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급증..병원 폭리? 인식 확산?

2017. 11. 2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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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사고 진료비
양방 2년간 4%↑..한방은 69%↑
보험업계 "과도한 영업 의구심"
한의사협 "환자들 높은 만족도 때문"

[한겨레]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진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비급여 항목 위주로 진료비가 많이 늘어났다며 일부 한방의료기관이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만, 한의업계 쪽에서는 교통사고에 특화된 한방치료가 널리 알려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일축한다. 정부 쪽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관리·감독 강화와 약제 표준화 등 대책 마련에 동의한다면서도 한의업계 반발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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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6월 내놓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정보’를 보면, 자동차사고에 따른 입·통원 진료비는 2014년 1조4235억원에서 2016년 1조5558억원으로 2년 새 9.3% 늘었다. 의료기관 종류별로 보면, 양방(의·치과) 진료비는 1조1512억원에서 1조1988억원으로 4% 증가했는데, 한방(한방병원·한의원) 진료비는 2722억원에서 4598억원으로 69% 급증했다. 한방 쪽 진료비 비율이 30% 수준인 셈인데, 이는 한방 비율이 4%대인 건강보험이나 1%가 채 안 되는 산재보험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병·의원들과 달리 한방병원, 한의원은 진료 수가가 제각각인데다 한방물리요법·첩약·약침 등 비급여항목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의구심 섞인 눈초리로 바라본다. 한의업계가 과도한 ‘영업’에 나선 결과 아니냐는 얘기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이 지난 8월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척추 등을 교정하는 추나요법의 경우 1인당 진료비 상위 10% 한방병원과 하위 10% 한방병원의 평균 진료비는 각각 34만8647원, 1만3925원으로 25배 차이가 났다. 한의원에서도 상위 10%와 하위 10% 평균이 각각 55만3737원과 1만5159원으로 36배 격차가 났다. 송 연구위원은 “진료수가가 정해지지 않은 한방물리요법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한방병원 197%, 한의원 48%에 달한다”며 “합리적인 (세부) 진료수가 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첩약·약침술 등과 관련해서도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받도록 하고, 원재료의 성분·효능·원산지 표시 의무를 부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보험업계 쪽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한방치료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한의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반박한다. 교통사고 때 주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등 치료에 한방치료가 특화돼 있어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정책팀 홍미숙 부장은 “몇년 전부터 꾸준히 홍보해온 결과 한방병원·한의원에서도 자동차보험 처리가 된다는 인지도가 높아졌고, 실제 치료 만족도도 (양방보다) 더 높게 나온다”며 “2013년 초 첩약 수가가 첩당 4870원에서 6690원으로 40%가량 인상되는 등 수가가 현실화되며 자동차보험 참여 기관 수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병·의원을 이용한 교통사고 환자 수는 2014년 179만명에서 2016년 180만명으로 0.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한방은 48만명에서 72만명으로 50%가 늘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전국 300개가량 한방병원 중 100곳 이상이 광주광역시에 몰려 있다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0월 광주 북부경찰서는 허위 환자를 유치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억원가량의 요양급여비를 타낸 혐의(의료법 위반) 등으로 한 한방병원장을 구속하고, 이 한방병원에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혐의(보험범죄방지특별법 위반 등)로 가짜환자 113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지역 언론에서는 “(광주 지역 한방병원들이) 유독 개·폐업 기간이 짧아 보험범죄 의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손보업계는 진료비의 과도한 급증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건강보험에서처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관의 허위·부당진료 행위를 검사·제재하고, 진료수가 세부기준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의료기관 감독·수가기준 마련과 관련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권한 강화에 동의하면서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추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비급여 첩약 위주의 처방과 관련해서도 “심사평가원에서 표준화 방안을 검토 중이므로 향후 관련 업계와 협의해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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