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폐업 아니면 범법자.. 인력난 中企 "회사 쪼개야 하나" 격앙

김윤림 기자 입력 2017.12.12. 11:50 수정 2017.12.12. 12:20

12일 중소기업계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 것은 표면적으로 두 가지이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까지 연이어 터지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현실에서 회사 쪼개기를 통해 살아남거나, 법을 어기고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경기 안산에서 도금업을 하는 A 대표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경우 폐업하거나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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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물러설 곳이 없다” : 12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기자회견’에서 김문식(왼쪽)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과 신정기(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특별위원장이 호소문을 읽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中企 ‘근로시간 단축’ 반발회견

최저임금인상 엎친 데 덮친격

‘4단계 추진에 연장근로 허용’

2015년 대타협보다 후퇴 실망

法 어기고 근무해야 생존할판

“전체의 10% 대기업 노조보다

90%종사 中企현실 살펴달라”

12일 중소기업계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 것은 표면적으로 두 가지이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까지 연이어 터지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현실에서 회사 쪼개기를 통해 살아남거나, 법을 어기고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들은 지난 11월 23일 △종업원 수 300인 이상인 기업은 내년 7월부터 △50∼299인은 2020년 1월 △5∼49인은 2021년 7월부터 현행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축소하는 3단계 근로시간 단축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이와 함께 휴일 근무 임금에 대해 현재 적용되는, 평일 근무 기준 50% 할증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내년 1월 대법원의 ‘휴일 근무’ 소송(8년 전 성남시 환경미화원 일부가 제기) 공개 변론이 예정돼 판결 결과가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기인들은 국회의 합의가 2015년 9월 15일 최종 의결된 노사정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보다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시 합의문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1단계 1000인 이상 △2단계 300∼999인 △3단계 100∼299인 △4단계 5∼99인 등 4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키로 한 바 있다. 환노위 합의안보다 1단계가 더 설정돼 있다. 또 노사정 타협안에는 ‘52시간+α’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되, 남용 방지를 위해 사유(주문량 증가 등), 절차(노사대표 서면 합의), 상한(1주 8시간)을 설정하도록 했으나, 환노위 합의안에는 특별연장근로가 아예 언급조차 돼 있지 않다.

중기업계의 이날 기자회견 배경에는 정치권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대한 분노와 절박함이 들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기인은 “중소기업이 신명 나서 일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 등 정부정책에 호응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국회 합의안을 보면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경기 안산에서 도금업을 하는 A 대표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경우 폐업하거나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회사를 쪼개는 방법 등 생존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날 “우리도 싫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 기자회견을 한다”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당장 시행해도 충격이 작겠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에는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한목소리로 근로시간 단축 취지는 이해하지만, 산업현장의 현실에 맞는 기업 규모별 단계적 시행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세부 시행 방향에 대해서는 경총의 경우 2015년 노사정 합의를 준용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대한상의는 11월 국회 환노위 간사 합의안에 찬성하고 있어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경총·대한상의는 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중복할증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특별연장근로 허용 여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다시 입장이 갈린다.

경총은 노사 합의 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 기간 확대, 실시요건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상의는 특별연장근로 허용에 부정적이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도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김윤림·김남석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