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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發 '근로시간 단축' 대기업으로도 번질까?

김종민 입력 2017. 12. 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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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유통 대기업들이 앞다퉈 근무시간 단축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문화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제 중 하나로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왔다. 유통업계로 촉발된 근로시간 단축 분위기가 다른 대기업으로도 번질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등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고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에 대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국내 대다수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임금 하락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섣불리 시행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전격적으로 내년 1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를 시행한다.

신세계 측은 "장시간 근로, 과로사회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근로문화를 혁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해 쉴 때는 제대로 쉬고 일할 때 더 집중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면서 단축근로에도 임금하락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그룹도 현재 백화점, 카드, 홈쇼핑 등 19개에서 운영 중인 ‘PC오프 (PC-OFF)’ 제도를 전 계열사에 내년부터 일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PC오프제는 퇴근시간 30분 이후 및 휴무일에 회사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제도다. 연장 근무 필요시 반드시 부서장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초과근로에 대해 임금 대신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 업무시간 외 모바일을 이용한 업무지시 금지를 골자로 하는 '모바일 오프'(Mobile OFF) 제도도 내년 중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유통업계 최초로 2시간 단위로 연차(年次)를 사용하는 '2시간 휴가제(반반차 휴가)'를 도입했다. 최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연차 사용을 장려해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과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선순환적 기업문화를 정착시켜나가겠다는 취지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2시간 휴가제 도입으로 임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낸다거나, 학원 수강, 취미·여가활동 등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자녀를 둔 기혼 여성 직원이나 임산부 직원, 결혼을 앞둔 미혼 직원들의 2시간 휴가 사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그룹도 다양한 휴가 제도를 도입해 조직원들의 일·가정양립 실현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5년마다 최대 한달 간 재충전과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입사일을 기준으로 5년, 10년, 15년, 20년 등 5년마다 4주간의 휴가를 낼 수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50만~500만원의 휴가비를 지급한다.

자녀를 둔 CJ 임직원은 부모의 돌봄이 가장 필요한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다. 남녀에 관계없이 2주간은 유급으로 지원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달 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근로시간과 장소가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 우리 사회의 장시간 근로와 경직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 현재의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생존전략의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다만 유통업계發 근로시간 단축 분위기가 제조업 등 산업계 전반에 확산될 경우, 생산성 하락이나 근로자 소득감소 등에 대한 재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재계는 기업운영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전날 국회를 찾아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줄이는 것에 대해 "산업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박 회장의 근무시간 요청과 관련해 "현재 정치권의 근로시간 단축안은 영세한 중소기업에 타격이 너무 크다"고 반대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 역시 "대한상의는 중소기업들의 현실도 제대로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직면한 현실이 다양하고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부담이나 생산성 문제 등 기업의 상황에 맞는 탄력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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