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지는 부동산임대업 대출] 10억 상가 구입, 변동금리로 RTI 적용땐 대출 7억서 5.4억으로

김기혁 기자 2017. 11.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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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 대비 '스트레스 금리' 최저1%P 더해 산정
RTI 1.5배 안돼 5억4,000만원까지만 대출 가능
LTI도 도입..가계·사업자대출 포함해 대출액 산정
"다주택자, 임대사업 등록 유도 정책과 어긋나" 지적도
[서울경제] 정부가 내년부터 부동산 임대업자 등 자영업자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이들에 대한 대출 규모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만큼 불어난데다 금리 변동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소득대비대출비율(LTI) 등 각종 지표를 내놓으며 자영업자가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부동산 임대업을 중심으로 대출한도 제한은 물론 업종별 대출 총량을 정한 것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임대업 여신심사 시 RTI 기준을 주택은 1.25배, 상가 등 비주택은 1.5배 이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과 유사한 지표다. RTI가 높을수록 차주가 이자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RTI 산정 시 분자가 되는 임대소득은 임대차계약서, 공신력 있는 시세 자료, 감정평가서, 주변 시세 등을 근거로 산출된다. 보증금은 평균 예금 금리를 적용해 임대소득에 합산한다. 이자비용은 해당 임대건물에 기존 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비용을 합산하고 금리 상승에 대비해 최저 1%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더한다. 3년 이상의 고정금리대출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상가 등 비주택의 경우 현재는 매매가나 분양가의 50~70%를 담보로 인정하고 있는데 RTI를 적용하면 대출 가능금액이 대폭 줄어든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의 매매가 10억원인 상가를 구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경우(은행 정기예금 금리 1.56%, 스트레스 금리 1% 가정)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는 현재는 매매가격의 최대 70%까지를 인정받아 7억원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주택 RTI 1.5배를 적용하면 연 3.6%의 변동금리대출 시 5억4,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연 4.1%의 고정금리로는 6억1,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부산에서 매매가 3억원인 주택 2채(보증금·월세 각 5,000만원·80만원, 1억원·60만원)를 취득해 동일 사업자등록번호로 임대사업을 할 경우(변동대출금리 3.6%, 은행 정기예금 금리 1.56%, 스트레스 금리 1% 가정) RTI 1.25배에 해당하는 3억3,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이번에 도입된 RTI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존 주택 및 상가 등에 대한 대출의 20% 이상이 기준 이상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지난 2014년부터 올 9월까지 한 시중은행의 임대업 대출을 분석한 결과 RTI 도입에 따라 주택은 21.2%, 비주택은 28.5%가 이번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대출이 거절되지는 않고 대출한도를 낮추거나 심사를 추가로 해 대출 가능금액을 늘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차주가 별도 소득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심사의견을 기재하고 사전에 정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승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도금 대출, 1억원 이하 소액대출이나 상속 등으로 불가피한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에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규 시설자금 대출에 한해 임대업 대출액의 일부를 분할상환하도록 했다. 담보로 잡힌 부동산의 유효담보가액을 초과한 임대업 대출은 그 초과분을 매년 10%씩 분할상환해야 한다. 유효담보가액은 담보기준가액에 은행이 정한 담보인정비율을 곱한 값에서 임차보증금 등 선순위 채권액을 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유효담보가액이 6억원인 상가를 담보로 8억원을 대출받는 경우 6억원은 만기 일시상환하더라도 초과분인 2억원은 매년 2,000만원씩 나눠 갚아야 한다.

부동산 임대업 등 특정 업종으로 자영업이 쏠리는 현상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모든 은행은 자영업의 대출 규모와 증가율 등을 고려해 매년 3개 이상 ‘관리대상 업종’을 정하고 업종별 대출 총량을 설정해야 한다. 실제 한 시중은행은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도 초과가 우려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전체 대출을 개인사업자 대출과 법인대출로 분류해 한도를 다시 나누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부동산 임대업, 요식업, 숙박업 등 3개 업종은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중 부동산 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8.9%나 될 정도로 크다.

이 밖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비슷한 지표가 개인사업자 대출에도 도입된다. 1억원이 넘는 신규 대출을 심사할 때 LTI를 참고지표로 활용하게 된다. 차주의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뿐 아니라 개인사업자 대출까지 포함해 대출 총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대출이 10억원 이상인 대규모 여신은 대출을 취급하기 전에 LTI가 적정한지를 심사해 그 의견을 기재해야 한다.

LTI는 일단 참고지표로만 쓰이지만 운영 현황에 따라 향후 관리지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521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부채 규모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거나 특정 업종으로 자영업 쏠림이 심화할 경우 강제성 있는 관리지표로 삼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1인당 평균 대출은 3억2,000만원, 소득은 4,300만원으로 LTI는 약 7.5배로 추산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경기 상황에 취약하고 부동산 임대업 등 일부 업종의 쏠림현상이 심하다”며 “임대업 RTI 도입, 분할상환 의무화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이 이처럼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 시 RTI 적용으로 대출 규모가 축소될 것을 우려해 등록을 피하는 풍조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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