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성매매 허브' 된 백페이지닷컴

김은중 기자 입력 2018. 1.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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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본사, 수사 어려워
해외판 '벼룩시장' 같은 온라인 광고사이트, 아동 밀매까지 이뤄져
국내서도 번역기 동원.. 외국인 상대 호객 행위
구글·소셜미디어로 우회 접속하며 단속 피해

'$250 cash per hour. Please tell me your check-in name and room number(1시간에 250달러 현금으로 치르셔야 합니다. 호텔 체크인한 후 이름과 객실 번호를 알려주세요).'

지난 9일 저녁 '백페이지닷컴'을 통해 한 연락처를 남긴 여성에게 만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내니 이런 답장이 돌아왔다. 자신을 "한국의 대학에 다니는 20대"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일과가 끝난 뒤인 오후 8시부터 만남이 가능하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영어로 메일을 써 보내왔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백페이지닷컴(backpage.com)은 세계 97개국, 943개 도시에서 성업 중인 온라인 광고 사이트다. 일종의 인터넷판 '벼룩시장'으로 물건 거래와 구인·구직 정보 사이트로 시작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성매매 관련 게시물이 급증하면서 미성년자 성매매와 아동 밀매 등 불법(不法)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州) 검찰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 5월까지 백페이지닷컴 수입의 99%가 불법 성매매 중개(仲介)에서 발생했다.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매매의 73%에 백페이지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12월 미국 일리노이주에선 데즈리 로빈슨이라는 16세 여성이 이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하려던 남성을 만났다가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도 일어났다.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백페이지닷컴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서도 성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인천·부산 등 한국 내 9개 대도시 게시판에는 하루 평균 1000여건에 가까운 성매매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다. 게시자는 대부분 한국 여성이다. 사진·프로필·시세를 올려놓고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요구한다. 구글 번역기까지 동원해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쓴 게시물엔 '어린(young)' '신선한(fresh)' '순결한(innocent)'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접선 장소는 주로 도심 호텔 로비. 게시글을 올린 한 여성은 "여행 또는 출장을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문제는 백페이지닷컴을 통하는 성매매를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찰은 백페이지닷컴을 '불법·유해 정보 사이트'로 지정해 접근을 차단했지만 구글과 소셜 미디어(SNS) 등을 통한 우회 접속이 가능하다. 성매매 현장 포착이 어렵고 국외에 서버를 둔 메일과 메신저 등을 활용하고 있어 수사가 까다롭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무분별한 만남이 또 다른 범죄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관련 단속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에선 시민 단체들의 잇단 항의로 정부가 해당 사이트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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