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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STX조선, 없애는 게 더 이익일까

성세희 입력 2017. 11.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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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수주 못한다는 가정 아래 존속 가치 산정
최악 넘긴 STX·성동조선, 흑자 전환
英클락슨, 2018년 발주 물량 상향 예측
경상남도 통영시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모습. (사진=성동조선해양)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정부가 다음 달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조선업계는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견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구조조정 대상업체로 떠올랐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버틴 조선업계는 풍문을 흘리는 은행권 움직임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경쟁력 높은 중견 조선사를 없애면 중국으로 주도권을 빼앗긴다고 우려했다.

◇성동조선, 청산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다?

30일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청산 가치가 7000억원으로 존속 가치(2000억원)보다 세 배 이상 높다고 집계했다. 청산 가치는 성동조선해양이 보유한 부품과 자산 매각 가격을 토대로 매겨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의 인건비 수준이 대형 조선 3사보다 낮지만 신형 설비를 갖추고 있어서 수주 원가는 높은 편”이라며 “성동조선해양이 원가보다 낮게 수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동조선해양이 저가 수주하면 적자를 낼 수 있으므로 채권단이 반대했다”라고 덧붙였다.

존속 가치는 성동조선해양이 올해 5월 그리스 선주로부터 수주한 유조선 건조 물량 5척 가격을 토대로 매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동조선해양은 11만5000톤급 원유 운반선 다섯 척 건조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가격은 유조선 한 척당 약 4400만달러(약 478억원)다.

은행권은 성동조선해양이 추가 수주를 따내지 못한다는 단정 아래 존속 가치를 산정했다. 최종 실사 보고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확정되지 않은 청산 가치가 알려지자 성동조선해양 측은 당황했다. 은행권이 성동조선해양의 유·무형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 등을 외면하고 수주 물량만을 토대로 가치를 산정해서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영업 중인 회사를 거론하며 청산 가치를 운운하는 건 추가 수주를 가로막는 행위”라며 “회사의 기술력과 설비가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존속 가치를 터무니없이 낮게 잡았다”라고 지적했다.

◇성동조선·STX조선, 구조조정·법정관리로 자력갱생 中

성동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 아래 회사를 운영 중이다. 최근 몇 년간 적자를 기록하던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금융권 지원 등을 통해 회복 조짐을 보였다. 성동조선해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 132억원과 34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흑자 전환한 성동조선해양은 2016년 회계연도 기준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약 391억6300만원과 1조7727억원으로 올라섰다.

산업은행 산하에 있는 STX조선은 올해 법원에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아 부채를 상당 부분 털어냈다. 올해 상반기 STX조선은 영업적자 142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지난 2분기부터 흑자 전환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60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최악의 수주절벽을 기록한 조선업계는 2018년부터 턴어라운드(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 기관 클락슨(Clarksons)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신조 발주 물량은 1134척으로 올해 890척보다 27.4% 증가할 전망이다. 클락슨은 세계 경제 성장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2003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강력한 친환경 규제를 시작하게 되면 발주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세계 주요 해운업체가 이산화황을 다수 배출하는 노후 선박을 조기 폐선하고 친환경 선박 건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지난 9월 약 2000억엔(약 2조원)을 투자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 운반선 20여척을 건조하기로 했다. 또 이달 들어 프랑스 해운사인 CMA CGM가 LNG를 연료로 쓰는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등 새로운 조선 시장이 열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수주 절벽을 지나면서 신조 수주량이 증가하는 조짐을 보인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쟁력 있는 조선사까지 없애면 중국에 주도권을 완전히 넘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성세희 (luci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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