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판 '광군제·블프'가 자리 못 잡는 이유

윤경환 기자 입력 2017. 11. 27. 17:39 수정 2017. 11. 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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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가에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블프)나 광군제를 만들겠다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11번가·이베이코리아 같은 온라인업체부터 롯데·신세계그룹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거대기업까지 앞다퉈 '그들만의 행사'를 만들고 연중 최대 행사임을 홍보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온 수많은 한국판 행사 가운데 블프·광군제처럼 자리 잡을 수 있는 행사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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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생활산업부 기자

[서울경제] 최근 유통가에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블프)나 광군제를 만들겠다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11번가·이베이코리아 같은 온라인업체부터 롯데·신세계그룹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거대기업까지 앞다퉈 ‘그들만의 행사’를 만들고 연중 최대 행사임을 홍보하고 있다.

사실 한국판 블프의 원조는 2015년부터 정부 주도로 마련한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행사다. 겉포장은 내국인을 향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기간도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7일)에 맞춰 10월 한 달로 정했다. 하지만 올해 한중 관계가 악화 되면서 효과는 바닥을 쳤고, ‘정부 주도 행사는 역시 안 된다’는 인식까지 퍼졌다.

■적은 할인폭=문제는 민간 기업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시중에 나온 수많은 한국판 행사 가운데 블프·광군제처럼 자리 잡을 수 있는 행사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정부·민간 할 것 없이 대형 쇼핑행사 조성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작은 할인 폭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유통사의 직매입 규모가 커 할인 폭을 크게 키울 수 있다. 반면 한국의 할인행사의 경우 제조사의 권한이 크다 보니 재고떨이의 개념과도 멀고 유통사가 주도하는 할인 폭도 작을 수밖에 없다.

■부실한 플랫폼=두 번째 이유는 부실한 플랫폼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제를 만들기 앞서 자국 내에 압도적인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다. 대부분 기업이 각 성(城) 단위를 넘지 못하는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전국권 플랫폼 구축은 광군제가 글로벌 시장까지 흔드는 원동력이 됐다. 본래 오프라인 유통시설을 토대로 시작된 미국의 블프 역시 이제는 아마존을 중심으로 그 축이 재편됐다.

한국에서는 소비자를 이렇게 한 데 끌어모으기 어렵다. 쿠팡, 이베이 같은 온라인 기업이 네이버 수준으로 플랫폼을 키우지 못한 데다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그룹의 온라인 채널은 계열사별로 잘게 쪼개졌다. 통일된 플랫폼도 없이 정부는 기업을, 업체는 계열사만 동원해 각개전투를 하니 해외 소비자들의 직구를 유도하긴커녕 내국인들의 관심도 못 받는 실정이다.

■스토리 부재=세 번째는 스토리의 부재다. 블프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라는 상징성과 적자를 흑자로 바꾼다는 의미가 배어있다. 광군제에도 숫자 ‘1’이 외롭게 서 있는 사람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독신절(솔로데이)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본인들이 중심이 된 스토리가 있기에 소비자는 기꺼이 돈을 쓴다.

반면 한국의 모든 쇼핑행사에는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결여돼 있다. 너도나도 ‘연중 최대 할인’이라는 문구만 걸 뿐 왜 10월·11월에 하는지, 소비자가 무엇을 즐기기 위해 지갑을 열어야 하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판 블프나 광군제를 조성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대중적인 플랫폼과 소비자와 함께 만드는 스토리가 필수다. 연중 내내 붙어 있는 세일 문구에 ‘~절’, ‘블랙~’ 하는 식의 이름만 붙인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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