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그래핀 볼', 배터리 충전 속도 5배 이상 향상..LG이노텍 'UV-C LED', 세계 최고 자외선 출력으로 멸균
[경향신문] ㆍ국내 기업들의 기술 개발 2제
삼성전자가 충전 속도를 종전보다 5배 이상 높인 배터리 소재 ‘그래핀 볼’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LG이노텍은 세계 최초로 살균 자외선 출력이 100㎽(밀리와트)를 기록한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C LED)를 개발했다. 각각 배터리 완전 충전시간을 현재 1시간에서 12분으로 단축시키고, 흐르는 물도 살균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이다.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원천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국내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은 것으로 기술의 상용화에 관심이 쏠린다.
■ 그래핀 볼, 안전·속도 다 잡았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손인혁·두석광 연구팀은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보다 충전 용량은 45% 향상시키면서 충전 속도를 5배 이상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배터리 소재인 ‘그래핀 볼’ 개발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래핀 볼을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과 양극에 적용하면 현재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충전 속도를 12분 수준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요구되는 온도 기준인 60도까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벗겨낸 얇은 탄소 원자막을 말한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4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어 급속 충전에 이상적 소재로 꼽힌다.
연구팀은 저렴한 실리카(SiO2)를 이용해 그래핀을 마치 팝콘 같은 3차원 입체 형태로 대량 합성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 팝콘 형태의 그래핀 볼을 전지의 음극 소재와 양극 보호막으로 활용했더니 충전 용량이 늘어나면서도 충전시간은 줄고, 고온 안전성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결과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5년 이내에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그래핀 볼 관련 기술에 대해 미국과 한국에 2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 연구에는 삼성SDI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최장욱 교수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와 관련한 연구성과는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필터 없는 정수기 나온다
LG이노텍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UV-C LED 제품 중 최고 출력인 100㎽ 제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초의 기술로 업계 예상보다 2년가량 빨리 목표를 달성한 것이며 향후 수처리 시장, 필터 없는 정수기 등에 대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UV-C LED는 자외선 중 파장이 200~280nm(나노미터)로 짧은 자외선을 방출하도록 설계한 첨단 반도체 광원이다. 기존 램프 방식 대신 반도체를 이용하면 수명이 길어져 거의 영구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강한 빛을 쏘아서 유해한 균을 사멸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 기술은 우선 산업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빌딩이나 자동차의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을 비롯해 오·폐수 처리와 같은 수처리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환희 LG이노텍 LED연구소장은 “기존 제품은 출력이 높지 않아 빠르게 흘러가는 물이나 공기를 살균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100㎽ 정도 출력이면 살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LG화학 등 그룹 계열사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수처리 시장에서 협업도 기대된다.
나아가 출력이 더 강해지면 궁극적으로는 필터가 필요 없는 정수기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LED인사이드는 UV LED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억6600만달러에서 2020년 5억2600만달러로 세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UV-C LED가 같은 기간 2800만달러에서 2억4400만달러로 약 9배 늘어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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