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고교생 "장난인데, 이렇게 커질 줄은.." 50조 휘청 '허술한 코인판'

입력 2017. 12. 18. 09:04 수정 2017. 12. 18. 0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풍 이끈 ‘비트코인 플래티넘’ 결국 사기로 결론
-“고교 선ㆍ후배 3명이 주도”…논란되자 사이트 폐쇄
-“공개 앞둔 가상화폐 줄이어…검증 수단 없어” 논란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50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을 증발시킨 이른바 ‘비트코인 플래티넘(BTP)’ 사기 사건은 결국 고등학생 개발자들이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고등학교 선ㆍ후배로 이뤄진 개발진은 사건이 커지자 가상화폐 개발을 사실상 포기했고, 사이트가 폐쇄되는 등 출시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17일 BTP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 A군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는 B(18)군을 비롯해 같은 고등학교 선ㆍ후배 3명으로 이뤄진 초기 개발진이 해체되면서 사이트마저 멈춘 상태”라며 “개발을 돕고자 참여했던 다른 프로그래머들도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다른 가상화폐 프로그램을 복사한 조악한 수준인 것을 확인하고 떠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개발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된 데다 개발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진=하드포크로 가상화폐 배당을 예고했지만, 결국 사기로 밝혀진 ‘비트코인 플래티넘’]

A군은 “논란 이후 개발진 사이의 불화가 심해져 도메인을 소유하고 있는 학생이 다른 개발진과 상의하지 않고 도메인 연결을 철회해 같은 이름을 두고 두 사이트가 만들어져 혼란이 가중된 것 같다”며 “도메인을 가져간 학생은 현재 다른 이름으로 새 가상화폐를 출시하겠다는 내용까지 공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불화 원인에 대해서는 ”B군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을 C군이 이용해 개발공지 등을 올리면서 불화가 더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가상화폐 시장에는 “BTP가 다음 달 개발되면 기존에 비트코인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가상화폐를 배당한다”는 내용의 정보가 올라왔다. 기존에 상장돼 있는 비트코인에서 새로운 가상화폐를 파생하는 이른바 ‘하드포크’ 소식이 국내ㆍ외 가상화폐 시장에 올라오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폭등했다. 지난달까지 1500만원에 머물러 있던 비트코인 시세는 2주도 안 돼 2500만원까지 치솟았고, 덩달아 다른 가상화폐 시장까지 들썩였다.

그러나 지난 10일 BTP 개발이 사기로 드러나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순식간에 폭락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하룻밤 사이에 1000만원 가까이 폭락했고,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50조원 가까이 떨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외국 거래소에서는 이미 BTP를 ‘사기 가상화폐’로 분류해 투자자들에게 경고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진이 공유하는 SNS 아이디를 통해 ‘그러게 누가 사랬냐. 숏 개꿀띠’ 등의 조롱성 글이 올라왔고, 개발진 중 유일하게 신원이 공개된 고등학생 B군은 살해 협박 등을 받아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를 받고 있다. B군 측은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 직후 “개발을 주도하다 팀에서 퇴출된 C군이 개발팀의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조롱성 글을 올린 것”이라며 “도메인 판매를 비롯해 사건 이후 해명 글도 C군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TP 개발은 B군 등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처음 시작했다. 그러나 개발이 늦춰지고 ‘스캠(사기) 코인’ 논란이 벌어지면서 이들은 사실상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지난 14일에는 BTP 공식 홈페이지 도메인이 1000만원 가량의 매물로 올라와 사기 의혹을 키우기도 했다. 매물 논란 이후 개발을 계속 하겠다며 새로 개설된 홈페이지도 현재는 모두 폐쇄된 상태다. 개발팀 SNS를 통해 조롱성 글을 올리고 도메인 판매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C군은 사기 논란에 대해 “개발팀에서 나오며 내 명의로 돼 있는 5~6개의 도메인을 처분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SNS에 투자자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투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이 아직 범죄에 취약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BTP 사기 사건은 한글로 트위터 글이 올라오며 비교적 빨리 결론이 났지만, 조만간 하드포크를 예고한 다른 외국 가상화폐는 사전에 이를 검증할 방법조차 마땅치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18년 1월까지 하드포크가 이뤄진다고 예고한 가상화폐만 비트코인우라늄, 라이트닝비트코인 등 6~7개에 달한다.

osyoo@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