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지진 피해를 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포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포항 북구의 포항여고를 찾아 전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포항 방문 시 대통령에게 시선이 쏠려 복구 집중도가 분산될 것을 우려해 방문일을 수능 이후로 미뤄왔다.
◆여고생들에게 존칭 쓴 문 대통령=문 대통령이 포항여고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한 3학년 교실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전날 치른 수능을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평소 실력만큼은 쳤다고 생각하는 그런 분이 얼마나 돼요?"라면서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또 "(수능같이 큰 시험은) 원래 평소 실력보다 못 치는 것이 정상이에요"라면서 "늘 우리 사는 게 그렇죠?"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높임말을 하면서 '분'이라는 존칭 표현을 썼고, '우리'라고 하며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그네 3행시'로 여고생 웃게 한 문 대통령=문 대통령은 '나그네 3행시'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운을 띄우라고 한 뒤 삼행시를 읊었다. "나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그대들도 나를 사랑합니까. 네"라는 시였는데, 문 대통령은 "사실 선생님이 미리 답을 가르쳐 줬다"고 실토해 다시 한번 웃음을 안겼다.
◆포항여고 선생님들 혼낸 대통령 경호처?=문 대통령은 경호 문제 때문에 사전 예고 없이 학교를 방문했다. 포항여고 교사들은 1층 창문에서 문 대통령이 들어오는 장면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나오자 한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학생들이 (대통령이) 오시는 것을 모르는데 선생님들이 소리를 지르시면 어떻게 하냐"고 타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 어깨 위에 손이라니…'=문 대통령과 사진 촬영에서 한 여고생은 문 대통령 어깨에 손을 살포시 얹기도 했다. 이 여고생이 문 대통령 어깨 위에 손을 살짝 올린 후 놀라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짓는 모습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체 수험생의) 1%도 안 되는 포항 학생들 안전, (시험의) 공정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기 결정을 내렸다"며 포항 지진으로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 이유를 학생들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