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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李총리 "놔두면 병리현상 된다"는데..뚜렷한 해법 내지 못하는 금융당국

김기혁 기자 입력 2017. 11. 28. 17:31 수정 2017. 11. 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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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해킹등 잇따른 피해에도
"조만간 정부입법" 말만 되풀이
일본처럼 정부관리 체계화 필요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상화폐가 투기화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대로 두면 심각한 왜곡현상이나 병리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관련부처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서울경제]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가상화폐가 투기화 되는 현실”이라며 공개 경고했다. 이 총리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1,100만원을 넘어섰다”며 “거래량이 코스닥을 능가하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그렇다 보니 청년, 학생들이 빠른 시간에 돈을 벌고자 가상통화에 뛰어든다거나 마약 거래 같은 범죄나 다단계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 현상이나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장이 제도 밖에 방치 된 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관련 부처에 대응책 마련에 서두를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 총리가 가상화폐 투자가 사회 ‘병리현상’으로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지만 가상화폐 관련 핵심부처인 금융 당국도 뚜렷한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도 관련 공청회만 열릴 뿐 구체적인 입법 보완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 급등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벌어지는 해킹 등 잇따른 문제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금융 당국 입장에서 가상통화를 화폐인지 투자상품인지 정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9월 말 기획재정부·국세청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연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나온 추진 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정부는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신용공여행위 금지 △가상통화 관련 유사수신행위 규제 명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 위험이 높아지고 투기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더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의 입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투기 양상마저 보이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국내 운영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를 중국처럼 아예 폐쇄하거나 인가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면밀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래소를 폐쇄하면 기존 투자자들의 반발이나 시장원리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일본처럼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할 경우 가상화폐 거래를 정부가 승인하는 것처럼 비쳐 오히려 투기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거래소 인가제를 허용하면 자칫 정부가 가상화폐를 인정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 인가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상화폐가 통화가 아니라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

국회의 비협조가 금융 당국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의원 입법 형식으로 법안 통과를 추진하려 했지만 여야 모두 규제 일변도인 정부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정부 입법으로 방향을 틀어 밀어붙일 방침이다. 당초 금융위는 정부 입법 방식으로 연내 통과를 목표로 했지만 통상적인 정부 입법 절차가 6개월 이상 걸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업을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해 ‘원칙 불법 예외 허용’으로 다루고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입법안에 모두 담기로 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 구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처럼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통해 정부의 관리를 체계화해야 하는 게 현실적인 1단계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 인가제를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인터넷쇼핑몰과 동일한 통신판매업자로 규정돼 투자자 보호에 관해 금융 당국의 규제 법망에서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빗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서버 다운 등으로 막대한 투자자 손해가 발생해도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는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는 것이어서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총리가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화하면서 사회 병리현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만큼 부처들 간 조율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 당국은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해 국제적인 공조는 더 강화할 방침이다. 다음달 1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인천 송도에서 금융감독 당국 고위급 회담을 열고 가상화폐 문제의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자금 이동이 수월한 점을 이용해 자금세탁에 가상화폐가 이용되고 있다는 국제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해법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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