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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의 경제학..동장군 맹위에 온라인몰 '앗 뜨거'

이유진,이덕주,백상경 입력 2017. 12. 14. 17:21 수정 2017. 12. 1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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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 서울 행당동에 사는 주부 박은실 씨(37)는 지난 12일 오전 9시 이마트몰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오전 10시께 주문해도 당일 배송이 가능한데, 이날은 인근 점포에서 저녁 9시 배송까지 이미 마감됐다. 박씨는 "체감온도가 영하 12도까지 내려간다기에 장 보러 갈 엄두가 안 나 온라인 주문을 하려 했는데, 마감이라 하는 수 없이 집 앞 슈퍼에서 당장 급한 생수만 한 팩 구입했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오전 7시 15분 GS샵에서 방송한 '헨리코튼골프 헤비다운코트'는 남성용 1500벌, 여성용 3500벌이 판매되며 단숨에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9시 20분에 판매한 '소울 헝가리 구스다운'(39만9000원), '나네트 천연 폭스 퍼 머플러'(9만9000원)도 평일 오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주요 색상과 사이즈가 줄줄이 매진됐다. 김은정 GS샵 편성전략팀장은 "홈쇼핑 최고의 마케터는 날씨"라며 "상품 편성을 위해 시시각각 기상청과 각종 포털 사이트의 날씨 정보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추위가 예년보다 빨라 홈쇼핑에서 방한 의류 편성이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초강력 한파가 전국을 휩쓸자 시장이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우선 가급적 밖에 나가지 않고 장을 보려는 이들이 늘면서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이 껑충 뛰었다. 서울 최저기온이 각각 영하 11도, 영하 12.3도를 기록한 지난 11일과 12일 이마트 온라인몰 주문 고객 수는 일주일 전 같은 요일과 비교해 4~9% 증가했다. 전주에도 이미 최저기온이 영하 6~8도를 기록했던 상황이라 온라인 주문이 많아졌는데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자 한 주 만에 갑자기 주문량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에서는 "오피스 용품과 사무실 비품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은 판매가 줄었는데, 당일 반찬용으로 구매하는 주요 신선식품은 전반적으로 매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우와 돼지고기, 계란, 생수, 우유 등 장바구니에 자주 담기는 식품은 한파 직후 많게는 50%나 주문이 급증했다. 반면 온라인 주문을 해도 점포에서 물건을 찾아가야 하는 생선회나 즉석피자 등은 매출이 감소했다.

택배 등 물류 현장도 덩달아 분주하다. 대형 택배업체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 흔히 '뽁뽁이'라고 부르는 냉기 차단용 단열재와 온수매트, 온열매트 등 방한 용품 배송이 늘었다"면서 "겨울이라고 전체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폭설이 오면 배송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날씨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2일까지는 최저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이틀뿐이었다. 올해는 12월 들어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12일 중 무려 8일이다. 특히 12~14일은 사흘간 영하 10도 아래의 강추위가 지속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온이 0도~영하 5도까지는 날씨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오면 하루만 추워도 당장 월동 상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다"고 전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관련 상품을 기획하고 공급 체계를 갖추는 등 준비를 제대로 한 기업일수록 날씨 변화에 따른 계절 마케팅도 잘 활용해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확실하게 추워야' 팔리는 비싼 월동 용품은 오랜만에 웃었다. 올해는 10월부터 초겨울 추위가 시작돼 겨울 의류 판매가 활황이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유명 모피 브랜드인 '진도' 모피가 이달 들어 6000개 이상 팔렸다. 평균 100만~2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상품인데도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한파에 주문 금액이 전월보다 50% 이상 늘었다. 롱패딩 제품도 대부분 매진돼 호조세다. 현대홈쇼핑에서는 올해 온수매트, 전기요 등 온열매트 방송 1회마다 평균 10억~14억원의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온열매트는 몇 년 전부터 겨울마다 인기를 끄는 상품이지만 지난해보다 회당 평균 매출이 18% 이상 높게 나온다는 분석이다.

