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 잘못 들어갔다가 4배 통행료.. 화가 난다

고상만 입력 2017. 11. 2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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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구간 모른다며 최장요금 청구.. 사업소 태도가 더 황당

[오마이뉴스 글:고상만, 편집:홍현진]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0월 25일 고속도로 전주 톨게이트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하이패스 차로와 차로를 건너던 40대 중년 여성이 그만 달리던 시외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한편 사고 여성이 하이패스 차로를 건넌 이유가 밝혀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사고 여성은 하이패스 단말기를 부착하지 않은 채 실수로 하이패스 구간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이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여성은 고속도로 주변에 정차한 후 통행권을 발급받기 위해 차 밖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하이패스 구간을 과속으로 통과하던 버스와 충돌하면서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자 언론에서는 '하이패스 구간으로 잘못 진입했을 때 행동 요령'을 기사로 송고했습니다. 거의 대부분 비슷한 논조였는데 일단 잘못 진입했어도 걱정하지 말고 그대로 통과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추후 요금을 후납 정산하면 아무 문제가 없고 추가로 비용을 더 내는 등 불이익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와 달리 제가 경험한 사례는 달랐습니다. 이것이 합당한 업무 처리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다른 고객 분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글로 쓰기로 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9월의 일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미납 통행료

지방의 모 단체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아내와 여행 겸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해서 예정된 강연을 마치고 다음날 전북 군산을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마침 지역 축제가 있다고 해서 여행 겸 들린 것입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귀가하는 길.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후의 일입니다. 집으로 한 장의 청구 고지서가 도착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때 여행중 고속도로 하이패스 구간에 잘못 진입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런 실수가 벌어진 이유는 우리 집에 차가 2대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제가 운전하는 차에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부착되어 있는 반면 아내가 쓰는 경차에는 단말기가 없는데도 무심결에 하이패스로 진입한다는 것입니다.

그날도 그런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후납 고지서가 오면 처리하곤 했는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고지서를 뜯어서 청구 금액을 확인한 후 저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예상한 것과 달리 터무니없는 액수가 써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가 예상했던 청구액에 비해 과한 요금이었기 때문입니다.

 청구된 최장 요금. 실제 청구비용은 2,550원인데 민자도로 사업소는 1차부터 바로 4배에 달하는 11,800원을 청구했다.
ⓒ 고상만
기억하기에 제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발한 곳은 군산 IC이었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던 중 내비게이션이 뜻밖의 길로 안내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주 IC에서 지방도로로 내려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고속도로가 밀리니 그런 듯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시에 따라 공주 IC에서 요금 지불 후 내려왔는데, 문제는 그 후 제가 어디로 해서 동시흥 IC까지 왔는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달여 시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지서에서 청구해 온 액수는 아무리 계산해도 나올 수 없는 요금이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내려온 공주IC에서 동시흥 IC까지 다시 운행하여 온다 해도 나오는 통행료가 5,100원입니다. 이를 경차 적용하여 계산하면 2,550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4배에 해당하는 비용이 청구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이없는 요금 청구에 의아해하자 곁에 있던 아내는 "내가 그냥 낼 테니 고지서를 달라"며 상황 수습만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거기서 청구하는 이유가 있어서 달라고 하겠지 설마 그냥 달라고 하겠냐"며 "신경쓰지 말고 얼마 안 되는데 그냥 내자"며 화가 난 저를 달래는 것이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액수는 맞지만 사실 그리 큰 돈은 아니니 귀찮아서 그냥 낼까도 싶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겁니다. 어떤 경로로 제가 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올 수 없는 액수를 청구하니 돈은 두 번째고 제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일단 확인해 보고 내겠다"며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알게된 진실, 과연 무엇일까요?

