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촘스키·노벨상 겐자부로.. "제국의 위안부 유죄 판결은 파쇼"
대법 상고심 위한 지원 모임 발족 "국가가 학문의 자유 막아선 안돼"
국내외 유명 학자와 예술인 등 98명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며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60) 세종대 교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지난 10월 항소심에서 유죄판결(벌금 1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1월 있었던 1심 재판에선 무죄판결을 받았었다. 항소심(2심) 재판부는 '조선인 여성이 위안부가 된 것은 가난한 여성들이 매춘업에 종사하게 되는 것과 같은 구조 속의 일'이라는 서술 등 책에 나오는 11곳의 표현은 허위 사실이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 발족식이 열렸다. 이번 지지 성명은 연세대 국문과 김철 명예교수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중국 난징대학에 있는 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존 견해와 다른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토론도 없이 재판정에 연구자를 세우고 범죄자 취급했다는 건 어떤 연구도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책 내용에 대한 찬반을 떠나 모든 연구자들이 눈치보게 만드는 이 분위기에 공분을 느껴 연락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이날 발족식에서 대표 연사로 나선 김영규(71) 인하대 명예교수는 "국가가 학문과 사상의 자유까지 재판을 통해 막는다면 과거 파쇼(fascio) 국가와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법원 상고심에서 박 교수를 위한 소송 지원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번 지지 성명에 동참한 해외 인사는 모두 48명으로 절반에 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알려진 노엄 촘스키(Noam Chomsky·89)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82) 작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온 와다 하루키(和田春樹·79)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해외 유명 학자와 예술인들도 지지 성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인식'과 '허위 인식'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은 위안부 문제를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되지 못하게 만든다"며 "우리는 앞으로 신변의 위해를 입지 않으려면 국내외의 주류 집단에서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역사 인식만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발족식에 참석한 강신표(81) 인제대 명예교수도 "위안부 관련 단체들이 명예훼손이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부추기고, 이걸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집단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책에서도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는) 얼마나 많은 위안부 사례가 있는지를 수집해서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노력"이라며 "무죄판결이 났던 1심에선 이 부분을 인정했던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에 대한 국내 인사들의 지지 성명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 말에도 검찰에 기소된 박유하 교수에 대해 소설가 장정일, 작가 유시민 등 지식인 194명이 박 교수의 형사 기소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조인들도 박 교수를 위한 소송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김향훈 변호사(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는 "40여페이지의 2심 판결문을 읽어보면 외국 보고서와 논문만 인용하고 주된 판결은 5~6페이지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인 학문적 판단 없이 이뤄진 여론 재판의 전형"이라고 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소송 지원 모임은 박 교수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도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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