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경춘선숲길의 열차

강은주 입력 2018.01.12. 18:59

은퇴가 없는 시대다.

서울시는 퇴역 군함인 서울함, 참수리호, 그리고 잠수정 돌고래호와 함께

경춘선 폐철길과 운행을 멈춘 기차를 끌어와 새로운 공원으로 부활시켰다.

서울시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어 2013년 11월부터 경춘선숲길 공원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광운대역부터 화랑대역, 그리고 서울시와 구리시의 경계까지 흐르는 총 6.3킬로미터의 철길과 그 주변에 나무와 꽃, 풀을 심어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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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없는 시대다. 서울시는 퇴역 군함인 서울함, 참수리호, 그리고 잠수정 돌고래호와 함께

경춘선 폐철길과 운행을 멈춘 기차를 끌어와 새로운 공원으로 부활시켰다. 

 

 

경춘선숲길

20대가 영원할 줄 알았던 시절, 경춘선 또한 그럴 줄 알았다. 옛 강촌역 앞에서 대학교 동아리 동기들과 함께 단체 티셔츠를 입고서 촬영했던, 끔찍하게 촌스러운 기념사진을 귀중한 사료처럼 꺼내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1939년 첫 운행을 시작한 경춘선은 2010년 12월 폐선과 함께 71년의 대장정을 갈무리했다. 이제 북한강 따라 흘렀던 그 아름다운 철길은 많은 여행객의 추억 속에 남아 있다. 가평역에서 내려 찾아갔던 낭만의 남이섬, 청평역 옆으로 정답게 펼쳐졌던 청평호 유원지, MT 여행지의 종착점인 강촌역과 대성리역까지. 출발역이었던 청량리역의 북적거리는 풍경마저도 눈에 선하다. 수도권 전철 ‘ITX-청춘’으로 경춘선을 운행하기 시작한 것이 2012년 2월의 일이니 어느덧 다 까마득한 얘기가 됐다.

 

 

체코 트램

체코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트램을 공수해 옛 화랑대 역사 앞 폐철로에 가져다놓았다.

 

버려진 옛 철로는 순식간에 슬럼화됐다. 무단으로 투기한 쓰레기가 날로 쌓여가고, 비행 청소년들의 입맛에 딱 맞는 탈선의 온상이 됐다. 서울시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어 2013년 11월부터 경춘선숲길 공원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광운대역부터 화랑대역, 그리고 서울시와 구리시의 경계까지 흐르는 총 6.3킬로미터의 철길과 그 주변에 나무와 꽃, 풀을 심어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공사는 3단계로 이뤄졌다. 2015년 5월 신공덕역에서 육사삼거리까지 이르는 1단계 구간이 개통했고, 2016년 11월 경춘철교부터 서울과학기술대 입구까지 열렸다. 그 이후 꼭 1년 만인 지난 11월 육사삼거리부터 서울시와 구리시 경계까지 이르는 3단계 구간이 공사를 성료했다. 아직 행복주택 부지로 지정된 0.4킬로미터의 구간이 남기는 했지만, 드디어 경춘선의 옛 명성을 떠올릴 만한 어엿한 모습을 복원하게 된 것이다.  
 

 

옛화랑대역

등록문화재 제300호인 옛 화랑대역. 낡았지만 단정한 외양이다.

 

특히 이번에 개통한 3단계 구간의 기점인 화랑대 폐역 앞은 근사한 철도 공원이 됐다. 오래된 협궤열차와 체코에서 운행했던 트램 등을 옮겨놓아 살아 있는 열차 박물관으로 꾸몄다. 검은빛의 협궤열차가 흰 눈 소복이 덮인 철로 위에 놓인 모습은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이미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된 옛 화랑대역의 존재감도 오롯하다.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졌지만, 육군사관학교 바로 옆에 자리한 덕에 경춘선 폐선 직전까지 하루 7회 열차가 드나들면서 정식 역무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경춘철교

경춘 철교. 1호선 월계역 4번 출구 근처에 자리한다. 복원된 후 주민들의 생활 시설로 널리 쓰이는 중이다.

 

화랑대역을 지난 두 갈래의 선로는 몇 미터 못 가 하나로 합쳐진다. 단선으로 이뤄진 철로를 따라 쭉 걸어나가면 담터마을까지 닿는다. 거리는 화랑대역에서부터 2.5킬로미터 정도, 소요 시간은 40분 정도다. 경춘선숲길 1단계나 2단계 산책로가 주택가에 인접해 생활의 풍경을 그대로 끌어안았던 것과 달리, 이 3단계 구간의 매력은 울창한 자연을 벗삼아 호젓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오솔길은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인 태릉을 지나면 태릉골프장과 태릉선수촌, 그리고 명종과 인순왕후의 능인 강릉을 차례로 흐른다. 도착점인 담터마을로부터 동남쪽 방향으로 걸어나가다 보면 경춘선 복선 전철역인 갈매역이 보인다. 이곳에서 진짜 ‘춘천 가는 열차’에 오른다면, 그때부터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겠다. 

 

 

솔방울

눈 쌓인 폐철로에 솔방울이 뒹군다.

 

 

<2018년 1월호>

 

에디터 강은주

포토그래퍼 강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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