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왕자 약혼녀 메건 마클, 프린세스가 될 수 없는 이유

서정민 2017. 12.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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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왕위 계승서열 5위 해리 왕자의 내년 5월 결혼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결혼 상대는 미국 배우 메건 마클.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 결혼 이후 6년만의 로열웨딩을 앞두고 영국에선 새로운 프린세스의 탄생을 고대하는 분위기다.
내년 5월 윈저궁의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조지 성당은 해리 왕자가 어머니 다이애나의 품에 안겨 세례를 받은 곳이다.
하지만 해리 왕자와 결혼을 해도 마클은 ‘프린세스 메건(Princess Megan)’이 될 수 없다. 장남인 윌리엄 왕세손과 결혼한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이 ‘프린세스 캐서린(Princess Catherine)’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우리가 흔히 ‘프린세스 다이애나’라고 부르는 두 왕자의 모친도 엄밀히 말하면 프린세스가 아니다.
영국 왕실 전례에 따르면 프린세스는 왕족의 피를 물려받은 왕실 직계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칭호다. 왕실혈통이 아닌 메건 마클이나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윌리엄 왕세손빈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 내외. 윌리엄은 아버지 찰스에 이어 왕위 계승서열 2위다.
‘케이트’라는 애칭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서린 미들턴은 2011년 윌리엄 왕세손과 결혼함과 동시에 ‘윌리엄 오브 웨일즈 왕자비전하(Her Royal Highness, Princess William of Wales)'가 됐다. BBC를 비롯한 영어 기사에서는 공식직함으로 ‘케임브리지 공작부인(Duchess of Cambridge)’으로도 쓴다. 윌리엄은 결혼 당시 ‘케임브리지 공작’이라는 작위를 받았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의 이혼한 전처 사라 퍼거슨과 여왕의 셋째아들 에드워드 왕자의 부인 소피 존스는 어떨까. 이들 역시 프린세스의 칭호를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메건 마클의 정식 칭호는 ‘해리 오브 웨일즈 왕자비전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린세스 케이트’나 ‘프린세스 메건’이 정식 호칭이 될 수는 없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여동생인 마가렛 공주(왼쪽)와 여왕의 딸인 앤 공주. [중앙포토]
엘리자베스 여왕의 여동생인 고 마가렛 공주는 왕실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프린세스 마가렛(Princess Margaret)’으로 불렸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딸 앤 공주도 같은 이유에서 프린세스로 불리고 있다. 물론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낳은 딸 베아트리스와 유지니 모두 프린세스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프린세스 다이애나’로 부르는 고 다이애나비는 어떨까. 스펜서 백작가문의 딸로 태어나 결혼 전에도 ‘레이디 다이애나 스펜서’였던 다이애나. 찰스 왕세자와 결혼해 윌리엄과 해리 왕자를 낳았지만 그 역시 공식적으론 프린세스는 아니었다. 다이애나의 공식 칭호는 ‘프린세스 오브 웨일즈(왕세자빈)’였고,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뒤에는 ‘프린세스 오브 웨일즈, 다이애나(Diana, Princess of Wales)’의 칭호를 받았다. ‘프린세스 다이애나’라고 부르는 근거다.

윌리엄과 해리 두 아들을 남기고 지난 1997년 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모두가 그를 '프린세스 다이애나'로 기억한다. [중앙포토]
로열패밀리의 일원이 이혼 등의 이유로 지위가 바뀌었을 때 새로운 칭호를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왕실 입장에선 국가를 통치하는 군주로서 자신들의 주요 업무와는 직접 상관은 없지만 나름의 높은 지위에 있는 가족의 일원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직함이나 호칭을 주는 게 편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여왕의 사촌들은 글로스터 공작과 켄트 공작의 지위를, 여왕의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는 1936년 미국인 이혼녀인 심슨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버렸지만 ‘윈저 공작’이라는 새 직함을 줬다.

BBC의 니콜라스 위첼 왕실전문 편집위원은 “‘공작’이라는 지위는 결혼을 계기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왕실 맴버에게 섣불리 ‘공주’나 ‘왕자’의 칭호를 주지 않으면서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럴싸한 칭호가 ‘공작’”이라고 설명한다.

앤드루 왕자가 86년 사라 퍼거슨과 결혼했을 때 여왕은 차남에게 ‘요크 공작’의 작위를 부여했고, 이에 사라 퍼거슨도 ‘요크 공작부인’이 됐다. 왕실은 이혼 후에도 사라가 이 호칭을 쓰도록 허락했다. 마찬가지로 여왕의 삼남 에드워드 왕자는 소피 존스와 결혼하면서 ‘웨섹스 백작’의 작위를 받았고 신부는 ‘웨섹스 백작부인’이 됐다.

해리 왕자와 결혼하는 메건 마클도 이런 절차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국에서는 ‘서섹스 공작’ ‘올바니 공작’ ‘글라렌스 공작’ 등 오랜 세월 사용되지 않았던 작위들이 거론되고 있다.

젊은 시절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필립공은 예외적으로 왕자의 칭호를 받았다. [중앙포토]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은 결혼과 동시에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됐지만, 예외적으로 그의 칭호는 ‘프린스 필립’이다. (필립공은 원래 그리스의 왕자였다) 47년 여왕과 결혼했을 때 당시 조지 6세가 딸의 남편인 필립공에게 ‘에딘버러 공작’의 지위를 부여했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은 왕위에 오른 뒤인 57년 2월 ‘연합왕국의 프린스(Prince of the United Kingdom)’ 형태로 남편에게 프린스의 칭호를 줬다.

다시 말하면 여왕이 마음만 먹으면 미들턴 왕세손빈과 메건 마클에게도 ‘프린세스’의 칭호를 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왕실의 특성상 ‘프린세스 메건’ 의 탄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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