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오메가3 지방산, 몸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2017. 12. 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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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있을 시, 오메가3 보충제 과다섭취를 자제해야

수명이 길어지는 것과 함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눈을 혹사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시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눈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이 인기인데 대표적인 예가 루테인과 오메가3 세트다. 사실 필자도 수년 사이 눈 건강이 부쩍 나빠져 루테인과 오메가3에 루테인보다 더 좋다는 아스타잔틴까지 챙겨먹고 있다.

오메가3

이 가운데 오메가3 지방산은 눈 건강뿐 아니라 뇌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성분이 DHA다. 실제 뇌는 건조 중량의 50% 이상이 지질이다. 그리고 성인의 회백질에 있는 지방산의 18%가 DHA다. 눈에 있는 지방산도 DHA 비율이 12%에 이르고 특히 빛수용체인 막대세포의 지방산은 무려 50~70%가 DHA다.

이처럼 뇌와 눈에 DHA 비율이 특히 더 높은 건 DHA의 독특한 구조가 세포막의 물리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DHA는 탄소 22개로 이뤄진 선형 지방산 분자로 이중결합이 여섯 곳이나 있어 유연하다. 따라서 세포막을 이루는 인지질에 DHA 비율이 높으면(인지질 한 분자에는 지방산 두 개가 붙어 있다) 세포막의 유동성이 커진다. 덕분에 막대세포의 세포막에 박혀있는 빛수용체단백질(로돕신)은 빛을 받으면 쉽게 구조가 바뀌면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우리 몸은 DHA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물로 섭취하는 게 중요한데 등푸른생선 같은 해산물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함량이 낮다. 물론 들기름이나 호두에 많이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을 먹어도 몸에서 DHA로 바꿀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전환 효율이 낮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오메가3 캡슐을 챙겨 먹고 있다. 한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에 DHA 720mg을 섭취하면 체내 DHA 농도가 꽤 올라가고 섭취를 끊으면 다시 내려간다.

DHA는 세포막의 물리적 특성을 좌우하는 성분으로서도 중요하지만 그 대사산물이 각종 생체반응에 관여하면서 항염증, 항산화, 면역증진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보인다. 평소 해산물을 잘 안 먹는 사람은 오메가3 캡슐이라도 챙겨야 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오메가3 지방산인 DHA의 분자구조다. DHA는 탄소 22개로 이루어진 선형분자로 이중결합이 여섯 개 있어 구조가 유연하다. - 위키피디아 제공

당뇨인 경우 망막병증 유발

학술지 ‘네이처’ 12월 14일자에는 이처럼 우리 몸에 좋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DHA가 때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게다가 다른 부위도 아니고 눈을 공격하는데 실명에 이르기도 하는 당뇨망막병증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독일 괴테대가 주축이 된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당뇨병 모델 생쥐의 망막에 있는 뮐러아교세포에서 sEH라는 효소의 수치가 정상 생쥐 보다 두 배 가량 높다는데 주목했다. 뮐러아교세포는 망막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sEH는 DHA(엄밀히는 그 대사산물인 19,20-EDP)가 19,20-DHDP로 바뀌는 반응을 촉매한다. 그 결과 당뇨 생쥐의 망막에는 19,20-DHDP의 농도가 건강한 생쥐에 비해 훨씬 높다. 그리고 이 돌연변이 쥐들은 당뇨병 환자처럼 망막에 있는 모세혈관을 감싸는 주위세포(pericyte)가 파괴되고 혈관 내 혈장이 누출되는 등 당뇨망막병증 증상이 일찌감치 나타나 난다. 그리고 중증의 당뇨망막병증인 사람의 유리체액(안구 내부를 채운 액체)를 분석한 결과 역시 19,20-DHDP의 농도가 꽤 높았다.

연구자들은 sEH의 효소활성을 억제하는 t-AUCB라는 약물을 투여해 19,20-DHDP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당뇨망막병증의 진행이 억제됐다. 그렇다면 19,20-DHDP 농도가 높은 게 어떻게 당뇨망막병증을 유발하는 걸까.

망막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의 벽은 내피세포(endothelial cell)와 이를 지지하는 주위세포(pericyte)로 이뤄져 있다(왼쪽). 정상 생쥐에서는 내피세포 사이와 내피세포와 주위세포가 지질뗏목(lipid raft)라는 구조에 의해 고정돼 있다(가운데). 그런데 당뇨병 모델 생쥐의 경우 DHA의 대사산물 가운데 하나인 19,20-DHDP의 농도가 높아져 지질뗏목 구조가 해체돼 주위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내피세포 사이가 벌어져 혈장이 샌다. 그 결과 당뇨망막병증으로 이어진다(오른쪽). - 네이처 제공

콜레스테롤 기능 방해해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접착하고 있다. 망막에 있는 모세혈관의 벽을 이루는 내피세포들끼리는 VE-카데린(cadherin)이라는, 세포막에 박혀 있는 단백질을 통해 서로 고정돼 있다. 한편 내피세포와 주위세포 사이에는 N-카데린이 관여한다. 카데린 옆에는 프레세닐린1(presenilin 1) 단백질과 콜레스테롤이 존재해 이 구조를 안정화시킨다. 이를 통틀어 지질뗏목(lipid raft)라고 부른다. 즉 이 구조가 지질이라는 강 위를 떠다니는 뗏목인 셈이다.

그런데 sEH의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19,20-DHDP 농도가 높아지자 세포막의 구조가 바뀌면서 지질뗏목이 해체됐다. 즉 콜레스테롤은 세포막 곳곳으로 흩어지고 카데린은 내피세포 안으로 이동하면서 세포 사이를 묶어 주는 고리가 풀렸다. 그 결과 모세혈관을 받쳐주는 주위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내피세포 사이가 벌어져 혈장이 누출됐다. 즉 당뇨망막병증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뮐러아교세포는 sES 효소로 19,20-DHDP를 만드는 것일까. 즉 적정 농도의 19,20-DHDP는 망막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사실 이번 논문의 연구자들은 2014년 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sES 효소 유전자를 고장낸 생쥐를 만들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망막에서 혈관생성에 문제가 생겼다. 즉 적절한 농도의 19,20-DHDP는 혈관생성 등 망막의 구조 유지에 관여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구조를 파괴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당뇨인 사람들의 망막의 뮐러아교세포에서 sEH 효소의 활성이 높아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혈당조절 실패가 망막에 산화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게 주요인일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모른다”고 고백하고 있다. 또 뮐러아교세포에서 만들어진 19,20-DHDP가 어떻게 내피세포와 주위세포로 이동하는지, 고농도의 19,20-DHDP가 어떻게 지질뗏목의 구조를 파괴하는지에 대해서도 메커니즘까지는 밝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sEH 효소의 활성을 억제할 경우 당뇨망막병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당뇨로 인해 시력을 잃을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약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주고 있다. 2007년 학술지 ‘의약화학저널’에 sEH의 억제제 t-AUCB가 먹는 약물로 쓸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보고한 논문이 실렸지만 사람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연구결과는 건강문제를 다룰 때 ‘오메가3는 몸에 좋고 콜레스테롤은 몸에 안 좋다’는 식의 도식적 접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특히 당뇨인 사람들은 오메가3 보충제의 과다섭취를 자제해야겠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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