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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 없다더니.. 산업용 요금 개편 등 '인상 요인 수두룩'

세종=전성필 기자 입력 2017. 12. 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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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내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던 문재인 정부가 14일 국회에 보고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는 산업용 전기요금 일부 개편 방침이 명시됐다. 경부하 요금제를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당장 내년부터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일보DB

정부는 경부하 요금제 개편이 반드시 전기요금 인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전기요금은 거의 오르지 않는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낙관론은 연료비와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나왔다. 정부가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 내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부하 요금제 개편 공식화…“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 부담 늘어”

먼저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다고 8차 전력계획에 명시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경부하 요금 중심으로 차등조정해 산업용 전력 소비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을 8차 전력계획에 공식적으로 담았다.

경부하 요금제란 전기 부하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인 23시~다음날 09시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절반 이상 할인해주는 요금제도를 말한다. 경부하 요금 최저가격은 1㎾h당 52.8원으로 기준단가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공급 원가보다도 싸다.

정부는 현재 경부하 요금이 시간과 계절별로 달리 적용되고 있어 조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시간이나 계절대마다 경부하 요금 할인 폭을 조정해 전기 원가보다는 높은 가격에 기업들이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체 산업용 전기 중 약 50%가 경부하 요금 부과 시간대에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요금체계가 비효율적이다”며 “일부 기업들은 전기 원가보다 싼 값에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부하 요금제 개편을 해도 실제 요금 인상까지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경부하 시간대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요금이 개편되면 기업들이 전체 전기요금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전기 사용 시간대 등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기 요금 인상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요금 체계를 신중히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이 사실상 인상되면 당장 내년부터 기업들이 내야하는 전기요금이 크게 늘어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심야 시간대 요금 할인 폭을 최소 10%에서 최대 90%까지 축소시 기업들은 작년 전기요금에 비해 4962억~4조466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201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심야 시간대 한반도 위성사진 모습. /NASA 홈페이지

토요일 낮에 쓰는 전기요금 할인 요금제를 폐지할 경우 지난해 요금 기준으로 4532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두 경우를 모두 고려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요금보다 최소 8494억원에서 최대 4조9192억원이 늘어난다. 개별 기업당 평균 요금으로 환산하면 최소 1100만원에서 최대 5722만원의 요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주요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값싼 경부하 요금 시간대에 공장을 돌리기 위해 별도의 설비투자를 하고 근로자들도 심야시간대 임금에 맞춰 주고 있다”며 “경부하 요금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공장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경부하 요금이 조정되면 설비투자를 했었던 기업들도 감내해야 한다”며 “경부하 요금대를 이용하는 기업은 대기업도 있지만 중소기업과 뿌리기업들도 있는 만큼 기업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연료비·물가 안오른다고 가정해놓고 전기요금 인상 없다는 정부

정부는 8차 전력계획을 통해 전기요금은 기준수요(BAU) 기준으로 2022년까지 0.3% 수준으로 미미하게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세먼지 감축 계획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에너지 환경 개선 조처가 추가로 반영되더라도 현 정부에서는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등 발전설비들이 대부분 기존 계획대로 지어질 예정이라 전기요금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산업부는 또 2030년으로 길게 봐도 전기요금이 별로 오르지 않을 거라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BAU 기준 전기요금 인상률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9.3%로 지난 13년 동안의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인 13.9%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8차 전력계획에 환경급전이 반영되더라도 전기요금이 인상요인은 미미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환경급전은 배출권 거래비용, 석탄폐기물 비용 등까지 고려한 제도다. 환경급전이 반영된 정부의 전력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전기요금은 1.3% 상승하고, 2030년까지는 10.9% 상승한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전기요금 전망 내용.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현 정부 임기 내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연료비나 물가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결과다. 정부가 지난 13년 동안의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은 13.9%라고 했지만, 물가와 연료비 상승분 등을 포함할 경우 전기요금은 약 68% 올랐다. 2030년까지 오를 연료비와 물가를 반영하면 전기요금이 올해보다 1.5배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는 셈이다.

정부는 BAU 기준으로는 4인 가구가 월평균 5만5000원의 전기요금을 낸다면 2030년까지 매달 약 610원씩 올라 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환경급전이 반영된 전기요금은 한달에 5만5000원을 내는 4인 가구의 경우 2030년까지 매달 720원씩 오른다고 8차 전력계획에 명시됐다.

정부가 밝힌 전기요금 인상분은 현 정부 임기 내에서는 전기요금이 전혀 오르지 않는다는 가정에 따라 계산됐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8년 동안 인상되는 전기요금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리스크로 LNG 등 연료비가 크게 오를 경우 정부의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다른 국가에서 LNG 수요가 늘어나면 수급 불안정 상황이 발생해 LNG 가격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며 “당장 LNG 가격이 오르면 석탄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경제급전 순위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기존대로 돌아갈 것이고, LNG 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정부 기조상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LNG 발전 설비용량은 올해 37.4GW에서 2030년 44.3GW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나 물가는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다 반영해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분석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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