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강인선의 워싱턴 Live] 트럼프 1년.. 미국은 '프레지던트'란 리얼리티쇼에 빠져있다

강인선 기자 입력 2018.01.17. 03:09 수정 2018.01.1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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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통령 취임 1주년.. 각종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마이웨이']
'4670만명 팔로어' 트위터가 무기
비판 언론은 "가짜 뉴스" 공격
내 편, 네 편없이 상황따라 돌변.. 동맹·우방에게도 위협 일삼아
경제 호황·낮은 실업률 기반으로 각종 논란에도 재선 가능성 '솔솔'

오는 20일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다. 어느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고단한 1년이었다. 마치 정치의 무규칙 이종 격투기를 보는 것 같았다. 최근 트럼프에 대한 책을 낸 언론인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도 "트럼프는 평생 규칙을 무시해 왔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안정된 천재'라 자화자찬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 예측 불허의 성격을 무기 삼아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워싱턴 사람들은 "우리가 특이해도 너무 특이한 대통령을 뽑았다"고 한다. 조지타운대의 한 정치학 교수는 "미국인들은 리얼리티 TV쇼로 인기를 끌었던 트럼프가 '프레지던트'란 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박상훈 기자

미국 역대 대통령의 취임 1년은 대개 지지율, 통과 법안 수, 경제지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 등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트럼프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를 하다 보면 정책 논란보다는 트럼프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역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워도 기죽는 법이 없다. 미국 언론들이 연일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가짜 뉴스'라고 거세게 공격한다. 내 편, 네 편 기준도 애매하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외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효과적이기만 하다면, 미국과 적대적인 나라뿐 아니라 동맹이나 우방에 대해서도 '위협'을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 대단하다는 미국 '시스템'도 이 특이한 대통령을 길들이지 못했다. 대통령이 '야성적'이다 보니 참모들이 일하는 스타일도 거칠어진다. 정제된 메시지나 의견 조율이 부족하다. 북한 정책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북핵과 미사일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군사적 대응을 말하는데 틸러슨 국무장관은 대화를 얘기하는 식이다. 트럼프가 틸러슨 장관에게 "시간낭비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한다. 존 햄리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다른 행정부에선 이런 싸움이 내부에서 정리됐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밖에 드러내놓고 싸우는 게 다르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무기는 '트위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변인이나 언론이란 '중개자'를 통하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 국민과 직거래한다. 그의 트위터 계정엔 4670만명의 팔로어가 있고, 15일 현재 3만6789개의 트윗을 올렸다. 막강한 1인 언론사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국 정부나 대사관들도 아예 트럼프 트위터 전담자를 두고 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 같은 쌍방향 소통은 선호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 단독 기자회견을 지난해 2월 한 번 했고, 최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미니 기자회견을 했을 뿐이다. 오바마는 취임 첫해 단독 기자회견을 11번, 부시는 5번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뤄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간선거에선 집권당이 불리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선전하리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는 최근 "트럼프에 대한 심판이 민주당의 희망이나 공화당의 불안과 달리 그렇게 가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좋고 실업률이 낮으며 주식시장은 뜨겁고 중산층 소득이 늘어나고 빈곤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난 1년은 말만 시끄러웠을 뿐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큰 스캔들이 터진 것도 아니니 의외로 심각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핵심 지지층 35%만 있으면 재선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워싱턴의 한 아시아 국가 외교관은 "취임 초엔 탄핵 운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젠 트럼프가 재선될 것이라고 보고 일한다"고 했다.