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독감 '끙끙'.. 영국서 1주일새 45명 사망, 아프리카까지 퍼져

정지섭 기자 입력 2018. 1. 13. 03:05 수정 2018. 1. 1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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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앨라배마주 휴교령 등 곳곳이 비상.. "2009년 신종플루 악몽 되풀이될 수도"]
변종 많은 'A형 H3N2' 이례적 강세, 호주서 발병 후 英·북미로 퍼져
WHO는 독감 패턴 잘못 예측.. 백신에 없는 'B형 야마가타' 기승

케이 아이비 미국 앨라배마주지사는 11일(현지 시각) 주 내 모든 공립학교에 비상 휴교령을 선포했다. 학생·교사들의 단체 독감 감염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긴급 조치를 내렸다. 앨라배마 병원들은 독감 환자 진료를 위해 긴급하지 않은 수술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미국 46개 주에서 독감 환자가 발생해 어린이 13명이 숨졌다. 성인 환자까지 포함하면 캘리포니아 한 곳에서만 65세 미만 환자 27명이 숨졌다.

영국도 독감 때문에 비상이다. 올겨울 독감 사망자는 93명인데, 그중 45명이 최근 1주일 새 숨졌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의료 인력 부족으로 치료가 지연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도 독감으로 1만2000여 명이 입원해 3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겨울 지구촌 전체가 독감을 심하게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미·유럽·동아시아 지역은 물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까지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1918년), 100만명이 숨진 홍콩 독감(1968년)이 유행한 지 각각 100년, 50년 되는 해여서 독감 확산을 심상치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 미국 CNBC방송은 "일부 의료 전문가는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플루(일명 돼지독감)를 넘어서는 악성 독감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각국 정부는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와 손 씻기, 재채기할 때 얼굴 가리기 등 공중 보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교회에서는 신자들에게 '악수 금지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올해 전 세계에 독감 환자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예년과 다른 독감 바이러스 패턴이다. 다른 유형보다 변종 출현 가능성이 높은 A형 중 'H3N2' 독감이 이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H3N2 독감은 지난 7월 호주에서 집단 발병한 뒤 최근 영국과 북미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연말과 성탄을 맞아 친지를 방문하거나 휴가를 보내려고 호주와 영국·미국·캐나다 사이를 오간 비행기 승객 등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로버트 스트랑 보건국장은 "북미 지역 독감 환자의 대다수는 H3N2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올겨울 독감은 최근 몇 년 새 거의 보지 못했던 유형이라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WHO가 독감 유형을 잘못 예측해 제약회사들이 엉뚱한 백신만 준비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WHO는 올해 북반구에서 B형 '빅토리아'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A형 H3N2와 B형 '야마가타' 독감이 유행했다.

올해 독감이 유난스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질병관리본부 김인호 연구사는 "현재 독감이 정점에 달하는 흐름이라 환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보일 뿐 예년에 비해 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센터 소장은 "스페인 독감이 창궐한 100년 전에 비해 인류와 가축·가금류 숫자가 4배나 늘었고 지구촌 곳곳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며 "독감이 퍼질 위험성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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