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매우 완만할듯"..韓銀, 시간 벌었다

김정남 2017. 12. 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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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생각보다 매파적이지 않아"
인상 여건 녹록지 않은 한은, 일단 한숨 돌렸다
11년만 금리 역전 우려는 여전.."韓 경제 부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14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점에 출근한 이주열 총재는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다 예상에 부합했기 때문에 기자분들 많이 안 나오실 줄 알았는데요.” 이 총재는 ‘미국이 (1.25~1.50%로) 인상했는데 예상에 부합했나’는 질문에 짐짓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금융시장과 똑같이, 이 총재도 추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언급했다. 이 총재는 “문제는 내년에 어떻게 될 것이냐다. 그걸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점도표인데, (연준이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많이 올렸음에도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를 (내년 3번 인상으로) 그대로 보고 있었다”면서 “생각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 총재는 곧이어 “그래서 시장금리는 떨어졌다”고도 했다. 실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반대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4.48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그만큼 연준이 내년 더디게 인상에 나설 것으로 시장이 판단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 FOMC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는 관전평까지 나왔다. 정영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인상 속도는 매우 완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FOMC는 한은에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금융권 한 고위인사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이 인상 속도는 늦춘다니, 우리나라는 시간을 번 셈인 것 같아요.” 미국이 공격적으로, 그러니까 연 3회 이상 인상에 나설 경우 한은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 가능성이 그나마 작아졌기 때문으로 읽힌다.

◇녹록지 않은 인상 여건

미국 연준에 앞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한은의 추후 인상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연준과 마찬가지로 물가가 골칫거리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일시적인 외부충격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을 각각 1.8%, 1.9%로 보고 있다. 목표치(2.0%)보다 낮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데도, 물가는 이상하리만치 둔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체온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자칫 0%대 물가 상승률의 준(準)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전반이 침체하는 현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非)경제적인 이벤트도 유독 많다. 내년 4월 한은 총재가 바뀐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전임 총재 퇴임기와 신임 총재 취임기 즈음 기준금리 변동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3월께 신임 총재 인사청문회가 열린다는 점도 변수다. 내년 지방선거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첫 심판대다. 여야가 총재 청문회를 두고 물불 안 가리고 맞붙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은 통화정책이 정쟁에 휩쓸릴 수 있는 것이다.

14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도 추가 인상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은 내년 하반기, 특히 7월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노무라, JP모건, HSBC 등 투자은행(IB)들은 연 1회 인상을 점치고 있다.

◇그래도 금리는 오른다

하지만 어쨌든 기준금리는 인상 방향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미국도 내년 최소 2번은 올릴 것으로 봐야 한다.

현재 한미간 기준금리 수준은 1.50%로 같다. 한은이 한발짝이라도 뒤처질 경우 11년 만에 처음 기준금리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선진국이고, 훨씬 더 매력적인 투자처다. 금리가 더 높은 곳에 자본이 이동하는 압력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단기간 자금 유출 충격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경제 전반에 부담이 누적되는 부작용까지 무시하기는 어렵다.

많은 정책당국자들이 “내년 한은의 통화정책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차방정식일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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