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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캔 만원' 공식 자리매김..'고가 전략' 안 통한 수입맥주 시장

노정연 기자 입력 2017. 1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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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에비스’ 다른 수입맥주의 2배 가격에 팔다 판매 부진에 결국 할인카드 꺼내

일반 수입맥주에 비해 2배가량 비싼 고가정책을 펼치며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일본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에비스’(사진)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이 쉽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비스 맥주를 국내에 수입판매 중인 엠즈베버리지는 에비스 캔맥주를 오는 30일부터 350㎖ 4캔에 1만원, 500㎖ 3캔에 1만원으로 할인 판매를 시작한다. 기존 가격은 편의점 기준 350㎖ 1캔에 3900원, 500㎖ 4700원으로 다른 수입맥주의 2배 정도에 달했다.

엠즈베버리지는 지난 9월 일본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에비스를 국내 처음 출시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노린 고가 정책을 펼쳐왔다.

이종완 엠즈베버리지 대표는 출시 당시 “에비스 맥주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만큼 당분간 가격 할인 등의 행사는 벌이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3개월 만에 이를 철회하고 말았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프로모션과 묶음판매로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앞세운 고가 전략이 통하지 않음을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반입된 수입맥주량은 총 22만556t으로 2015년 17만t에 비해 30% 가까이 급증했다. 맥주 수입액도 2016년 기준 1억8158만달러로 전년 대비 31.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 채널에서는 수입맥주가 국산 맥주 판매량을 역전했다.

이 같은 수입 맥주의 판매 확장에는 ‘4캔 만원’이라는 업계의 가격 마케팅도 ‘효자 노릇’을 했다. 결국 ‘프리미엄 전략’보다는 ‘가격 전략’이 우선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수입맥주들이 정확한 수입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4캔 만원’ 같은 묶음 마케팅이 실질적인 할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맥주 수입사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형성한 뒤 대폭 할인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산 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영업비,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출고가에 맞춰 세금이 부과된다. 이와 달리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관세청에 수입원가를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구조로, 유통마진을 조절해 소비자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폭의 할인행사가 가능한 것이다.

국내 주류회사들이 국산 맥주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맛있고 싼 맥주를 선택하게 된다”며 “수입맥주는 ‘4캔 만원’이라는 공식이 형성된 국내 시장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을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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