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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가구 차별 해소·계층사다리 복원 나선다

입력 2017. 12. 27. 19:56 수정 2017. 12. 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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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화 위한 '실험적 정책' 추진

저출산·비혼가구 증가 추세 감안
건강보험·연금 등 차별완화 모색
'성소수자 커플' 반대 종교계 변수
빚더미 사회초년생 짐 덜어주려
미래소득 연계해 학자금 대출
많이 벌면 더, 적게 벌면 덜 갚게
법·의·치·한의학 등 전문대학원
기회균등선발 확대에 인센티브
'잘나가는 직종' 소외층 진입 넓혀

[한겨레]

김동연 부총리(왼쪽 넷째)를 비롯한 관계장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최종구 금융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 부총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비혼·동거가구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면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되는 한국 사회의 관념을 바꿀 수 있을까? 미래에 벌어들일 소득을 고려해 학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저소득층이 변호사·의사가 되는 길이 지금보다 더 넓어질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새로운 정책 실험에 나설 방침이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는 10여년째 지속되고 있는 초저출산 사회를 극복하고 저소득층의 ‘계층 사다리’를 복원시키는 등 당장 실현 가능하지 않지만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한 정책 과제들이 여럿 포함됐다.

■ 동거가구 차별해소 추진

정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동거가구에 대한 차별 해소 및 제도적 보호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 22일 기자 브리핑에서 “비혼가정 등이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고, 건강보험·연금 등에 있어 결혼가정과 비혼·동거가정 간에 격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사회적 논의가 상당히 필요하지만 차별 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동거가구 차별 해소는 저출산 추세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나온 정책 과제다. 혼외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39.9%(2014년 기준)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1.9%에 그친다. 앞서 정부는 2015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내면서도 비혼·동거가구에 대한 차별 개선을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등의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실제 추진되진 못했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성소수자 커플 인정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개신교계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 능력 따라 갚는 학자금 대출

국외 일부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래소득을 고려한 학자금 지원제도(소득나눔 학자금 제도)의 국내 도입에 대한 연구용역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2천만원의 학자금을 빌릴 때, 미래에 벌게 될 연 소득의 일정 비율을 상환하기로 약정한다. 학생이 졸업하고 취업한 뒤에는 그 비율만큼만 학자금을 갚는다. 만약 소득이 많은 직장을 구했다면 일정 한도 내에서 2천만원 이상의 돈을 상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2천만원보다 적은 돈만 갚게 된다. 미래에 돈을 많이 벌게 될 학생의 경우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갚을 수 있어, “기부문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교육부 쪽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런 정책 실험에 나서게 된 것은 청년층의 높은 학자금 상환 부담 탓이다. 최근 발표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30살 미만 가구주 가구의 평균 부채는 2385만원으로 전년보다 41.9% 증가하며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학자금 대출과 관련있는 신용대출 부채는 지난해 평균 417만원에서 올해(3월 말 기준) 741만원으로 77.7%나 급증했다.

■ 의·치·한의학 전문대 증원

정부는 내년 하반기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후년 신입생을 뽑는 전형부터 의·치·한의학 전문대학원이 정원 외로 5%의 ‘기회균형 선발’에 나서도록 길을 터주기로 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정원 안에서 5%였던 기존 기회균형선발 인원을 7%까지 늘린다. 대학 자율성이 보장되는 학생 모집의 특성상,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회균형선발을 확대한 대학에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변호사, 의사, 한의사 등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직종에 사회적 소외계층이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도 ‘인력이 과잉공급되고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로 치의대와 한의대(학부)의 정원 외 입학생 비율이 10%에서 5%로 줄어드는 등 의료계는 특히 기득권 장벽이 높은 영역이다. 따라서 이번 정책 실험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동안 강조해온 ‘기득권이 만든 진입장벽 철폐’와 ‘교육희망사다리 복원’ 등과도 맥이 닿아 있다. 다만 기회균형선발을 통한 수혜인원 자체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법전원의 경우 기존보다 46명 정도가 추가되고, 의전(10명)·치의전(12명)·한의전(2명)에서 24명이 정원 외 기회균형선발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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