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비 에브리웨어'가 들린다면..당신은 곧 중독될 것이다

민경원 입력 2017. 12. 21. 14:34 수정 2017. 12. 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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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어뮤직 프로듀서팀 그루비룸
힙합 넘어 어반·록·알앤비 망라
올해만 40곡 넘게 발표한 비트장인
"밤샘 수다, 릴레이 작업이 다작비결"
프로듀서팀 '그루비룸'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규정과 이휘민. "우리 그룹 이름 뭘로 하지?"란 이휘민의 질문에 박규정이 "소리 나는 대로 그루비룸 어때?"라고 답한 게 그대로 이름이 됐다. [사진 하이어뮤직]
“이거 누구 비트야?” “그루비룸(그룹이름).” 지난해 3월 래퍼 오왼 오바도즈의 ‘시티(City)’가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그룹 이름을 고민하다 소리 나는 대로 적고는 그 뜻을 설명해야 하는 팀이었다. 분명 비트는 좋은데 누구 작품인지는 모를, 낯선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루비 에브리웨어(Groovy Everywhere)’라는 시그니처 사운드가 곡 도입부에 등장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박진영의 ‘JYP’처럼 듣는 순간 각인되면서 그 이후 괜찮다 싶은 노래를 발견할 때면 어김없이 이들의 이름이 들려왔다.
스물셋 동갑내기 박규정과 이휘민으로 구성된 프로듀서 듀오 그루비룸의 음악은 정말 도처에서 흘러나왔다. 효린에게는 창모와 알앤비 듀엣곡 ‘블루문(Blue Moon)’으로 솔로 첫 1위를 안겼고, 헤이즈에게 선사한 ‘널 너무 모르고’는 연말 시상식 어반뮤직 부문을 휩쓸었다. 아이돌 그룹 2PM 출신의 래퍼 박재범이 수장으로 있는 하이어뮤직 소속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루비룸은 박재범이 이끄는 힙합 레이블 소속이지만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한다. 이들은 "힙합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트로트까지 가리지 않고 듣는다"고 말했다. [사진 하이어뮤직]
최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이들은 5년 만에 정규 앨범을 내는 윤하의 5집 ‘레스큐(RescuE)’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인터뷰 당일에는 윤하의 ‘종이비행기’가 선공개되고, 20일 래퍼 기리보이의 ‘히키코모리’에 이어 12살 ‘초등래퍼’ 조우찬ㆍ박현진ㆍ에이칠로의 싱글 ‘오지지(OGZ)’ 프로젝트까지 이달만 세 번째 신곡을 발표했다. 아무리 ‘비트장인’이라 해도 너무 열심히 찍는 것 아니냐고 묻자 “사실 찾는 곳이 너무 많아 재밌는 일 위주로 추려서 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 윤하 5집 총괄 프로듀서는 어떻게 맡게 됐나. “사실 예전에 있던 회사의 실질적 사장이자 존경하는 선배다. 항상 당당하고 멋진 누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 자신이 없어 보였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 같아 함께 하자고 제안하게 됐다.”(이휘민)

-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중점을 뒀다. 윤하하면 피아노 혹은 로커 같은 극과 극의 이미지가 있는데 그사이를 채우면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컬도 너무 잘 부르기만 하는 것이 안타까워 정형화된 틀을 깨트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박규정) “우리랑 같이하면 새로움 그 자체가 테마가 되는 것 같다. 도끼형 ‘리본(Reborn)’도 그렇고.”(이휘민)

5년 만에 5집 앨범을 발매하는 윤하는 그루비룸에게 총괄 프로듀싱을 맡겼다. [사진 C9엔터테인먼트]
2013년 1월 한 기획사에서 만나 음악적 동지로 거듭난 이들이 그 길로 독립해 팀으로 나서면서 장착한 키워드 역시 새로움과 재미였다. 열심히 데모곡을 뿌린 결과 DJ 개리, 개코, 박재범, 도끼 등 음악적 연결고리가 생겨나면서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지난달 록밴드 넬과 함께 만든 ‘오늘은’ 역시 그렇게 탄생한 곡이었다.

“사실 혼자서도 다 너무 잘하는 분들이잖아요. 저희랑 손잡았으면 적어도 새로운 걸 채워드려야죠. 재미는 최근 힙합 트렌드기도 해요. 막 무섭고 멋있게만 하는 것보다 릴 펌, 리치 치가처럼 위트있는 게 더 반응이 좋거든요.”(박규정) “그런 걸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정세운씨 곡 때문에 사무실에 갔더니 박현진이랑 에이칠로가 있더라고요. 랩을 들려주고 싶다면서 한 소절 내뱉는데. 우와, 정말 오지구요, 지리구요가 절로 나오던데요. ‘OGZ’가 급식체이기도 하지만 오리지널 갱스터란 뜻도 있고 실제 그 이름을 딴 크루도 있거든요. 내가 커서 그렇게 될 거라고 하는데 멋지더라고요.”(이휘민)

초등학교 6학년 동갑내기 조우찬, 박현진, 에이칠로가 함께 한 'OGZ'.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만나면 일단 수다부터 떨어야 한다는 것도 다른 프로듀서들과 차이점이다. 저녁 무렵 작업실에 모이면 결명자차를 앞에 두고 “딱 한 잔만 더 하자”가 아닌 “딱 한 입만 더 털자”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다. 주제는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ㆍ여행ㆍ대화법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제가 원래 기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호기심이 워낙 많아서요. 이 차는 어느 회사 제품인가, 경쟁사는 어디인가, 누가 주로 마시나… 그러다 보면 밤새는 거죠.”(이휘민)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방법도 별반 다르지 않아 한참을 함께 떠드는 탓에 그루비룸이 직접 작사를 하진 않아도 서로 아이디어가 뒤섞여 곡과 꼭맞는 가사가 탄생하는 식이다.
대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철저히 개인 시간을 갖는다. 한 사람이 작업실에 들어가서 지칠 때까지 하고 나오면 다른 한 사람이 바통 터치해 곡을 이어받는 식이다. 상대방이 작업할 때는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자도 개의치 않는다. 둘 다 미디(MIDI)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독학한 만큼 서로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아 더 신기한 조합이 탄생하곤 한다. “물론 해 놓은 게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죠. 그런데 믿음이 더 큰 것 같아요. 둘이 음악적 성향은 정반대인데 그게 잘 녹아들거든요. 혼자 하면 그런 실험은 절대 못했을거예요.” (박규정)
그루비룸은 다작 비결에 대해 "입소문이 빨리 난 편"이라며 "나도 비트 달라고 했을 때 모두 줄 수 있을 만큼 바쁠 준비가 돼 있었다. 요즘도 작업실에서 붙어 산다"고 답했다. [사진 하이어뮤직]
그렇다면 올해만 40곡을 넘게 쏟아낸 이들의 2018년 목표는 무엇일까. 이휘민은 “7월에 그루비룸 이름으로 낸 첫 EP앨범에 박재범부터 에일리까지 14명이 함께하면서 든든한 명함이 생겼다”며 “내년엔 더 많은 분들과 더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내친김에 직접 노래에 도전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단호박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노래는 노래방 가서 해야죠. 사람은 잘하는 걸 하면 되고. 욕심난다고 다 하면 안 되잖아요.”(박규정)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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