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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의 도쿄리포트]일본 초등학생의 진짜 '등골 브레이커' 된 란도셀

도쿄|김진우 특파원 입력 2017. 11. 26. 16:25 수정 2017. 11. 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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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도셀을 메고 있는 일본 초등학생들. VONDS 란도셀 홈페이지

일본 초등학생용 책가방 ‘란도셀’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핫 아이템’이다. 수십만 원대에 이르는 가격으로, 학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등골 브레이커’로도 꼽힌다. 그런데 일본에선 이 란도셀이 진짜 초등학생들의 등골을 휘게 하고 있다. 무거운 란도셀 때문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병원이나 접골원을 찾아 요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 부족, 나쁜 자세와 함께 ‘무거운 란도셀’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신문에 따르면 11월 중순 지바(千葉)현 가마가야(鎌ケ谷)시의 한 접골원에 초등 1학년 남자아이가 진료를 받으러 왔다. 이 아이는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가 갑자기 아팠다며 “란도셀이 너무 무겁다”고 털어놨다. 이 접골원 사사키 준(佐佐木純) 원장은 “최근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도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일이 많다”며 “병원을 찾는 아이들만 최근 3년 간 4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란도셀 무게를 재본 결과 교과서나 노트 등을 넣으면 평균 5㎏ 정도가 됐다. 고학년의 경우 자료집이나 지도책까지 더해지면서 6㎏을 넘는다. 사사키 원장은 “체구가 작은 아동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세가 나쁜 아이들은 무거운 란도셀을 메면 허리가 휘어져 요통이 생기기 쉽다. 2015년 한 여론조사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아이들의 자세로는 ‘고양이등’(새우등)이 70%(복수응답)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최근 란도셀의 무게가 줄어도 내용물은 무거워지는 것이 문제다. 일본은 2010년 대 들어 학습내용과 수업시간을 줄인 ‘유토리 교육’을 폐기했는데 그 결과 교과서는 더 두꺼워졌다. 교과서협회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주요 4과목(국어, 산수, 사회, 이과) 교과서는 총 4896쪽으로 10년 전보다 35% 늘었다. 지도나 사진을 많이 활용하면서 교과서의 크기도 커졌다.

교재를 학교에 두고 다니게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도난을 우려해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른 교재까지 모두 집에 들고 가도록 지도하는 초등학교도 많다. 일부 초등학생은 주말을 앞두고 란도셀을 멘 채 멜로디언, 그림도구 세트, 실내화를 양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월요일에는 다시 들고 등교한다. 문부과학성은 “교재를 들고 하교할지 말지는 각 학교의 판단할 문제다. 체구가 작은 저학년은 상황을 잘 살펴 판단하라”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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