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일보

유통사들 정부에 떠밀려 참가.. '한국 블프' 초라한 성적

민재용 입력 2017. 11. 27. 17:51 수정 2017. 11. 27. 23:38

기사 도구 모음

"코리아세일페스타 한 달간 매출액을 하루 만에 3배 더 올리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중국 광군제(光棍節)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화려한 매출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전면 개선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블프' '광군제' 왜 못따라가나

美ㆍ中 하루에 5조ㆍ28조원 매출

34일 열린 ‘코리아 세일페스타’

전체매출 10조 8000억원 불과

국내 업체들은 재고 부담 없어

대규모 세일 필요성 못 느껴…

긴 행사기간에 할인효과도 뚝

23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오버랜드 파크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맞아 물건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전자제품 전문점 '베스트 바이' 밖에서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코리아세일페스타 한 달간 매출액을 하루 만에 3배 더 올리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중국 광군제(光棍節)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화려한 매출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전면 개선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에 유통업체들이 눈치를 보며 참가하는 형태라 시작부터 실패가 예고돼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시장조사 분석 기관 ‘어도비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미국시간 24일) 미국 100대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매출은 50억 달러(약 5조4,300억원)로 집계됐다. 통상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시즌으로 통하는 추수감사절(23일)까지 합쳐서 계산하면 이들 업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17.9% 증가한 79억 달러 (약 8조5,7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중국의 ‘광군제’ 하루 매출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 28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40%나 증가한 숫자다.

반면 지난 9월 28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34일에 걸쳐 열렸던 코리아 세일페스타의 전체 매출은 10조8,060억원에 그쳤다. 국내 주요 유통ㆍ제조업체 100여개 이상이 참가해 한 달간 전 국가적 세일 행사로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 3회째를 맞은 이 행사가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을 ‘정부 주도형 할인 행사’라는 점에서 찾고 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 광군제 모두 유통ㆍ제조사 등 민간 업체들의 필요때문에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 업체들이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미국 유통업체들은 연중 내내 물건을 직접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어 연말 전 재고를 소진하려고 50% 이상의 파격 할인 행사를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입점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형태라 재고 부담이 없는 우리나라 유통사들은 그럴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며 “이러한 국내 유통 구조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정부 주도 할인 행사에 참여하라고 하니 할인율이나 할인 품목 등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긴 행사 기간이 할인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광군제나 블랙프라이데이는 하루 이틀 반짝 세일을 하는 반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한달 이상 진행되다 보니 소비자들이 물건을 진짜 할인해 파는 것인지 체감을 못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중국 소매업체들은 광군제에 참여하기 위해 두세 달 영업을 하지 않고 팔 물건을 비축하는 경우도 많다”며 “한 달 내내 할인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파격적인 할인 가격에 팔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중심으로 펼쳐지는 국내 할인 행사에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할인 행사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전용품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할인 행사가 열리면 유통업체들이 제조업체에 그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상황이라 제조사들이 할인 행사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며 “행사 기간 동안이라도 정부가 나서 유통사들에 돌아가는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면 제조사들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할인 행사에 보다 다양한 제품을 더욱 큰 할인율을 적용해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