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니]홍준표 "북한 인공기 달력" 비판 당한 그림, 그린 사람은?

김서영 기자 2018. 1. 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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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제 22회 우리미술대회’ 유치·초등부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 초등학생의 작품. ‘쑥쑥 우리나라가 자란다’는 주제로 평화를 표현했습니다. 출처: 우리미술대회 홈페이지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배식에서 한 말입니다. ‘인공기’는 북한의 국기를 한국에서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즉 홍준표 대표는 북한 국기가 한국의 시중 은행이 제작한 달력에 나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안보불감증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과연 해당 달력이 정말 심각하게 문제인 것일까요? 한번 알아봤습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2월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출처: SNS

■시작은 김종석 의원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2월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은행에서 제작한 2018년 탁상달력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민주노총 달력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은행, 왜 이러나요?”라고 적었습니다.

김종석 의원은 달력 10월에 그려진 그림을 문제삼았습니다. 해당 그림은 하나의 큰 나무 몸통에서 남한과 북한이 뻗어나가고, 이 주변을 손을 맞잡은 어린이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둘러싸고 있는 장면을 표현했습니다. 나무 주변엔 무궁화와 수국으로 보이는 꽃이 장식돼 있고요. 이 장면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남한과 북한을 뜻하는 상징으로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가 쓰였습니다.

■인공기 그리면 안보불감증?

홍준표 대표와 한국당 측은 이를 두고 “안보불감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1일 자유한국당은 장제원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이 그림에는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위에 그려져 있고, 북한과 대한민국이 동등한 나라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며 “탁상 달력마저 이용해 정권에 아부하려는 우리은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2018년 대한민국의 엄중한 안보 현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회 곳곳에 만연한 장밋빛 대북관과 뿌리 깊은 안보불감증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그림을 안보불감증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이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입니다.

홍준표 대표 역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초등학생의 평화에 대한 소망이 담긴 그림인데…

과연 이 그림은 제1야당 대표와 거대 공당이 ‘각잡고’ 비판할 정도로 심각한 것일까요?

해당 그림은 지난해 우리은행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을 받아 주최한 ‘제 22회 우리미술대회’ 유치·초등부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 초등학생의 작품입니다. 이 학생은 ‘쑥쑥 우리나라가 자란다’는 주제로 평화를 표현했습니다.

우리미술대회 측은 이 작품 심사평에서 “평화를 의미하는 통일나무를 표현했다. 나무에는 작은 가지와 잎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행복한 미소가 느껴진다. 아마도 다가올 미래에 이 평화로운 통일나무가 스스로 움트고 자라서 행복한 미래의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심사워윈장은 신하순 서울대 미술대학 부학장이 맡았습니다.

작품 자체와 심사평을 보면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안보불감증’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아이가 그린 그림에도 색깔론인가”

그럼에도 한국당은 논평에서 “이제 학생들은 미술대회 수상을 위해 인공기를 그릴 것이고, 미술대학 교수는 이런 그림을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안보불감증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22회 수상작 중 인공기가 등장하는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합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하다 하다 통일을 주제로 한, 아이가 그린 그림에도 색깔론을 붙인다” “조금 더 집권했으면 초등학생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했겠구나” 등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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