매서운 추위에 덩달아 잘 팔리는 의외의 '복병'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에서 1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가전 매출이 29.8% 깜짝 신장한 것은 빨래 건조기와 스타일러 등이 잘 팔린 덕분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올겨울에는 잦은 눈비에 빨래를 널지 못하는 날이 많아져 수요가 치솟았다"고 말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몸집이 가벼운 방한 용품이 인기 몰이다.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12일 G마켓 인기 검색어는 방한 관련 용품으로 도배됐다.

급상승 인기 검색어 1위가 핫팩이었고 10위권 안에 장갑, 넥워머, 손난로, 난방텐트, 귀마개 등이 올랐다. 추위가 기승을 부린 7~12일 기준 전월 대비 판매량 증가율도 장갑·귀마개·마스크 238%, 수면양말·덧신 199%, 타이즈 189%, 핫팩 166% 등으로 배 이상 뛰었다. 오픈마켓 11번가도 이달 1~12일 기준 핫팩(101%), 내의(99%), 전기매트(19%), 전기히트(14%), 온풍기(16%) 등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방한용 패션상품도 큰 인기다. 옥션에서는 이 기간 방한화·부츠 판매량이 전월 대비 876%나 뛰었다. 패딩·니트부츠(720%), 귀마개(679%), 털부츠(678%) 등 추위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상품 신장세가 돋보였다. 여기에 요·이불세트(629%), 발 찜질기(227%), 온열 카펫(194%) 등 가정용 온열 도구들이 잘 팔렸다. 피자·치킨·족발 등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e쿠폰(26%) 판매도 늘었다. 외출하기 싫은 수요가 몰린 셈이다.

균일가 생활용품숍 다이소아성산업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한파에 방한 용품 판매 1위 제품에 단열시트가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가 2배 늘었다"고 말했다. 단열시트는 실제로 외풍을 차단하고 창을 통해 손실되는 열에너지를 감소시켜 저렴한 투자로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편의점 GS25에서는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11~12일 이틀 동안 핫팩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4.8%나 늘었다. 마스크(75.5%)와 핸드크림(38.8%), 립밤(20.4%) 등도 잘 팔렸다. CU에서도 마스크(32.1%), 스타킹(27.4%) 등의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먹거리 시장 변화도 눈에 띈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군고구마가 편의점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세븐일레븐(11~13일 기준)에서는 군고구마 매출이 전년 대비 243.8%나 뛰었고, CU에서도 이달 1~12일 군고구마 판매량이 215.7% 급등했다. 디저트와 디저트 카페, 빵집 등을 포함하는 롯데백화점 델리카파트는 11월 이후 신장률이 33%에 달했다. 활동량이 줄어들자 달콤한 디저트에서 위안을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류 매출도 명암이 엇갈렸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맥주 매출이 5.7% 하락한 반면, 알코올도수가 높은 양주는 17.4% 증가해 대비를 이뤘다. 소주와 와인도 매출이 각각 3.4%, 4.1% 증가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도수 높은 술이 인기를 끈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겨울에 강했던 어묵·국수·국밥 매장 등의 매출이 더 뛰고 주스·아이스크림 등의 매출은 떨어지고 있다. 조성연 놀부 파트장은 "부대찌개도 날이 추우면 고객들이 많이 찾는 메뉴"라며 "추위가 덜했던 작년 겨울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파가 매장 크기에 따라 미치는 영향도 있다. 이경희 이경희창업센터 소장은 "급속히 추워지면 고객들이 들어와서 앉아 있을 수 있는 대형 매장은 잘되고 테이크아웃 중심인 소형 매장은 안 되는 것이 외식업계 공식"이라며 "점포 위치도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은 잘되고 먼 곳은 방문 손님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 이덕주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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