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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홍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유통구조 개혁이 농정 핵심 돼야"

세종=김상훈 기자 입력 2017. 11.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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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사람]
도매·대형업체·직거래 등 유통경로간 경쟁유도해 가격왜곡 차단
빅데이터 기반 유통정보시스템 내년 구축..'맞춤 생산'으로 가야
사드로 中 수출 감소..할랄식품 인증 뚫어 이슬람 등 진출 확대도
여인홍 aT 사장 서경이 만난 사람 인터뷰./송은석기자
[서울경제] “콜라 맛도 아닙니다. 사이다 맛도 아닙니다. 좋은 물과 보리로 만든 우리의 음료, 맥콜.” 지난 1987년 한국에서는 느닷없는 ‘보리 탄산’ 대전이 벌어졌다. 일화가 내놓은 ‘맥콜’은 콜라와 사이다 등 서구 제품 일색이었던 탄산음료 시장을 단숨에 뒤흔들었다. 맥콜이 콜라의 아성을 위협하자 롯데칠성이 뒤늦게 ‘비비콜’을, 해태음료도 ‘보리텐’을 잇따라 내놓는다. 미국의 코카콜라도 ‘보리보리’라는 고유 브랜드를 출시해 이를 뒤따른다. 역사의 한 장에 숨겨져 있지만 보리 탄산으로 서구 청량음료의 아성을 흔든 주역은 다름 아닌 농어촌개발공사(현 농수산식품유통공사)였다.

농개공은 박정희 정권의 ‘농공병진’ 정책으로 1967년에 탄생했다. 1970년대 후반 들어 식량 자급률이 훌쩍 높아지면서 보리가 남아돌자 정부는 식량 자급률을 유지하고 농가소득을 그대로 이어가는 차원에서 보리 소비 진작책을 대대적으로 편다. 이의 일환으로 농개공이 1979년 개발에 성공한 것이 바로 보리 탄산이었다. 개발된 기술은 민간기업으로 이양됐고 그렇게 코카콜라를 무너뜨린 우리 음료의 신화가 쓰이게 된 것이다.

농업 선진화와 그에 따른 농가 소득증대를 반백년 지켜온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창립 50주년을 일주일여 앞둔 2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난 여인홍 사장은 자신의 임기 중 반백년 역사를 맞은 데 대해 “50년 전이면 보릿고개도 있었고 농사를 지어 자기 식구 먹이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급자족하고도 남는 시대”라며 “우리 농업 이제 세계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게 키웠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여타 FTA로 인한 개방의 물결로 농가는 위기의 파고를 맞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으로 우리 농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 농정의 최우선 과제와 관련해 “우리 농촌에는 전근대와 근대·미래가 뒤섞여 있다”며 “실시간으로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생산이 되도록 유통구조를 바꾸는 것이 농정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이현호 경제부 차장 hhlee@sedaily.com

유통구조 개혁을 농정이라는 복잡다단한 ‘그림’을 그리는 데 핵심으로 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여 사장은 “농정의 핵심은 농가가 생산해낸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칙을 바탕으로 농산물수급안정책이 짜이고 또 수요처를 발굴하기 위한 수출지원책도 나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농산물 유통구조가 특정 채널에만 쏠려 있어 작황 혹은 수요변화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해진다는 점이다. 그는 “도매시장을 통한 경로가 53%, 대형 유통업체 채널이 31%라 유통구조의 탄력성이 작다”며 이로 인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어든 것이 농산물 가격 왜곡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내린 해법은 유통 경로 간 ‘경쟁’이었다. 여 사장은 “도매시장을 거치려면 산지 수집상, 도매법인, 경매상, 중도매상 등 굉장히 복잡한 유통경로를 거쳐야 하지만 관행 때문에 바꾸기가 힘들다. 또 필요해 만들어진 것을 없앤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양한 유통경로가 활성화돼 경로 간에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 같은 노력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직거래 인증제도’다. aT는 지난해 직거래법 시행에 맞춰 올해 말까지 로컬푸드 직매장을 대상으로 인증서를 발급하기 위해 현재 막바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가와 인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매장으로 별도의 유통망을 거치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 최근 우후죽순 격으로 늘고 있는 유통채널이다.

