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멍하니 장난감 조물조물 → 행복감 모락모락

입력 2018. 1. 9. 00:03 수정 2018. 1. 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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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너스 라이프 즐기는 법 」

퇴근 무렵 부하 직원에게 “같이 저녁 먹을 사람?”이라고 묻는가. 애인이 있는 부하 직원에게 “주말에 애인이랑 뭐했어?”라고 말한 적이 있나. 그렇다면 여전히 트렌드에 뒤처지는 ‘꼰대’일 수 있다. 새해를 맞아 워라밸 세대의 ‘마이너스 라이프’에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 후배들에게 같은 감성으로 인정받으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확실하게 만끽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재충전할 수 있다. 2018년 용기 있는 당신을 위한 마이너스 라이프 아이템을 소개한다.

━ 소확행 사각사각 연필 소리 들으며 기분 전환
머리가 번잡스러울 때 기분이 좋아지는 소확행 장난감으로 각광받는 ‘피젯 스피너’.
공부하는 것, 취직해 돈을 버는 것, 결혼하는 것,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 평범하면서도 녹록지 않은 삶이다. 지칠 대로 지친일상에서 신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 속에서 소확행을 발견해보자. 행복을 가장손쉽게 경험하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멍 때리며 보는동영상, 일명 ‘멍상’이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은다. 광활한 우주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과일·채소를 칼로 써는 영상, 책장 넘기는 소리,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를 담은 콘텐트가 인기를 끈다. 이처럼 영상·소리를 보거나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반응을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이라고 한다. 뭔가 재미있거나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원리다. 심심하거나 지루할 때 조물조물 거리며 놀 수있는 ASMR 장난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액체 장난감 ‘슬라임’, 얼굴 모양스펀지 ‘스트레스 볼’, 손가락으로 돌리면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 등이 대표적이다. 

행복의 대표 아이콘 중 하나는 여행이다. 멋진 풍광과 아름다운 문화 유적을 경험할 수 있는 유럽을 선호하지만 시간·비용 투자가 만만치 않다. 여름휴가에 유럽을 가기 위해 1년 내내 돈을 모아야 한다면 소확행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가까운곳을 여행하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징검다리 휴일을 활용하면 주말을 포함한 3~5일간의 짧은 연휴를 7회 이상 만들 수 있다. 하나투어 조일상 홍보팀장은 “주말을 이용해 일본·중국·동남아 등지로 단거리 해외여행을 여러 번 떠나는 소확행 여행 트렌드가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소확행 트렌드를 반영해 한 도시에 머무르며 현지를 깊게 느끼는 ‘모노 여행상품’, 번잡한 대도시보다는 작은 소도시를 여행하며 때묻지않은 자연 그대로를 느끼는 ‘소도시 여행상품’이 속속 출시됐다. 관광객이 선호하는 화려한 대도시가 아닌 조용하고 아늑한 소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작지만 확실한 여행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 워라밸 느릿느릿 회사 근처 걸으며 패스트 힐링 워라밸 세대는 회사의 과중한 업무·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하는 임무’가 아닌 ‘벗어나야 하는 과제’로 삼는다. 한 시간 남짓의짧은 점심시간 내에 취하는 즉각적인 휴식, 이른바 ‘패스트 힐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쉬운 방법으론 점심시간에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다. ‘워런치족’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CGV 여의도점 프리미엄관은 오는 3월 워라밸 세대를 위해 점심시간 수면 서비스를 재개한다.
전날 야근·회식으로 다음 날 비몽사몽상태라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청해보자. 영화관 브랜드 CGV는 인근에 증권가 직장인이 많은 CGV 여의도점의 프리미엄관 7관에서 2030세대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 시에스타서비스를 선보였다. 월~목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30분간 이용할 수 있다. 어두운 조명, 잔잔한 음악과 적정한 실내 온도가 최적의 수면 환경을 유지한다. 쿠션감이 뛰어난 프리미엄 리클라이너 시트는 180도까지 젖혀진다. 1인당 두좌석씩 제공해 최대 48명이 이용 가능하다. 현장에서 1만원짜리 티켓을 구매하면된다. 차 한잔과 귀마개·슬리퍼가 제공되며 담요도 대여 가능하다. 

홍대·여의도·강남 등 직장인·학생이 많은 지역에 수면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을 정한 뒤 어두운 곳에서잠을 청할 수 있는 실속형 낮잠 카페, 안마의자와 침대 중 선택할 수 있는 고급형 낮잠 카페, 만화책도 보고 낮잠도 잘 수 있는 멀티공간 만화 카페 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대부분 수면 전후 따뜻한 차와 음료가 제공된다. 퇴근 후 집 안에서 ‘패스트힐링’을 원할 경우 안마의자를 이용하는방법도 있다.

━ 케렌시아 주절주절 익명 앱서 얘기하며 소통
북카페를 자신만의 케렌시아로 삼은 젊은이들.
투우장에서 투우는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본능적으로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찾는다. 이 공간이 ‘케렌시아’다. 압박감을 비워내고 충전하는 곳이다. 현대인에게도 케렌시아가 필요하다.삼국유사에 따르면 왕이 당나귀 귀처럼 긴 귀를 갖고 있다는 비밀을 유일하게 알던 복두장(관을 만드는 장인)은 죽기 전 대나무숲을 찾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에겐 대나무숲이케렌시아였다. 새해를 맞아 하루 중 사람과의 관계를 잠시 차단하고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찾아가는 일정을 정해보는 건어떨까. 

2014년 출시돼 직장인이 익명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는 회사에 대한 말 못 할 고민이나 불만 사항, 복지 수준 등을 익명으로 마음껏 털어놓고하소연하는 장(場)이다. 현재까지 50만 건넘게 다운로드되며 인기를 끈다. 삼성·현대·SK·CJ·롯데 등 주요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같은 회사 직원끼리, 또는 같은 업계 종사자끼리 계급장을 떼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소다. 

가족을 부양하는 기성세대에겐 의외로 집 밖에서 혼자 있는 일이 어색할 수 있다.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고, 이자카야에서 혼술을 즐기며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아보자.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에겐 코인노래방을 추천한다. 일반 노래방과 달리 정해진 시간 내 곡 예약에 대한 압박감 없이 편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 소확행 불확실한 대박의 꿈을 꾸기보다 규모가 작더라도 일상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행복. ▶ 워라밸 직장 일과 개인 삶 의 균형(Work-Life-Balance)을 추구하는1988~94년생의 라이프스타일. ▶ 케렌시아 싸움소가 다음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장소. 세상과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는 나만의 힐링 공간을 빗댐.

글=정심교 기자(simkyo@joongang.co.kr) 도움말=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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