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파격행보' 대기업 처음으로 주 35시간 시행

2017. 12. 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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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16개 계열사 5만여명 대상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임금 수준 낮추지 않고 시행
이마트 일부 매장 영업시간도 1시간 줄여
유통업계 등 확산 여부 촉각

[한겨레]

그래픽_장은영

재계 10위 신세계그룹이 내년 1월부터 하루 7시간만 일하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8일 밝혔다. 임금도 깎지 않는다. 우리나라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는 대기업에서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하는 가운데 신세계가 기업문화 개선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나선 만큼, 유통업계는 물론 국내 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임직원은 내년 1월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등 하루 7시간(점심시간 1시간 제외)을 일하게 된다. 업무 특성에 따라 ‘오전 8시 출근 4시 퇴근’, ‘10시 출근 6시 퇴근’ 등도 가능하다. 이마트 등 매장 직원들은 오전·오후 교대근무를 하고 있어 근무스케줄을 조정해 노동시간을 하루 1시간 줄일 예정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신세계 16개 계열사에 전면적으로 시행돼, 대상자만 5만여명에 이른다. 신세계 관계자는 “장시간 근로, 과로 사회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문화를 획기적으로 혁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제공할 것”이라며 “쉴 때는 제대로 쉬고 일할 때는 집중력을 갖고 일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은 하루 1시간 줄지만, 임금은 그대로다. 국내 대다수 기업이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임금 삭감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행이 어려웠는데, 신세계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노동시간이 줄어 이마트 등의 영업시간도 바뀐다. 이마트는 대부분 오전 10시∼밤 12시 영업을 했는데, 폐점시간을 1시간 앞당겨 밤 11시로 했다. 백화점은 점포별로 상황에 맞게 폐점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 계산대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직원들의 노동 강도는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근로시간만 선진국 수준으로 단축되고 업무 생산성이나 집중도·업무의 질 등이 기존 수준에 머무른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은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도 한몫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한 만큼 대형마트 등 업계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며 “지금은 임금이 보존되지만 길게는 근로시간이 줄어 월 임금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다. 신세계 입장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손해보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 노사는 이날 전문직(무기계약직) 기본급 10% 인상, 파트타임 노동자 1천여명의 무기계약직 전환 등에 합의했다.

김소연 조일준 기자 dandy@hani.co.kr

정용진 부회장의 잇단 파격 성공할까?

신세계가 주 35시간 근무제도 도입을 발표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49)의 경영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신세계그룹이 내놓은 주 35시간 근무제도에 대해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정 부회장은 2009년 ㈜신세계의 총괄대표이사에 올라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대표적인 게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경기 불황과 지역상권과의 갈등 등으로 저성장으로 돌아서자, 복합쇼핑몰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경쟁자는 유통업체가 아닌 야구장”이라며 테마파크 같은 쇼핑몰을 만들고, 스타필드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2016년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은 축구장 70배 크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교외형 복합쇼핑몰로 약 1조원이 투입됐다. 지난 8월에는 스타필드 고양이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 안에 자리 잡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대기업과 전통시장 간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가게는 신선식품 등 전통시장의 주력상품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경쟁은 피하면서 전통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모델이다. 가게 인근의 청년 상인 점포를 후원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또 편의점 ‘이마트24’는 영업시간 자율 선택, 고정 월회비, 영업 위약금 제로 등 ‘3무 정책’을 내걸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 대학생들을 찾아가 강의에 나서기도 한다. 신세계그룹도 인문학 소양을 가진 미래 예비인재 양성을 위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마다 전국 대학에서 유명 강사를 초빙해 강연회를 여는 방식이다.

정 부회장의 행보가 입길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정 부회장은 보수 5억원이 넘는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인 2013년 미등기 임원으로 변경해 현재까지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을 미행·감시해 유죄를 받기도 했다. 올해에는 중국에서 이마트를 철수하겠다고 밝혀, 국외사업 실패라는 오점도 남겼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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