여 사장은 “해남에 있는 배추가 서울 가락동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경매를 통해 광주로 내려가는 것이 현재의 유통구조인데 그 지역에 로컬푸드 매장을 만들면 그 같은 비효율이 사라진다”며 “엄청나게 잘되는 매장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얼치기’ 장사꾼들이 끼어들어 물을 흐리는 등의 부작용도 생겨 인증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시나브로 자리를 잡아가는 직거래 채널이 경쟁력 있는 유통경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제도적 보완책인 셈이다. 이 밖에도 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를 엮어주는 ‘꾸러미 사업’, 농산물과 간단한 가공식품만 취급하도록 한 공용 홈쇼핑 운영 등으로 유통구조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최근 aT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빅데이터 기반의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 사장은 이 플랫폼이 우리 농정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는 개방이 더 될 것”이라며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농산물이 제대로 팔리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해놓고 어디다 팔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과 수요층을 겨냥해 ‘맞춤형’으로 생산을 해야 한다”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수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은 내년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유통 비효율성도 문제지만 수급도 안정돼야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여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생산량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가격이 왔다 갔다 하는데 생산자에게 이에 대한 정보가 가더라도 다 따로 움직이면서 ‘역선택’을 한다”며 “산지 유통법인도 하나로 만들고 농가를 조직화해 움직이도록 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계획도 소개했다.

수출확대도 여 사장이 힘을 쏟는 분야다. 그는 “일본과 미국·중국 이들 세 나라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인데 사드가 딱 터지니까 헉헉거린다”며 “브라질이나 인도 등 진출하지 않았던 국가들 다섯 군데에 거점을 정해놓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벌써 나오고 있다. 올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여파에 대중국 농산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10월 잠정 기준) 감소했지만 이슬람권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유럽연합(EU) 등에서 늘면서 전체적으로는 5.8% 증가했다. 여 사장은 “우리 농식품에 대해 외국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이면서도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사드가 없었으면 수출 신장률도 상당했을 텐데 조만간 훌쩍 더 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슬람권은 aT의 농산물 수출확대의 요충지다. 여 사장은 “할랄 인증이 제약요인이지만 그것만 뚫으면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우리나라 할랄식품인증(KMF)을 교차 인증할 수 있도록 했고 아부다비에 지사도 만들었다”고 최근의 성과를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이슬람권 수출은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부정청탁방지법으로 피해를 본 화훼산업의 재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꽃 소비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확신했다. 여 사장은 “(선물가액) 상한선을 높인다고 완전히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화훼산업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화훼업계도 자정 노력을 해야 하고 국민도 꽃을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자신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올 김장철 물가는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 사장은 “고추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배추나 무 등 많은 품목의 값이 내린 상태라 전체적인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10% 내외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리=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농산물 수출하고 청년 일자리 찾고...aT의 ‘일석이조 프로젝트’ 청년해외개척단 ‘아프로’ 印·브라질 등으로 파견 수출다변화 성과 잇따라 현지 기업에 채용되기도

대학생 김보고(26)씨는 지난 8월부터 인도 남부 첸나이의 한 식품유통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우리 기업 대상의 종가집 김치를 들여와 파는 곳이다. 김씨가 인도에 간 것은 5월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청년 해외개척단 ‘아프로(AFLO)’의 일원으로 선발되면서다. 그는 섭씨 40도가 넘나드는 무더위와 싸우면서 불과 3개월간의 인턴 기간에 우리나라 최초로 인도에 김치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인턴 기간이 끝났지만 이를 눈여겨본 인도 현지 식품유통 회사가 그를 다시 인턴으로 채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인홍 사장은 청년들이 조금만 눈을 돌리면 농식품 수출시장의 역군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김씨처럼 무역·마케팅·농업 등 전공자 또는 관련 경력이 있는 청년들로 구성된 농식품 청년해외개척단 프로그램을 올해 도입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 한 차례씩 총 30명을 시장다변화 대상국 현지로 파견한다.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성과는 뛰어났다. 공사와 기업·청년으로 이어지는 상생 트리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농식품 수출시장 다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여 사장은 “청년개척단은 국내 농식품 수출업체와 청년 인재의 1대1 매칭을 통해 현지 시장개척 활동을 벌이며 농식품 수출 다변화라는 성과는 물론 수출인재 육성 프로그램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부터 7월까지 1기 31명이 활동했고 9월부터는 2기 29명이 해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청년개척단이지만 실력은 정식 직원 못지않다. 출국 전에 받는 깐깐한 교육 프로그램 덕분이다. 1주일간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기본 교육을 받은 뒤 3주간 수출기업에 출근하며 상품 공부도 하고 함께 업무계획도 세운다. 첫 개척단이 김치와 두유 그리고 김까지 화려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aT는 향후 해외시장 다변화의 일환으로 아프로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여 사장은 “안정적 수출여건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는 청년개척단을 인도·브라질·카자흐스탄·이탈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각각 4명씩 파견하는 등 5개 국가를 최우선 개척국가로 선정해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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