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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베팅 "한·미 훈련 연기".. 中 '반색' 美 "몰라"

입력 2017.12.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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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캐나다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오타와 국회의사당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피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려는 어떤 계획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AP뉴시스

■北에 문 열어주는 ‘훈련 연기’… 文의 카드 통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퇴로 확보가 어려운 대북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9일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자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그때까지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북한이 도발을 멈출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먼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북한 도발의 '레드라인'을 언급했다가 불필요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번에는 미국 정부와 공식 합의가 되지 않은 시기에 훈련 연기 제안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북한에 보내는 시그널"이라고 설명했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결정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제안은 앞으로 3개월이 남북 및 북·미 관계 전환의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면서 앞으로 3개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를 먼저 미국에 제안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요구하는 중국의 '쌍중단(雙中斷)' 해법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한 학술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중국식 북핵 해법인 '쌍중단·쌍궤병행'에 인식을 같이하는 수준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시적인 쌍중단 실험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제안이 북한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는 북한의 도발 여부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다시 국제 여론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그러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문제도 영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을 강행할 경우 백지화될 수 있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북한에 설명하고,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삼고 싶다는 의지"라며 "북한에 대한 사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직전까지 참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우리 애를 태우면서 자신들 몸값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동계스포츠용 장비를 지속적으로 구매해 온 흔적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에서 최휘 당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교체된 것 역시 평창올림픽 참가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 부장이 최근 북한 체제의 '2인자' 지위를 확고히 했기 때문에 평창올림픽 업무를 맡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다. 실무 준비를 위해 격을 맞췄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

■中, 반색… 文대통령 ‘훈련 연기’ 제안 신속 보도

중국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반겼다. 중국 입장에선 북핵 문제 해법으로 계속 강조해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에 문 대통령이 일부 동의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대해 "지난주 문 대통령이 성공적인 국빈방문을 하면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중요한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면서 "평창올림픽이 순조롭게 거행되도록 양호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얼마 전 유엔총회가 평창올림픽 기간 휴전 결의를 통과시켰다"면서 "유관국들이 결의 정신을 준수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관국들은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을 진지하게 고려하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또 "한반도 문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궤도로 돌아오도록 유관국들이 노력하길 바란다"며 중국의 기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비교적 차분하게 소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희망하고 있으며 올림픽 기간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중국신문망도 유엔이 평창올림픽 기간 무력 분쟁을 피하자고 요구함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이런 제안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틸러슨 “한·미훈련 연기 계획 모른다” 美 호응 미지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멈추는 어떠한 계획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나 축소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지만 미국 정부의 최종적인 입장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틸러슨 장관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 훈련은 여러 해 동안 진행해 온 것이며 정기적으로 해 왔고 훈련 계획을 사전에 공표한다”며 “훈련에 관해 놀라운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예정된 것을 바꾸는 어떠한 계획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틸러슨 장관이 알지 못한다는 건 아직 이 사안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 연기 제안은 주한미군과 국방 채널을 통해 백악관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실무선에서 청와대의 발표 이전부터 내년 2∼3월로 예정된 훈련 일정을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단순히 일정을 순연시킬 것인지, 증원 병력이나 참여 부대의 규모를 줄일 것인지, 전략자산 배치에 변화를 줄 것인지 등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 매우 많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라고 말해 실무적인 검토는 꽤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준비되지 않으면 대화를 할 수 없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압박 캠페인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외교적 압박”이라며 “백악관도 북한과의 외교 대화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과 프릴랜드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달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16개국의 외교장관회의를 열기로 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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