상담원의 황당한 답변

다음날 저는 문제의 고속도로 민자 사업소로 전화를 했습니다. 한참이 걸려서야 겨우 연결된 상담원. 사실 이런 문제로 전화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이 일이 얼마나 짜증나는 행위인지 압니다. 한참 걸려도 내내 통화중, 그러다가 "상담원과 대기 시간이 길어 통화가 안 되오니 잠시 후 다시 걸어달라"는 안내 멘트와 함께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절차를 거치며 여하간 기다렸더니 연결된 상담원. 저는 제가 받은 고지서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원의 태도가 특이했습니다. 상담원은 내내 "어디에서 진입했는지 아냐?"는 것만 물어 왔습니다. 모른다고 하니, 그럼 청구한 요금을 내야 한다는 답변만 주는 것입니다. 저는 한달이나 지난 사소한 일을 어찌 다 기억할 수 있냐며 "차량번호로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래서 알게된 황당한 사실. 사실 상담원은 제가 어떤 경로를 거쳐 운전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군산 IC로 진입후 공주 IC로 나갔다는 것까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CCTV로 행적을 확인하고, 그러니까 이후 차량 소유자의 집 주소로 청구 고지서까지 보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상담원은 여기까지는 알지만 이후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한 곳은 알지 못한다며 "이런 경우 가장 먼 거리에서 진입한 것으로 간주하여 통행료를 청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이가 없어 "그럼 지금 저에게 청구한 이 금액은 어디 기준으로 청구한 것이냐"고 물으니 상담원은 우물쭈물 하다가 "부산"이라고 했습니다. 즉 부산에서 동시흥까지 운전한 것으로 판단하여 요금을 청구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 따졌습니다. 상담원도 제 차가 그 시각 직전에 공주 IC로 나와 다시 어딘가로 들어가 동시흥 IC로 빠져 나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청구한 고지서에 의하면 제가 공주 IC에서 다시 국도를 이용하여 부산까지 간 후 그곳에서 다시 동시흥 IC까지 운전했다는 것을 가정하여 청구한 액수인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며 소요 시간만 계산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가정하에 고객에게 극히 불리한 행정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이 너무도 기가 막혔습니다. 이에 화가 난 제가 조목 조목 따지니 상담원은 또 다른 말을 했습니다.

"저희가 고객님이 어디로 이동한지 모르니 일단 이렇게 고지서를 보내면 지금처럼 고객님이 전화를 주실 것 아닙니까? 그러면 그때 통행료를 조정해서 다시 보내드리면 되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서 상담원은 그날 제가 공주 IC로 나온 후 국도를 이용하여 올라와 북평택 IC로 진입하여 동시흥 IC로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어보니 그제야 저도 기억이 났습니다.

그랬습니다. 바로 그 경로로 제가 갔던 것입니다. 그러자 상담원은 기존 청구한 '11,800원이 아니라' 경찰 할인을 적용하여 2,550원만 고지서로 입금하면 된다며 마치 선심쓰듯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선심 쓴 것, 맞나요?

걸리면 다행, 아니면 말고?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끝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미납 통행료 청구 행위입니다.

이에 대해 해당 사업소에 재차 전화하여 문의하자 상담원은 "진입 구간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경우 최장 요금을 청구하도록 법 규정이 되어 있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해당 사업자가 이러한 시스템상 문제로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처럼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 있을까요?

단언컨대, 오늘 당장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현 시스템을 그냥 두고 있는 것은 손해가 아니라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패스 구간에 착오 진입한 후 그냥 통과해도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언론 보도를 믿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제가 겪은 이 사례는 저만의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유사 사례를 찾아 보기 위해 기사 검색을 해 보니 굉장히 많은 피해 사례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일까요?

처음 청구서를 받고 난 후 "뭐 알아서 청구했겠지" 하며 그냥 내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혹은 귀찮아서 그냥 내는 사람도 있고 또는 고지서를 무시한 채 내지 않는 나쁜 고객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내야 할 돈을 내지 않는 사람 대신 무리한 청구지만 '그냥 내는 호갱님을 대상으로 그 부족분을 채우겠다는' 관점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업 방식입니다.

전화한 사람은 무리하게 청구한 통행료를 조정해 주고, 아닌 사람은 그냥 당하라는 식의 잘못된 관행 역시 '적폐'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착오 진입 후 통행권을 발급받으려다 사고를 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또 발생하지 말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고 국회는 유료도로법 20조 최장요금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유료도로법 20조
*제20조(부가통행료의 부과ㆍ수납) ① 유료도로관리청 또는 유료도로관리권자는 해당 유료도로를 통행한 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내지 아니하였거나 할인받았을 때에는 그 통행료 외에 내지 아니하거나 할인받은 통행료의 10배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행료(附加通行料)를 부과ㆍ수납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유료도로로 진입한 장소가 분명하지 아니할 때에는 통행료를 낼 장소에서 가장 먼 거리를 통행한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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