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공적연금의 차별, 개혁 시급한 군인연금

입력 2017. 11. 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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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연금은 현재 기여금 부담을 인상하고, 지급률을 인하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일부분 확보했으나, 국가보전금과 부담금을 포함하면 약 80%에 달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충당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돈은 무엇일까? 바로 국민연금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기금 고갈을 우려하여 대규모 국민연금 반대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흔적이 사라진 것은 국민연금 수령자가 전 국민의 10%를 넘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복지혜택을 누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반대여론도 사라진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국민연금을 적립해서 운영하는 나라는 칠레와 한국 등 여섯 나라에 불과하고, 유럽 등 나머지 나라들은 고갈상태이다. 그런데도 그 나라들이 조용한 것은 조세로 부족분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군인연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 수급시기, 기여금에 비해 높은 연금액수와 함께 퇴역 시 계급이 높을수록 연금수령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중장·대장 계급은 430만원 이상의 연금을 매달 받는데, 이들이 전체 군인연금 수급자의 6%에 해당한다. 사진은 지난 9월 안보현장 답사에 나선 장성급 예비역 모임인 성우회 회원들. / 성우회 홈페이지

하지만 고갈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된 원인은 해결이 되지 않았다. 정부가 법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지급보장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국민, 공무원, 군인, 사학 네 가지인데 이 중 국민연금만 법정 지급보장을 해주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지급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국민연금 적립금이 14일치에 불과하지만(2003년) 그러한 상황이 정치 이슈도 되지 않는다.

정부가 지급보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부채통계 때문이다. 지급보장을 하는 순간 500조원이 넘는 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그것을 우려해서 계속 버티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군색한 변명이다.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은 만들 때부터 지급보장을 해왔다. 바로 공무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공무원도 부러워하는 군인연금

그런데 공적연금 사이에서도 차별이 있다. 우선 공무원연금은 신입공무원부터는 국민연금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공무원이 근속연수가 길고 최근 소득이 높아 수령액이 차이가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끊임없이 통합 논의가 있어 왔고, 이제 지급기준도 차이가 없다면 통합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학연금은 여전히 지급기준이 높아 논쟁 대상이지만 앞으로 적자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지급기준이 내려갈 것이다.

군인연금법 제39조에 의거, 국가의 부담금은 군인의 정원에 의하여 매 회계연도 그 보수예산의 7%를 낸다. 2018년 예산만 해도 2조8000억원이 지출될 예정이다. 군인연금의 부족분을 국가에서 전액 보전하고 있는데,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나 그럼에도 국가의 부담이 매우 커서 재정건전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13년 이후로 보전금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개인기여금 비율을 인상(5.5%→7%)하고, 지급률을 떨어뜨린 것(보수월액→기준소득월액) 때문이다.

문제는 군인연금의 혜택이 공무원들이 보기에도 과하다는 점이다. 우선 군인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이른 수급시기, 그리고 기여금에 비해 높은 연금액수라고 할 수 있다. 군인연금은 20년(19.5년)을 복무하게 되면 전역 즉시 수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는 우리나라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수급연령이 65세(국민연금의 경우 1965년 이후 출생자)부터 받을 수 있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큰 특혜이다. 따라서 재직기간 20년 기준 수익비를 보면 국민연금이 약 1.19배, 공무원·사학연금이 약 1.37배인 데 비해 군인연금의 경우 1.87배로 굉장히 높은 수준(보건사회연구원·2012년)이다.

다음은 액수가 크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전체 군인연금 수령자의 평균 금액은 255만원(2016년)으로 공무원연금 평균 금액인 233만원보다 높고, 평균 금액 이상을 받는 수급자의 수가 전체 8만7134명 중 5만404명으로 57%(2015)에 해당한다. 연금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유는 계급이 올라갈수록 연금수령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중령 이상 계급은 퇴직 시 평균 연금수령액이 300만원을 넘으며, 중장·대장 계급은 430만원 이상의 연금을 매월 수령하게 된다.(2014년 국방통계연보)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최고 수준인 361만원 이상 수급자의 수가 5374명으로 전체 군인연금 수급자의 6%에 해당하며, 금액은 약 2328억원으로 전체 군인연금의 10%에 달한다. 300만원 이상 수급자는 2만5128명(28%)으로 전체 지출의 약 40%에 달한다.

군인연금은 고위군인들의 황제연금?

따라서 군인연금 개혁이 절실하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계속해서 개혁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군인연금의 개혁은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재 기여금 부담을 인상하고 지급률을 인하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일부분 확보했으나, 국가보전금과 부담금을 포함하면 약 80%에 달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충당하고 있다.

군인들에게 보상이 좀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 맞지만, 연금 격차가 너무 커지게 되면 군과 사회의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게다가 그 갈등의 대부분이 군 고위층이 혜택을 보는 것에 대한 것이라면 차후에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수입부문에서 고치기보다는 지출부문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한 방안으로 수급연령을 늦출 필요가 있다. 이미 2009년에 ‘수급연령 65세’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에서 권고한 적이 있다. 군인연금의 즉시 수급에 대한 근거로 군인들의 재취업률이 낮다는 문제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재취업률이 낮은 것은 낮은 계급에 속한 이들이다. 위관과 부사관 계층은 대부분 연금 수급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이들은 연금 수급보다는 적절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장군의 경우 재취업률이 85%에 이른다, 얼마 전 국방부 장관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에서는 군의 전문화·첨단화를 이루기 위해 간부 계층의 비율 확대를 공약한 바 있으며, 부사관 이상의 간부계급이 늘어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군인연금의 크기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라도 개혁이 필요하다. 돈, 명예, 권력을 다 가지려 하면 갈등은 커지게 된다.

참고로 경실련의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월 200만원의 연금을 받으면서 건강보험을 내지 않는 사람이 14만4808명인데, 이 중 공무원연금 11만1671명, 사학연금 1만6673명, 군인연금 1만6144명, 우체국연금 320명이다. 전원이 공공부문이다. 국민연금에는 고소득 수령자가 없기 때문이다.

<정창수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나라살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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