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분쟁지역]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원 분쟁'

한국일보 입력 2018. 1. 5. 19:05 수정 2018. 1. 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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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최고권력자 아웅산 수치

반군 부사령관에 “행복 기원” 카드

성탄절 공세 맞물려 착잡한 반응

금ㆍ옥ㆍ티크 등 자원 풍부한 카친

소수민족 정체성 분쟁도 겹치고

中까지 양측서 비즈니스 복잡

2017년 2월26일 미얀마 북부 카친주 파칸의 옥(玉) 광산 지역에서 중장비를 이용한 채굴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파칸=EPA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미얀마의 소수민족 반군인 카친독립군(KIA)의 군모 부사령관은 자신이 받은 성탄카드 하나를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여기엔 “민족화해와 평화센터가 새해 당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국가자문역 겸 외교부 장관 아웅산 수치”라고 적혀 있었다.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지도자인 수치가 미얀마 최격전지의 반군 지도자에게 보낸 연하장은 미얀마 내외부에서 복합적 반응을 불러왔다. 때마침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정부군의 ‘성탄절 공세’도 한창 고조되고 있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미얀마 사무소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 달 간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의 피란민 캠프에 대한 근거리 공격은 두 차례 있었다. 15일 새벽 카친독립군 본부가 있는 라이자 지역의 인근 ‘뭉 라이 키엣’ 국내 피란민 캠프가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200명이 또 다시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24일 성탄절 이브에는 라이자 인근 ‘워이 치야이’ 피란민캠프도 공격을 당했다. 당시 난민촌 자원봉사자였던 카친족 여성 라파이 낭 카이는 뒷목에 탄환이 박혔다. 애초 숨진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라이자 병원에서 탄환 제거수술을 받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러한 성탄절 대공세는 카친족의 종교적ㆍ문화적 정체성을 공격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정부군 공습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는 이유로 2016년 12월 24일 체포된 카친족 목사 2명은 1년 넘게 구금돼 있다.

소수민족이라는 이유에 기인한 ‘정체성 분쟁’을 겪고 있는 카친주는 ‘자원 분쟁’ 성격도 두드러지는 지역이다. 이곳을 포함, 미얀마 북부에는 옥(玉)과 금광석, 암버(화석이 박힌 보석류), 티크나무, 목재 등 자원이 풍부하다. 카친 독립군은 40여명 정도로 구성된 ‘광산위원회’를 통해 점령 지역 내 광산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이들한테서 세금을 걷고 있다. 이번 성탄절 공세는 바로 이런 광산 지역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금광석과 암버 광산이 유명한 ‘타나이’ 타운십은 집중 타격을 받았다. 카친족 문제 전문매체인 ‘카친랜드’ 보도에 따르면 성탄절 당일 미얀마 정부군은 타나이 광산지대를 겨냥해 박격포를 100발이나 쐈다.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은 지난해 6월부터 서서히 달아올랐는데, 그 당시 정부군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전단지를 뿌리고 타나이 거주민들에게 소개 명령도 내렸다. 현지 주민은 물론, 국내 이주노동을 하러 온 주민들까지 포함한 15만여명 중 상당수가 생계 현장을 떠나거나 졸지에 피란민으로 전락했다. 이들로부터 세금을 걷던 반군의 재정 상황도 타격을 입었다. 이후 수개월 간 소강상태를 보이던 와중에 성탄절을 맞아 다시 공격 대상이 된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친 독립군 14대대의 관할 영토에 속하는 다른 광산지대 ‘라푸 카’도 지난달 27일 새벽 전투기 공습을 받았다.

미얀마 북부 카친주 소재 라이자 지역으로부터 남쪽으로 20㎞ 정도 남쪽에 위치한 라자 양(Laja Yang) 최전선 전초기지에서 카친독립군(KIA) 병사가 장교의 지휘를 받아 박격포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이자=EPA 연합뉴스

미얀마 언론 ‘일레븐 미디어’는 지난달 29일 “정부군이 카친 독립군 경제를 흠집 내고, 중국의 비즈니스를 보호하려고 우리를 계속 공격한다”는 카친 독립군 대변인 노 부 소령의 말을 전했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군 영토에 ‘중국 비즈니스’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반군 역시 중국 자본을 자신의 영토로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예컨대 카친 독립군 3여단이 통치하는 국경도시 메이자양에선 목재를 싣고 국경을 들락거리는 대형 트럭을 쉽게 볼 수 있다. 반군 영토 곳곳, 심지어 라이자에서 8㎞ 떨어진 지점에 있는 ‘라와 양 최전선 기지’에서는 그 위험성에도 불구, 금광석을 채굴하는 중국인들이 있을 정도다. 극단적 상황에서도 이윤창출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 이른바 ‘분쟁경제’의 대표적 현상인 것이다. 카친주 정부군 영토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반군이 맡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지역의 한 부사령관은 4년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카친주 내) 정부통치 구역에 전기를 제공하는 건 우리이고 매달 전기요금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교류’가 그렇다고 분쟁 약화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자원이 풍부한 내전 지역 당사자들에게 ‘자원’은 분쟁을 지속케 하는 자금줄이자, 극단적 이윤추구를 위한 쟁탈대상이며, 적군의 경제를 악화시키려는 각종 공격 및 교전의 촉발제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카친 독립군과 이들의 동맹세력인 탕 해방군(TNLA)이 카친주 남부와의 경계에 있는 샨주(州) 북서부의 미얀마-중국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공격한 것도 이런 점을 잘 보여준 사례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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