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아내가 무섭다"..'귀가 공포증' 걸린 남성들

이동준 입력 2017. 12. 7. 13:02 수정 2017. 12. 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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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처였던 가정이 남성들에게 공포가 되고 있다. 정확히 집이 아닌 아내들이 그렇다.
아내에게 두려운 감정을 느낀 남성들은 야근을 자처하거나 퇴근 후 밖을 떠도는 등 집을 멀리하게 됐다. 그 후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 문제로 지적된다.  
안식처였던 가정이 남성들에게 공포가 된 후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 문제로 지적된다.
■ 기혼남성 4명 중 1명은 귀가 공포증 환자
귀가 공포증은 아내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불안, 대화의 어려움 등으로 심리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아 아내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최근 이러한 문제가 기혼남성에게서 확산하자 일본 리서치 포털이 기혼남성 330명을 대상으로 귀가 공포증을 앓는지 묻자 무려 4명 중 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은 증상을 두고 ‘연애 시절 찾아볼 수 없었던 아내의 변한 모습’과 ‘경찰심문을 방불케 하는 압박. 그리고 수없이 발생하는 요구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일부는 아내의 의부증세로 무려 1년 넘게 집 밖을 떠돌며 지내는가 하면, 돌변한 아내와 떨어져 지내기 위해 별거나 이혼조정신청을 하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남성들은 귀가 공포를 느낄 때면 지인과 밤늦도록 시간을 보내거나 만화방, 커피숍, 차에서 잠을 청한다고 말했다. (사진= ATV 방송화면 캡처)
■ 남편이 귀가 공포를 느끼는 메커니즘
이러한 공포는 작은 일이 쌓이고 커져 발생한다.
부부 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는 부부크리닉 고바야시 미치코 원장은 사사로운 부부싸움이 반복된 후 여기서 발생한 생각의 차이가 문제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다툼 후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말과 화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아내는 이런 남편 모습에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된다.

이에 남편은 골치 아픈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집 밖으로 나돌며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남편이 도망치는 모습에 아내는 그들을 뒤쫓아 구석으로 몰아붙여 문제를 키운다.
그 결과 남성들은 점점 아내를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여기며 두려워하게 되고, 앞선 현상이 심화해 남성들은 점점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후 방황에 지친 남성들은 아내에게 이혼서류를 내밀거나 다른 여성을 만나 정착하게 되면 부부 사이는 종말을 맞는다"며 아내에게 공포를 느끼는 남성들은 자상하고, 참을성과 사려가 깊으며 분쟁을 원치 않는 평화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이어 번거로움과 복잡함을 싫어하고 과거 어머니 또는 이성에게 관심을 넘어선 집착을 경험한 남성이 이러한 공포에 쉽게 사로잡히는 특징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 귀가 공포 장기화=부부관계 단기화
귀가 공포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은 부부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남성들은 귀가 공포를 느끼면 동료, 친구 등 지인과 밤늦도록 시간을 보내거나 만화방, 커피숍, 차에서 잠을 청하는 등 단기적인 대안을 우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길어질수록 부부간의 골은 깊어진다.
아내의 의부증세로 고통받은 한 40대 남성은 1년 전쯤 집을 나와 지금도 거리를 떠돌며 방황하고 있다.

그는 앞서 남성들의 공통된 의견과 “아내의 심한 집착, 병적인 의심증세가 힘들다“며 ”외도를 하고 의심을 받는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허상에 사로잡혀 남편을 신뢰하지 않는 아내에게 큰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되레 ‘내가 나쁜 사람인가’ 고민하게 된다”며 “마음의 안식처였던 집은 더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괴로운 심정을 밝혔다.
아내의 의부증세로 고통받은 한 40대 남성은 자신을 "신뢰 못 하는 아내에게 큰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ATV 방송화면 캡처)
■ 아내들의 무리한 요구, 남편을 힘들게 한다
한편 일본에서 올해 유행어로 선정된 ‘독박가사’도 귀가공포를 조장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맞벌이가 아닌 전업주부들이 일하는 여성들처럼 가사를 분담하자는 주장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남편이 집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단정하며, 밤늦도록 일하고 귀가한 남편에게 가사를 떠넘긴다.

남성들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모르겠지만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가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며 “격무에 지친 상태 밤늦도록 집안을 강요받는 건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아내들의 무리한 요구가 남편을 힘들게 한다. 남편들은 "밤늦도록 집안을 강요받는 건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하소연한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반면 남성들의 요구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른 설문에서 ‘도시 남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내의 모습’을 묻자 그들은 불평 없이 미소를 잃지 않고, 집안 일에 매달리기보다 직업 또는 재테크로 경제적인 지원과 여성만의 미각을 뽐낸 요리실력 그리고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을 것 등을 손꼽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들은 맞벌이는 현실적으로 가능지만, 다른 요구사항은 개인차가 커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부담이라는 의견이다.

이밖에도 아내의 폭력·폭언, 잔소리, 결혼에 대한 후회, 다른 남성과의 비교, 외도 등이 남성을 힘들게 하고 아내에 대한 공포로 몰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서로 다른 남녀가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수십 년간 서로 모르고 지냈던 남녀가 어느 날 하나가 되는 결혼생활에서 불화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앞서 전문가 지적처럼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된 불화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결혼은 서로 다른 남녀가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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