을 구속할 만한 사유가 없는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게 합당하다는 결정에 대해 온갖 조롱이 쏟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분노’를 일부 정치인과 법조인들이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판사 재직 시절 SNS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패러디물을 올려 논란을 빚었던 이정렬 전 판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전 장관 석방에 대해 “법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형사수석부장 자리는 아예 대법원장이 찍어서 발령을 내는 자리”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신 판사를 ‘찍어’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판사는 “이 자리를 거쳐 간 사람들이 대체로 법원행정처를 거쳐 대법관이 된다”며 “최근 ‘사법부 블랙리스트’ 주범으로 지목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이 자리를 거쳤다”고 말했다.

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마치 사법부 내 좋은 자리를 물려가며 위의 입맛에 맞는 결정을 내리고 승진하는 구조가 있는 것처럼 해석되는 ‘나쁜 말’”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범죄를 부인하는 김관진 피의자를 구속 11일 만에 사정 변경 없이 증거인멸 우려 없다고 석방한 신광렬 판사, 우병우와 TK 동향 같은 대학 연수원 동기 같은 성향, 왜 배심제, 참심제 등 사법절차에 국민참여확대가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끼게 하네요”라고 썼다. 경북 봉화로 고향이 같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같은 해 사법연수원을 나왔다고 해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엮은’ 것이다.

한편, 신 판사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어선 가운데 김 전 장관에 이어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구속적부심사를 신 판사에게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적부심을 형사수석판사가 있는 합의부에 배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신 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