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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활성화냐 vs 정부통제냐..갈림길 선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김현아 입력 2018.01.14. 13:15 수정 2018.01.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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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갇혀 '이도 저도 안 돼'
이통3사에 보편요금제 대안 요구..담합처벌 우려도
보편요금제 하면 알뜰폰, 제4이통은 망한다
오락가락 정부와 전문가들에 혼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위원장 강병민 경희대 경영대 교수)’가 갈림길에 섰다.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경쟁 활성화냐’, ‘정부 통제 강화’냐를 두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의회는 지난 11월 10일 출범한 뒤 단말기 완전 자급제·보편요금제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무엇 하나 속시원히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불신까지 싹 터, 회의 중간에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위를 가고 정부 당국자가 통신사 측에 언론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언급할 정도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로 출발했지만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나 관치 경제 등의 논란만 낳은 채 애매모호하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칭찬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나 개인 위치정보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는데 성공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규제혁신 해커톤’과 달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만 표류하는 이유는 뭘까.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선 대화하고 타협하며, 결과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불가능한 걸까.

지난 12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21츨 포스트타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모습이다.
◇프레임에 갇혀 ‘이도 저도 안 돼’

사실 협의회는 구성 인원과 운영 방식이 발표될 때부터 적잖은 우려를 낳았다. 정부, 시민·사회 단체, 기업들(통신3사, 알뜰폰, 제조사, 유통업계)과 교수 등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모았지만, 국민들과의 소통창구는 전혀 없다. 관련 뉴스의 댓글에는 ‘국민 없는 협의회’라는 내용의 비판 글들이 넘친다.

국민 소통 창구는 없었지만 별도의 토론 진행자(퍼실리테이터)를 섭외해 진행의 공정성을 꾀했던 4차위 해커톤과도 다른 모습이다. 토론 참여자들과 인연이 없는 퍼실리테이터들에게 진행을 맡기는 방식은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KT 1등 워크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규제혁신 해커톤에 적용했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회자(위원장), 정부와 한 편에 선 시민·사회 단체, 이에 반대하는 기업들이 있을 뿐이다. 이해관계가 분명하더라도 끝장 토론을 통해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려면 토론의 절차와 진행이 공정하고 가치중립적이어야 하는데 협의회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열린 제6차 협의회에서 통신3사 참석자들에게 “여기서 나온 얘기를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말씀 하시는 것 같다”며 “여기 세 분은 아니라도 언론에 그런 언급을 전혀 안 했는가, 저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통3사에 보편요금제 대안 요구…담합 처벌 우려도

지난 12일 제6차 협의회때 강병민 경희대 교수(위원장)은 이통3사에 (정부가 요금제 설정권을 갖는) 보편요금제 도입 취지에 반대한다면 반대만 하기보다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이통3사에 “자율적으로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하면 그것에 대한 안을 가져 왔으면 한다. 몇 만 원대에 어떤 안 말이다”라며 “(지금 말하기) 곤란하시면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오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자칫 담합으로 공정거래법상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기업들이 ‘몇 만 원 대에 얼마를 주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잘못 밝히면, 공정거래법상 ‘담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정보통신부의 요금행정지도에 대해 공정위가 담합으로 제재한 바 있다.

이에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 국장은 “이통3사에 요금제를 가져오라는 게 아니다”라면서 “어떤 식의 방향인지, 어떤 부분을 요금 계산에서 바꿀 지 같은 내용을 말한다”고 해명했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위원장)
◇보편요금제 하면 알뜰폰, 제4이통 망한다..‘오락가락’ 정부와 전문가들

협의회가 이처럼 꼬여 가는 것은 보편요금제도 도입하고, 알뜰폰도 활성화하며, 기회가 된다면 제4이동통신도 허가하겠다는 오락가락 정부 방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냐하면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통신 요금을 통제하는 것으로, 그 속에서 민간 자율의 더 싼 요금으로 승부하는 알뜰폰이나 제4이동통신은 설 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가 요금제 설계권을 갖는 보편요금제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정도를 빼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협의회 공동대변인인 변정욱 국방대 교수는 별도 발표를 통해 최소한의 통신 접근권 보장을 위해선 보편요금제가 필요하고, 보편요금제외 다른 요금제에선 정부 규제가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편요금제가 법제화되면 해당 구간의 요금이 전체 통신요금을 좌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되 다른 요금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