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산지 폐기 마지막 날..'짓이겨진 대봉감에 농민은 가슴쳤다'

2017. 12. 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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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빠지게 농사지어 놓고 이렇게 뭉갠디 기분 좋겠능가. 가슴이 미어터지오. 터져."

대봉감 수확량 증가로 가격이 급락해 시장격리 조처된 대봉감을 산지 폐기하는 마지막 날인 8일 전남 영암군을 찾았다.

바로 이웃 농가에서는 300여상자의 대봉감을 폐기하기 위해 땅을 굴착기로 파 구덩이에 대봉감을 묻었다.

대봉감을 처음으로 산지폐기한 농협도 시장격리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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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늘어 가격 폭락, 시장격리 조치..폐기 물량 99% 전남산

(영암=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뼈 빠지게 농사지어 놓고 이렇게 뭉갠디 기분 좋겠능가. 가슴이 미어터지오. 터져."

짓이겨지는 대봉감 (영암=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8일 오전 전남 영암군 금정면 백마리의 한 대봉감 농가에서 시장격리조치된 대봉감이 산지폐기되고 있다. 2017.12.8

풍년에는 풍악을 울려야 제격이지만, 올해 대봉감 풍년은 농민들에게 눈물을 안겼다.

대봉감 수확량 증가로 가격이 급락해 시장격리 조처된 대봉감을 산지 폐기하는 마지막 날인 8일 전남 영암군을 찾았다.

영암군 금정면 백마리의 깊은 산골짜기 산자락에는 아직 수확하지 못한 대봉감이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눈까지 내린 황량한 겨울, 산자락을 무수히 많은 붉은 점으로 수놓은 대봉감을 가까이서 보니 이미 수확 철이 훨씬 지나 흐물흐물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확하지 못한 대봉감

백마리에서 10여 년째 대봉감 농사를 짓고 있는 양덕례(72·여)씨는 아들과 함께 수확한 대봉감 29상자(개당 20㎏)를 감밭 한가운데 내놨다.

그리고는 한 입 베어 물면 달큼한 과즙을 선사하는 멀쩡한 대봉감 상자를 밭에 내동댕이쳐 흩뿌렸다.

양씨 아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감 위를 경운기로 지나며 짓이겼다.

양씨는 차마 이를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애꿎은 마른 나뭇가지만 매만졌다.

양씨가 올해 수확한 대봉감은 20㎏ 120상자다. 이중 산지폐기 물량으로 1상자당 1만5천원씩 정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불과 20%가량인 29상자뿐이다.

정부 예산에 맞춰 농가들의 산지폐기 보상 신청량의 약 23%씩만 받아주기로 한 탓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폐기 대봉감

양씨는 "남아 있는 감을 수확해도 인건비와 박스값도 건질 수 없어 포기했다"며 "풍년에 농가들은 더 힘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바로 이웃 농가에서는 300여상자의 대봉감을 폐기하기 위해 땅을 굴착기로 파 구덩이에 대봉감을 묻었다.

이 농가의 수확량은 1천200여상자나 됐지만, 대부분 팔지도 못한다.

지난달 말 기준 대봉감은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 기준으로 한 박스(10kg)당 9천818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29%, 평년 대비 17% 가격이 내려갔다.

구덩이로 던져지는 대봉감

대봉감을 처음으로 산지폐기한 농협도 시장격리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농협은 대봉감 가격 하락으로 농가 피해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자 대봉감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산지 물량 중 2천300여t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는데, 경남 10여t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남지역 대봉감이 시장격리 대상이다.

2천300여t 중 1천400t은 감 말랭이로 상품화하고, 90t은 소외계층에 기증한다.

나머지 810t은 농가 등으로부터 15kg당 4천500원에 수매해 이날까지 폐기한다.

정현 영암 금정농협 과장은 "태풍·이상기후·병충해·가뭄 피해도 없었고 여름철 폭염 덕분에 작황이 좋았다"며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내려갔는데 대봉감 가격 하락 추세가 5년째 이어지고 있어 내년에도 걱정이다"고 밝혔다.

'하나라도 살려보자' 대봉감 분류작업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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