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보스베이비」-반려동물 시장 치열한 경쟁 '펫코노미'

입력 2017. 11. 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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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는 아이들의 적이다! 기발해도 이렇게 기발할 수가 있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아이 우는 소리가 잦아드는 만큼 반려동물 짓는 소리는 커져간다. 과연 반려동물은 아이들과 함께 뒹굴 수 있는 보완재인가, 아니면 아이들을 가정에서 몰아내는 대체재인가. 톰 맥그라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보스베이비>는 “당연히 대체재”라고 외친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외동아들 팀. 세상에 완벽한 숫자는 3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하다. 어느 날 팀 앞에 아기 동생이 나타난다. 쫙 빠진 검은 양복에 검은 수트케이스를 입은 멋쟁이 아기. 알고보니 그는 베이비주식회사의 상급관리자 ‘보스베이비’다. 베이비주식회사의 라이벌은 세계 최대의 애완견 회사인 퍼피주식회사. 퍼피주식회사는 신종 강아지를 출시할 예정이다. 영원히 늙지도, 자라지도 않는 강아지란다. 신교배종 강아지는 부모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부모들은 더 이상 아기를 갖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기사업도 망한다. 위기의식을 느낀 베이비주식회사는 보스베이비를 세상에 파견한다. 신종 강아지가 세상에 보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보스베이비>는 ‘펫코노미’ 시대 기업전쟁을 다룬다. 펫코노미란 반려동물(Pet)과 경제(Economy)가 합쳐진 말로 반려동물과 관련된 시장 혹은 산업을 말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450만 가구로 5가구 중 1가구꼴이나 된다. 인구 수로 보자면 1000만 인구가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키우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존재다.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펫팸족’이라고 한다. 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다.

펫팸족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를 보면 반려동물에 한 달 평균 20만~50만원 미만을 쓰는 사람이 20.1%에 달한다. 관련 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동물병원은 물론이고 펫카페, 펫호텔이 생겼다. 반려동물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펫파크도 있다.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도 접목됐다. 집안에 CCTV를 설치한 뒤 스마트폰을 통해 반려동물을 지켜볼 수 있다. 어두워지면 집안의 불이 자동적으로 켜진다. 혼자 있는 반려동물이 심심할까봐 반려동물 TV 채널은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금융회사도 가만 있을 리 없다. 반려동물을 위한 상해보험이나 적금 등 금융상품도 나오고 있다.

펫 관련 IT 스타트업도 많다. ‘펫닥’은 수의사가 반려동물을 진찰하고 진료를 해주는 앱이다. 페오펫(입양), 러브핫핏(패션), 21그램(장례), 도그메이트(펫시터) 등 다양한 펫서비스가 나와 있다. ‘펫미업’이라 부르는 택시 서비스도 있다. 반려동물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주는 서비스다. 차량에는 펫 전용 시트와 안전벨트, 배변패드, 기저귀 등이 구비돼 있다. 먹을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반려견을 위한 음료를 내놨다. 이른바 ‘퍼푸치노’다. 반려동물 시장이 이런 속도로 성장하면 2020년에는 시장규모가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베이비의 엄마와 아빠는 퍼피주식회사에서 신제품 출시 마케팅을 담당한다. 베이비주식회사는 아기들에게 부모를 지정해주는데 하필이면 왜 경쟁사의 자녀가 되게 했을까. 만약 퍼피주식회사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스베이비를 보낸 것이라면 보스베이비는 ‘산업스파이’로 볼 수 있다. 생후 7개월의 세계 최연소 산업스파이 말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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