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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가상화폐 규제]비트코인, 美 선물시장 연착륙..국내선 '사기' 논란

조권형 기자 입력 2017. 12. 11. 17:22 수정 2017. 12. 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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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OE 거래 주문 폭주
장 시작 4시간만에 20% 급등
서킷브레이커 2번이나 발동
최종구 "기초자산으로 인정 안해"
한국은 거래 자체 금지될수도

[서울경제]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미국에서는 선물로 거래될 정도가 됐지만 국내에서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상화폐 거래는 투기화되고 있고 가만히 두면 사회병리 현상이 될 수 있다”며 공개 경고한 후 가상화폐 전면 거래금지와 같은 극단의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11일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10일 오후6시(현지시각)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첫 거래시세는 비트코인 1월 선물 기준 1만5,940달러(약 1,740만6,000원)로 398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개장 당시는 이보다 조금 낮은 1만5,460달러를 기록했다. 선물거래는 상품가격이 앞으로 오를지 또는 내릴지를 예상해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출범한 비트코인이 금·곡물·원유처럼 선물거래를 통해 8년 만에 제도권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날 CBOE은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이나 발동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첫 거래가 이뤄진 비트코인 선물은 개장 두 시간 반 만에 10% 올라 2분간 거래가 중단된 데 이어 개장 4시간여 만에 20%까지 오르면서 5분간 거래가 다시 중단됐다. CBOE에서는 투자 과열을 막고자 1회 거래 한도를 5,000개로 제한하고 있으며 가격 등락폭이 10%를 넘으면 2분간, 20%를 넘으면 5분간 거래를 중단한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트코인 1월물 가격은 10일 오후10시께 시초가보다 21% 오른 1만8,740달러까지 치솟았고 11일 오전6시30분까지 2,798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상화폐가 제도권 진입은커녕 거래 자체가 금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 송년세미나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제도권 거래로 인정할 수 없고 당연히 선물거래도 안 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앞서 가상화폐를 선물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국내 증권사의 거래를 금지했다. 또 최 위원장은 “정부 내에서 거래 전면금지를 포함해 어느 수준으로 규제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이나 일본처럼 가상화폐거래소를 인가하거나 선물거래를 도입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최 위원장은 “미국은 선물거래의 역사가 민간회사에서 출발했지만 우리는 파생상품 거래가 법에 규정돼 있어 출발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비트코인 거래를 인정하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게 있나”라고 반문한 뒤 “수수료를 받는 거래소와 차익을 벌어들이는 투자자 외에 우리 경제에 현재로서는 아무런 효용이 없고 부작용만 눈에 뻔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가상통화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다음 사람이 내가 원하는 가격에 받아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이는 다분히 다단계금융(폰지형) 사기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강경 입장은 국내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고 투기세력 개입 가능성이 높아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가상화폐 관련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관리하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강경 입장에 힘을 실었다.

게다가 비트코인에 대한 하드포크(분리)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부정적 기류는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한 가상화폐에서 새로운 가상화폐가 분리해 나오는 하드포크를 예고했던 비트코인플래티넘(BTP) 프로젝트팀이 오후4시께 실행시기를 갑자기 연기한 데 이어 오후5시께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하드포크 자체가 ‘사기’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비트코인플래티넘 트위터 계정은 11일 오전7시께 “비트코인플래티넘의 하드포크는 예정된 일자에 정상 진행된다”고 글을 올려 계정관리 소홀임을 암시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미 비트코인플래티넘의 하드포크를 기대하고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물론 이를 모르고 있던 투자자들도 가격 하락의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하드포크 시에는 기존 화폐를 가진 사람들에게 새 화폐를 추가로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를 일종의 ‘배당’으로 여겨 하드포크를 앞둔 코인에 투자를 단행하는데 이런 호재를 악용하면 애꿎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10일 오후4시부터 오후4시30분 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1,646만원에서 1,481만원으로 10% 급락했다. 비트코인플래티넘이 하드포크 시기를 연기한다는 트위터를 올린 것만으로도 급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하드포크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 가상화폐에서 다른 가상화폐가 갈라져 나오는 하드포크의 진행 여부에 따라 기존 가상화폐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종의 ‘왝더독(wag the dog)’ 현상으로 비화할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플래티넘의 경우 글로벌하게 알려진 하드포크가 아니었는데도 비트코인 가격을 움직였다”며 “하드포크의 실행 혹은 사기 여부가 가상화폐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박홍용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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