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교과서 여론조사 조작..오타까지 베꼈다

배주환 입력 2017. 12. 28. 20:43 수정 2017. 12. 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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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 화면은 오늘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서류 상자들이 검찰청으로 옮겨지는 모습입니다.

2년 전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하면서 교육부가 여론조사를 실시했었는데요.

그때 찬성 의견서를 무더기로 인쇄하고, 또 찬성 의견서에 인적사항을 이완용, 박근혜, 박정희 이런 가짜 이름을 써서 낸 사실, 최근 교육부 진상조사에서 드러났는데요.

그 부분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정화 여론조사는 한 번 더 있었습니다.

1년 뒤에 교과서 현장 검토 본을 내놓으면서 온라인 조사를 또 했는데 그 조사는 과연 믿어도 되는지 MBC 탐사 보도 팀이 의문을 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제출된 의견과 접속 IP를 입수해서 분석해봤더니 수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배주환 기자가 보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의견 수렴 기간 4주 중 마지막 날에 들어온 의견 전체를 살펴봤습니다.

국정 교과서가 독재를 미화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한 찬성 의견.

'집필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맥락상 집필진의 오타입니다.

그런데 8분 뒤 올라온 의견에서도 20분 뒤에 올라온 의견에서도 같은 오타가 나옵니다.

집필집이라고 써서 올린 의견은 모두 8건.

8명이 한 의견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기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은 같은데 신분이 바뀌기도 합니다.

자신을 중3 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

1분 뒤에 또 다른 의견을 올리면서 '내 아이를 맡기기에 안심이 된다'라고 씁니다.

1분 사이에 학생이 학부모가 된 겁니다.

이런 현상은 모두 찬성 의견 쪽에서만 나왔습니다.

[학부모단체 대표/(설문 응답자)] "뉴스를 보면 기자회견 같은 게 나오잖아요. 그거를 보면 사람들 의견이 비슷할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접수 마감 45분을 남기고 찬성의견을 올리기 시작한 작성자.

10분도 안 돼 서로 다른 내용으로 42건이나 올립니다.

15초에 한 건꼴입니다.

이렇게 내용을 바꿔가며 10건 이상 무더기로 의견을 올린 사람만 21명.

가상의 찬성 의견이 계속 쇄도하면서 여론 수렴 마감 전날까지 188건에 불과했던 찬성 의견은 마지막 날에는 723건이나 들어와 최종적으로 911건이 접수됐습니다.

이에 따라 찬반 의견 비율 역시 4:6에서 8:2로 하루 만에 극적으로 뒤집어졌습니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에 있어서 조작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 관계 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견 수렴 직후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상당수가 찬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국정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검정교과서와 혼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준식/전 교육부총리 (지난해 12월 27일)] "적지 않은 국민께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해 주시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함께 고려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타까지 베껴 올리고 혼자서 수십 건의 의견을 올려 여론을 왜곡한 사람들.

도대체 누구일까요?

MBC 취재진이 이 의견 제출자들의 명단을 모두 입수해 그들을 추적해봤습니다.

이어서 오혜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배주환기자 (jhba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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